<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2009
-감독 : 샘 맨데스
-주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프랭크 윌러 역), 케이트 윈슬렛 (에이프릴 윌러 역)
-조연 : 캐시 베이츠 (헬렌 기빙스 부인 역), 마이클 섀넌 (존 기빙스 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18분
1998년에 최초 개봉했던 영화 <타이타닉>이 최근에 국내 극장에서 재개봉됐었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아무래도 첫 개봉으로부터 15년이나 지난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타이타닉>을 원래부터 좋아하는 분들이 아닐까 했는데, 아예 이번에 처음 보시는 분도 많은 것 같다. 역시 명작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기 때문에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 같다.
[관련기사]
https://v.daum.net/v/20230209084244128?f=o
<타이타닉>은 물론 나에게도 의미가 많은 영화이다. 영화라고는 잘 모를 때, 이 영화를 통해 두 배우를 알게 되었고, 이후 OST를 부른 셀린 디옹을 지금까지 열렬하게 좋아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케이트 윈슬렛은 <타이타닉> 개봉 후 약 10년 후 <레볼루셔너리 로드>라는 영화에 부부로 함께 출연한다. 나 포함하여 영화 <타이타닉>에서의 둘 모습을 아련하게 기억하는 팬들에게,<레볼루셔너리 로드>를 통한 그 두 배우의 조우가 반갑기만 하다.
영화는 리처드 예이츠의 소설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원작으로 하여, 1950년 미국의 한 교외지역에 사는 중산층 부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리처드 예이츠가 1961년에 발표한 첫 작품으로,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정작 일반 독자들에게는 외면당했었지만, 이 작품은 2005년 '타임'이 선정한 100대 영문소설로 뽑히면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작가는 1992년에 사망했다. 국내 번역본은 안타깝게도 절판되었다.
줄거리
만나자 마자 운명처럼 첫눈에 반한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들은 결혼 후 뉴욕 중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교외지역의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왠지모르게 평소와는 다르게 들떠 보이던 에이프릴은 자신이 프랭크를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서 느꼈던 열정이 결혼 후에 사라진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프랭크에게 별안간 '파리'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비현실적이라는 프랭크의 대답에 에이프릴은 반박한다.
이게 비현실적이지. 당신과 같이 멋진 사람이 적성에 안 맞는 일을 억지로 하며 이런 곳에 사는 건..
나 역시 이런 생활 싫어. 제일 끔찍한 건 이곳 사람들보다 우월한 척 위선을 떨며 사는 거야.
우린 특별한 거 없어. 다른 사람도 똑같다고. 우리도 결국 굴복했잖아.
애 생기면 인생 끝이라는 어리석은 통념에.. 그리곤 서로를 원망했지.
에이프릴의 제안은 프랭크가 자신이 혈기 넘쳤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했고, 결국 그는 에이프릴의 달콤한 말에 굴복하고 만다.
그렇게 그들은 파리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잔잔했던 일상에 '파리'라는 목표가 생기고 나니 그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열정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또한 다른 사람들과 자신들은 다르다는 우월의식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랭크는 크게 공들이지 않고 한 가지 제안을 회사에 제출하나, 예상치 못하게 사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그는 회사에서 단숨에 유망주로 떠오른다. 그리고 사장은 사업가들에게 컴퓨터를 판매하려는 신생팀에 그를 스카우트하려고 한다. 프랭크는 솔직하게 자신이 가을에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사장은 인생의 기회를 놓치면 자칫하다가는 하류 인생을 살게 된다고 그에게 다시 심사숙고할 것을 권고한다. 파리라는 꿈과 이상을 생각하던 프랭크는 사장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린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파리로 떠나기 약 2개월 남은 시점에 에이프릴은 계획에 없던 셋째 아이를 가지게 된다. 벌써 10주가 된 시점. 에이프릴은 아이가 그들의 파리행에 있어서 장애물이 될까 봐 염려하고, 프랭크는 에이프릴이 몰래 사둔 낙태기구를 보고 분노한다. 그들은 결국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남아있는 것을 택하고, 프랭크는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후 프랭크는 에이프릴에게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관계 회복을 꿈꾸며, 다른 여자와의 저질렀던 밀회를 털어놓지만, 그 말을 들은 에이프릴은 왜 갑자기 그런 고백을 하는지에 대해 황당하기만 하다. 그렇게 감정이 겪해지고 프랭크는 에이프릴에게 실은 셋째를 지워버렸으면 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에이프릴은 집을 박차고 나간다.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에이프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프랭크의 아침을 준비하고, 같이 아침을 먹으며 오래간만에 대화를 한다. 프랭크는 갑자기 돌변한 에이프릴이 어색하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근한다. 한편 이를 배웅하는 에이프릴은 감정이 북받친 듯 울컥한다. 프랭크가 출근하고 집에 혼자 남겨진 에이프릴. 에이프릴은 화장실로 가서 낙태기구를 사용하여 스스로 아이를 떼어낸다. 그리고 과다출혈로 병원에 실려가고 결국에 사망한다.
보이는 삶 VS 실제의 삶
윌러부부가 살았던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아름다운 2층집은 안정적인 수입으로 살아가는 1950년대 당시 이상적인 중산층 가정을 보여준다. 그들에게는 그저 행복한 일상만 가득할 것 같아 보인다. 주변 이웃들에게도 윌러부부는 이상적인 가정을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존재다.
그들의 집이 '경사로 위'에 위치해 있는 것도 흥미롭다. 그 집을 보려면 아무래도 살짝이라도 고개를 올려서 보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동경하는 듯한 시선이 된다. 그들이 이 집을 선택한 것도, 자신이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들이 돋보일 수 있을 거라는 계산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이 집을 소개한 부동산 중개업자 헬렌도 이 부부,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남보다 돋보이고자 하는 심리적인 욕구를 간파한 듯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잔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권태로움을 느끼고 탈출을 원하고 있었다.
프랭크는 뉴욕 맨해튼의 한 기계 회사 영업 사원으로 일한다. 챗바퀴를 돌리는 것 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그가 출근하는 길에는 마치 그의 모습을 복사한 듯 영혼 없는 표정을 한채 양복을 입고 중절모를 쓴 남자들이 가득하다. 인생을 누리고, 온전히 만끽하면서 살고 싶었던 야망이 있던 프랭크는 결혼 이후 그 꿈을 접어야 했다. 어렸을 적, 자신의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리라 결심했는데, 어느새 자신의 아버지가 평생을 다녀온 회사에서 근무한 지도 벌써 7년이 됐다. 그가 자신을 과시하며, 남자다움을 뽐낼 수 있는 사람은 어린 여자 신입 직원밖에는 없었다.
한편 에이프릴은 연극배우지만, 연기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만족스럽지 못한 연극 공연을 마치고 나면, 에이프릴은 수치스럽고 절망스러울 뿐이다. 에이프릴이 프랭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분명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였다. 하지만, 프랭크 또한 영혼 없이 출퇴근을 반복하는 샐러리맨일 뿐이었다. 그가 좀 더 더 성공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결혼으로 인해서 꿈을 포기했어야 했을 프랭크를 생각하는 것도 짠하다. 이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그들의 일상에는 남들은 쉽사리 간파하지 못할 이전에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으로 얼룩져있었다.
도피성 리셋증후군
그들은 충동적으로 첫째를 가졌다. 그리고 교외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이후 첫째를 충동적으로 가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치 증명이라도 할 것처럼 둘째를 가졌다. 마치 계획을 가져서 둘째를 낳으면, 이전에 자신들의 과오를 씻어버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안정적인 수입으로 매달 저금도 하면서, 두 자녀를 키우며,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이상적인 부부임에도, 잔잔하고 반복되는 일상, 공허하고 희망 없는 삶으로부터 탈출을 하고 싶어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로의 이민을 꿈꾼다. 에이프릴은 새로운 곳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그곳에서 프랭크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을 그만하고, 자신이 진정하는 일을 찾는데 시간을 쏟아야 하며, 그 대신 자신이 직장을 찾아 일을 하여 돈을 벌면 된다고 설득했다. 이후 권태로움이 잠식한 일상에서의 유일한 탈출구는 새로운 생활환경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원래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에 대해서 바라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새로운 곳에서 리셋을 한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기에 그들에게서 도피성 리셋 증후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이벤트들, 새로운 만남들이 없으면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권태 또한 극복하고 이겨나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자신부터가 남을 탓하지 않고, 처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다만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또한, 남의 모든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 영화 마지막에 시시콜콜 불평하는 헬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자, 보청기의 소리를 낮추는 남편의 모습이 인상 깊다. 남 이야기가 우리를 자극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 말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불평불만하는 목소리에는 더욱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출산 그리고 육아
파리를 준비하는 와중에, 에이프릴에게 계획에도 없던 아기가 생긴다. 새로운 삶을 찾게 되는 것에 들뜨고 행복하기만 했던 두 사람 사이에서 충동적으로 가졌던 관계에서 우연히 생긴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가 파리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것은 암 봐도 뻔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에이프릴이 자신이 비서 일을 구해서 프랭크와 아이들을 부양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파리로 가기로 합의가 된 것이다.하지만 아이를 가졌다는 것은 이 모든 계획들을 모두 송두리째 흔들만한 큰 사건이었다. 에이프릴은 자신의 계획이 틀어질까 봐 전전긍긍한다. 한편, 신설 특수 영업팀으로의 스카우트, 승진 및 거액의 보수를 제안받자, 현실에서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프랭크에게는 오히려 파리에 가지 않아도 될 좋은 핑곗거리가 만들어지게 된 셈이다.
에이프릴은 파리행에 대한 기대와 계획이 무너지고, 심지어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조차 프랭크가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나서, 아이를 자기 손으로 지웠다. 아이는 현실에서 더욱 현실을 열심히 살아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포기도 수반된다는 것을 되뇌어 본다. 아이 또한 선택이고, 어떤 선택이던지 100% 맞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나,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보면 볼수록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이 영화를 한 번 본다고 하면, 살다가 문득 다시 생각나는 날이 있으리라 감히 확신해 본다. 물론 나도 그러했기에, 몇 년 전에 보았던 이 영화를 다시 보고, 2023년에 내가 느꼈던 감상을 나름대로 남겨보게 되었다. 다음에 또 언제 이 영화가 다시 떠오를지 모르겠다.. 다시 보면 그때의 마음이 어떨지 궁금하다. 더 무거움으로 다가올까. 아니면, 덤덤할까.
영화 이어 보기
(+)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감독인 샘 맨더슨과 케이트 윈슬렛은 당시 실제 부부 관계였다.
하지만, 이후 그 둘은 이혼한다. 샘 멘데스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아메리칸 뷰티>
영화 <아메리칸 뷰티>. 케빈 스페이시 주연. 샘 멘데스 감독. American Beauty. 줄거리. 결말. 해석.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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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케빈에 대하여>. 엄마가 된다는 것.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주연. 줄거리. 결말. 해석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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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트 윈슬렛의 또 다른 영화들의 리뷰 보기.
<네버랜드를 찾아서>2004.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2008. <드레스 메이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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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의 방>,1996. <아이언 마스크>,1998. <바디 오브 라이즈>,2008. <돈 룩 업>,2021.
<마빈의 방> 다이앤 키튼,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리뷰.<Marvin's Room> (tistory.com)
영화 <아이언 마스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1998년 작. 뒤마의 소설 원작. Iron Mask (tistory.com)
<바디 오브 라이즈> 리들리 스콧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러셀 크로우 주연 액션 영화. 줄거리. 결말. (tistory.com)
<돈 룩 업>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주연. "Based on truly possible events" <Don't Look Up>, 2021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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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스카이>,2001. <녹터널 애니멀스>,2016.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2017. <커런트 워>,2017.
<바닐라 스카이> 영화 리뷰. 톰 크루즈,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 당신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 살고싶나요?<Vanilla Sky> ,2001 (tistory.com)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 톰 포드 감독. 에이미 아담스. 제이크 질렌할 주연. 줄거리. 감상. 결말 (tistory.com)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영화 리뷰 .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주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The Shape of Water> (tistory.com)
<커런트 워> 영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에디슨 VS 웨스팅 하우스, 테슬라. 전류 전쟁이야기 <The Current War>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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