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 Don't Look Up
장르 : 코미디
감독 : 아담 맥케이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티모시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트 블란쳇
★★★☆☆
*이 글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2/24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돈 룩 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 그리고 메릴 스트립의 출연 소식만으로도 줄거리를 살필 필요도 없이 꼭 봐야 되겠다 싶어서 오픈되기만을 기다렸다. 게다가 아담 멕케이의 작품 중 <빅쇼트>를 재밌게 본 사람이니 두말할 것 없었다. 이 영화 또한 줄거리를 따로 확인하지 않고 본 작품인데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장르에서 알 수 있듯 (장르 : 코미디) 무겁지 않아 일단 무엇보다 가볍고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서 소위 "내가 아는 얼굴"들을 보게 된 것이 반가웠던 만큼, 많은 분들에게도 그런 반가움을 주는 영화 이리라.
줄거리
미시간 대학교에서 천문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케이트 디비아스 키(제니퍼 로렌스)는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이후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것을 파악하고, 둘은 이를 세상에 알리려 한다. 하지만 대통령 올리언 (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아들이자 비서실장인 제이슨(조나 힐)은 케이트와 민디박사에게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던지며 더 저명한 대학교에 검증을 요청하겠다고 하고, 중간선거에 영향이라도 미치게 될까 봐 일단 "지켜보자"라고 대응한다.
공룡을 멸종시켰던 혜성보다 더 큰 혜성이 지구에 다가온다는 무섭고 불편한 소식에 이렇게도 무관심인 것에 대해서 충격을 받은 케이트와 민디 박사. 이 둘은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지도 모르는 소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 투어에 나선다. 그들은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타일러 페리)이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 ‘더 데일리 립’ 출연까지 이어가지만 나쁜 소식도 웃으면서 전달하는 그 프로그램에서 또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은 올리언이 자신의 하락한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 위해서였지만, 어쨌든 우주선을 쏘아 올려서 지구로 돌진하고 있는 혜성의 궤도를 틀어서 지구 멸망을 막으려는 시도가 극적으로 진행됨으로 어찌 됐던지 지구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 우주선은 대형 테크 기업 BASH의 CEO이자 올리언 캠프에 막대한 돈을 지원해주고 있는 피터(마크 라이언스)가 혜성에는 희귀한 자원들이 있으니, 궤도를 틀어서 지구를 비껴가게 하면 안 되고, 이를 잘게 부수어서 태평양으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말 한마디로 지구로 다시 곧장 되돌아온다. 그렇게 졸지에 거대기업과 정부는 손을 잡고 BASH 탐사 채취 드론을 혜성으로 보낼 프로젝트가 착수된다. 그렇게 얻어진 자원이 세계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하지만 참담하게도 BASH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지구는 결국 멸망을 맞는다.
웃음이 지나간 자리
민디 박사와 케이트가 미시간 주립대 교수와 대학원생 박사 수료생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고 아이비리그 대학 쪽에 검토를 요청하는 올리언 대통령. 무인 기술로 혜성의 궤도를 틀 수 있었는데도, 굳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드라마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발사된 "그 대단한 우주선". 비단 이것만으로도 어이가 없는데, 그 우주선이 선거 운동을 지지하는 CEO의 말 한마디로 인해서 지구로 다시 곧장 되돌아오는 모습은 정말 황당하여 웃음이 나온다.
지구의 멸망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끔찍한 소식을 듣고도 계속해서 화제성 있는 뉴스만 우선시되는 상황. 케이트와 민디박사가 목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를 지르는데도 나는 영화를 보면서 "웃었다". 화가 나고 답답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래, 충분히 저럴 수 있지. 뉴스는 다 조작되는 거라니까"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아 버리는 것은 내가 어느샌가부터 그냥 뉴스 자체를 불신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다만, 웃고 나니 한편이 씁쓸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이 영화가 적당한 환멸과 냉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많은 뉴스들이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조작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았을 때야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듯, 뉴스도 역시나 여러 이해관계를 벗어날 수 없겠지. 철저한 계획에 의해서 가공되는 뉴스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해버리게 된 것 같다. 이는 일종의 패배의식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한바탕 웃고났더니 아차. 오히려 이 영화를 보면서 현실에 대한 환멸감을 느껴야 되는 것은 아닌지 뒤늦게나마 자문해보게 된다.
"Based on a true story"가 아니라, "Based on truly possible events"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이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도 보이게끔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게 되자, 그제야 사람들이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제서야 직시할 수 있게 된다. 희귀 광물에 눈이 멀어버린 이기적인 사람들이 일반 대중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Don't look up을 외치는 모습을 보다보니, 핸드폰의 화면에만 고개 숙여 look down하여 집중했던 내 모습이 그제서야 떠오른다. 불행하게도 나도 이 영화 속에서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었던 대중들과 다름이 없다.
그나저나 우리들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혜성 충돌 관련 영화는 어떻게든 인류의 멸망을 막는 극적인 시나리오로 이어졌지 않았나. 하지만 케이트와 민디 박사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그리고 극적인 해피엔딩 결말을 바랐던 나의 바람을 무너뜨리는 듯, 이 영화는 지구를 처참히 멸망시켜버린다. 그나마, 민디 박사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그 멸망의 순간을 함께해서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다만..
자, 그렇다면,Based on truly possible events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은 이 영화를 시청한 우리들의 몫이다.
설마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or 혹시라도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겠지.
(+) 두 개의 쿠키영상이 이어지니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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