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벨벳 버즈소> 제이크 질렌할 영화. "예술보다 돈 얘기가 훨씬 쉽다니까" All art is dangerous. <Velvet Buzzsaw> 넷플릭스.

by evelyn_ 2021. 12. 28.

<벨벳 버즈소> <Velvet Buzzsaw>, 2019
-감독: 댄 길로이
-출연진 : 제이크 질렌할, 르네 루소, 빌리 매그너슨, 토니 콜레트, 존 말코비치.
-장르 : 공포/미스터리/스릴러
-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타임 : 111분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포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 몇 편의 공포영화에서 관객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서 억지로 스토리들을 끼워 맞춘 것 같은 어색함을 몇 번 느낀 적이 있었고, 깜짝 놀라는 것 또한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계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고, 출연진에서 보이는 이름들도 꽤나 눈에 익었기에 흥미로운 마음으로 시청했으며, 나쁘지 않아 소개드려본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서, 특정한 이야기를 억지로 욱여넣었다기보다,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타락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공포, 스릴러를 가미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공포/미스터리/스릴러 영화라고 하지만 그렇게 무섭지도 않았어서 좋았던 것도 분명 사실이다. 다만 정말로 섬뜩하고 등골이 오싹할 영화를 찾으신다면, 이 영화가 그의 적당한 해답은 되어주지 못할 것 같다.

 

줄거리


전시를 보기 위해서 길게 줄 서있는 사람들. 그 옆에서 당당하게 통행권이 없어도 입장하는 모프 밴더월드 (제이크 질렌할). 그는 저명하고 동시에 악명도 높은 미술 비평가이다. 예술업계에선 그의 말을 신의 말처럼 취급할 정도다. 그리고 유명 갤러리를 운영하는 로도라 (르네 루소), 그리고 그녀의 비서인 조세피나(자웨 애쉬튼). 로도나와 모프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각별한 비즈니스 파트너이다.

모프 : "제가 비평 쓸게요. 얼마죠?"
로도라 : "예술보다 돈 얘기가 훨씬 쉽다니까"

그러던 어느 날, 조세피나는 자신의 아파트 위층에 살았던 베트릴 디즈라는 남자의 시체를 우연히 발견하고 911에 신고한다. 그다음 날, 고양이 소리에 이끌려 그 남자의 방에 들어가 보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가 작업했던 수많은 작품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작품들은 단번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었던 디즈는 자신이 죽게 되면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모두 버려달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를 무시한 채 조세피나는 그의 유작들을 자신의 남자 친구인 모프에게 보여준다. 모프는 그 작품이 단번에 대단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조세피나는 자신의 방으로 베트릴 디즈의 작품을 가지고 오고, 수상한 냄새를 맡고 조세피나의 집으로 찾아온 로도라는 조세피나에게 베트릴 디즈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려면, 자신의 도움이 무조건 적으로 필요할 것임을 어필하고, 조세피나는 로도나의 갤러리에서 디즈의 작품을 전시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순식간에 대규모의 마케팅이 계획되고, 베트릴 디즈의 작품은 "우연히 쓰레기 통에서 발견된 그림"으로 그 탄생 이야기가 조작된다. 모프 또한 자신이 로도라가 기획한 디즈 전시회의 안내서를 써줄 테니 대신 책에 대한 독점 권한과 몇몇 디즈 작품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한다.로도라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베트릴 디즈라는 사람의 행적을 찾으면 찾을수록 그가 밟아왔던 어두운 과거들이 발견되고, 그의 작품과 연관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음을 당한다.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 순수하게 고민했던 피어스(존 말코비치)만 제외하고.

 

욕심은 고장 난 브레이크처럼 탐욕과 파멸을 부르고


죽은 이웃의 유언도 무시한 채 오직 돈을 위해 친분도 없던 윗 집에 살던 남자의 유작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집으로 가져오고, 자신의 남자 친구이자 예술 비평가인 모프한테 자신의 전 남자 친구 전시에 대해 편파적인 비평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조세피나. 능숙하게 디즈의 작품의 총 수가 그다지 많지 않고, 모든 작품의 예약이 끝났다는 거짓말로 예술의 희소한 가치를 허구로 부각시키고, 이미 디즈의 작품이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컬렉션을 중단하지 않는 로도라.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리고 자신의 수익을 위해서 비평을 의도적으로 "사용" 하는 모프. 모두가 스마트 폰을 사용할 때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프의 모습에서 그는 자신을 향한 남들의 비평에서 숨고 도망치고 있었음이 느껴진다. 그가 생산적인 비판이 아닌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비평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아니, 마치 사필귀정처럼 그들은 모두 불행한 결말을 맞는다.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이자, 흥미로운 세계인 현대미술 장르


한편으로, 로도라의 라이벌인 존 돈돈이 피어스의 작업 공간에 방문하게 되었을 때, 쓰레기 더미를 보고 예술작품인 것으로 착각하고 대단하다고 이야기한 장면에서 웃었다가, 그레천이 갤러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그녀의 피와 사체가 전시의 일부인지 알고 그저 지나치고, 심지어 아이들은 가짜 피인 줄 알고 발로 밟고 돌아다녔다는 것을 보면 참 끔찍하다 싶었다. 작가가 의미와 스토리와 시각을 어떻게 부여하는 가에 따라서 평범한 일상 속 어떤 사물이던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현대미술이 흥미롭다가도, 예술을 비극과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했다.

All art is dangerous.


이 영화를 보고서 현재 예술계가 이렇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것이고, 만약 정말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로 모든 예술계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난 이 영화에서 그려진 예술계의 모습이 실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정 짓진 않을 것이다. 다만 예술시장도 우리 일반적인 사람이 모이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겠다.

당연히 예술 작품이라는 것은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상품으로써 가치가 인정되어 누군가에게 팔리고, 그렇게 해서그 작품을 만든 작가에게 수익이 안겨지고, 그 수익으로 계속해서 작품 활동이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선순환 구조는 마냥 "그림같이" 이상적이기에 어렵다. 우리는 우리 인간은익히 돈이 짭짤하게 되는 것에는 이성을 잃기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나?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탐욕스러운 자들 손에서 술작품은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상품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예상이라기보다 거의 디폴트 값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관람객들은 몇몇 사람들의 짜여 마케팅에 놀아나기도 한다. 하지만 감히 이야기하자면, 그러한 탐욕의 팽배가 작가들의 작품 활동의 의지를 꺾는다면 그 점은 참으로 안타까울 것 같다.

"어느 곳이던지 간에 우리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어딜 가나 똑같구나"라는 약간의 씁쓸한 감정을 느껴본다. 다만 예술의 가치에 집중하기보다는, 돈이 될까 말 까만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두 영화 속에서 저주를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되니,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히 있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해지리라 생각한다.

All art is dangerous.
어떤 의도로 제작되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어느 누군가의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인해 예술 작품은 언제나 위험한 무기로 돌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기에 모든 예술은 위험하다.

(+) 개인적으로 감상을 덧붙이자면, 오랜만에 <존 말코비치 되기> 영화를 다시 봐야 하나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보다 존 말코비치의 분량이 적고 비중이 적은 부분이 아쉬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