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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싱> 비교는 인생의 기쁨을 훔쳐가는 도둑<Passing>, 2021, 영화 패싱, 넷플릭스 영화 추천 ,테사 톰슨, 루스 네가 주연.

by evelyn_ 2021.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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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Passing>, 2021

-감독 : 레베카 홀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출연 : 테사 톰슨, 루스 네가, 안드레 홀랜드

-러닝 타임 : 98분

 

백인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흑인들이 자신이 흑인이라는 점을 숨기고 백인 행세를 하는 것을 "패싱"이라고 한다.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1920년대 뉴욕. 아이린(테사 톰슨)은 아들의 생일 선물을 사러 갔다가, 더위를 피하고자 들어간 호텔에서 어렸을 적 친구인 클레어(루스 네가)를 만나게 된다. 아이린과 클레어는 비록 흑인이지만, 일반 사람들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의 백인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아이린은 할렘에서 흑인 의사의 아내로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고, 반면에 클레어는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을 감추고 백인 남성과 결혼해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다. 클레어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스위트룸으로 아이린을 초대하고, 그동안 못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 와중에 흑인을 혐오하는 클레어의 남편인 존 벨류가 도착하고, 그는 아이린에게 자신은 흑인을 혐오한다고 말하며, 그들을 자신의 하인으로도 들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백인 행세를 하면서 살아가는 클레어의 모습과, 그녀의 남편 존의 흑인 혐오에 아이린은 많은 모욕감을 느끼고, 이후 아이린은 클레어가 여러 통의 편지를 보내는 것도 모두 무시하고 그녀와 어울리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린의 남편인 브라이언도 클레어랑 어울리지 말 것을 바란다.

 

 하지만 클레어가 직접 아이린 집으로 찾아오고, 클레어가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자신에게 백인으로 남들을 속여가며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서 외로움을 토로하고, 아이린의 삶에 대해서 부러움을 표시하자, 클레어도 아이린을 이해하기로 하고 함께 어울리기 시작한다. 아이린도 아이린 남편인 브라이언도 언제 그랬냐는 듯 클레어와 돈독하게 지낸다. 

 

  그러나 아이린이 자신의 남편과 클레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한편 클레어가 흑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분노한 그녀의 남편 존이 파티장에 찾아와서 "추악한 사기꾼"을 외치고 클레어를 향해 걸어올 때, 클레어가 창 밖으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클레어가 자신의 의지로 창밖으로 떨어진 것인지, 아이린이 밀어서 클레어가 떨어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클레어가 추락하기 전에 바로 직전에 옆에 서있던 클레어는 존이 아이린을 밀지 않았고, 클레어 스스로가 발을 헛디뎌서 떨어졌다고 경찰에게 이야기한다. 

 

 

 

클레어와 그녀의 남편 존&nbsp;

 

Comparison is the thief of joy.

 

   아이린은 자기 자신을 백인이라고 속이면서 살아가는 클레어의 삶에 대해서 정직하지 못 하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 또한 클레어처럼 백인 행세를 하고 살아갔으면 어땠을까라고 계속해서 클레어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서 생각해 봤을 것이다. 자신이 놓쳐버린 기회비용처럼 말이다. 분명 영화 초반에는아이린은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클레어를 만나고 이후부터는 그녀는 자신의 삶과 클레어의 삶을 서로 비교하며 구태여 아이린 본인의 삶을 불행으로 이끌어갔다. 그렇게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족과 의심은 계속해서 증폭되었다. 

 

"남들 생각도 똑같을걸요. 그냥 이국적이죠. 달라서 흥미를 느끼는 거예요. 감정의 동요랄까. 낯설고도 조금은 불쾌한 존재에 느끼는 감정 말이에요."

 

 어느 정도는 나 자신과 남을 비교하고, 선망하고, 그러므로 그들에게서 좋은 면을 본받고자 하는 태도는 나의 발전을 만드는 긍정적인 동력이 된다. 하지만 그 비교도 정도가 지나치면,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들이 순식간에 쌀알만 하게 작아지고, 동시에 남이 떡이 커 보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기분은 우리 중 누구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내 행복이 남들의 행복보다 작다고 느껴지고, 이에 비참한 기분이 드는 것 말이다. 이처럼 남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내가 가지고 있던 행복들이 까맣게 잊어지고 지워지는 것이 너무나 쉽다는 것을 수차례 경험해보았던 터라, 나는 나를 남과 비교하는 걸 늘 경계하려고 한다.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클레어의 삶을 계속 동경하고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린. 

자신이 선택한 삶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원래 정체성과 자신의 원래 소속을 그리워하는 클레어. 

 

그 둘은 서로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이루지 못 한 삶의 모습을 보았고, 그것을 동경하면서도 자신의 삶과 끊임없이 비교했다. 우리들의 삶은 만족스러워야 할까? 아니 그것보다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만족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이 의미가 없어지는 걸까? 만족에 집착하는 삶은 어찌 보면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삶에 비해 너무나 쉽게 절망에 빠질 수 있는 삶이다. 

 

아이린과 클레어&nbsp;

 
우리 안의 여러 자아 속에서 

 클레어와 아이린의 모습은 마치 한 사람 안의 두 가지 자아의 모습 같기도 하다.

 아이린은 흑인들이 여러 폭력적인 사건에 휘말리고 탄압받는 것을 늘 방어적으로 대하며, 자신의 아들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자신과 다르게 백인의 삶을 선택을 한 클레어를 계속 동경하고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클레어도 마찬가지이다. 백인의 삶을 선택했지만, 흑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고, 자신이 누리는 여유로운 삶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외로움에 괴로워하며, 아이린의 자유로운 삶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아이린이 다과회에서 클레어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주전자를 실수로 놓쳐서 깨뜨린 다음에 하는 대사에서, 둘 중에 어느 한 자아는 깨어지고, 해방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처치 곤란이었는데 오히려 잘 됐어요. 몰랐네요. 깨뜨리기만 하면 영원히 해방되는 걸. "

 그렇게 그녀는 그렇게 자신 안에 있던 백인 행세를 하는 클레어를 창밖으로 밀어내어 "깨뜨리고", 흑인 자아, 즉 아이린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흑백 화면에서 알 수 없는 것. 

 

 흑백 화면이 주는 클래식한 느낌이 좋았고, 인종 관련 소재를 다루는 이야기를 흑백 화면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연출에 대한 특별한 의미 부여가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흑백영화이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첫째로, 클레어의 백인 남편인 존이 아이린 앞에서 자신이 흑인을 혐오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이 적지 않아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이해가 어려웠는데, 클레어의 남편이 아이린이 정말로 흑인 같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지 (마치 백인 같아서), 아이린이 흑인인걸 알면서도 흑인에 대한 혐오를 아무런 필터링 없이 말했던 건지, 아니면 아이린이 백인 같아 보이게 화장은 특별하게 하여 백인이라고 속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나에게 영화 속 아이린은 고민할 것 없이 흑인이었다. 흑백 영화에서는 색을 느낄 수는 없지만, 어둡고 밝은 것은 충분하게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린뿐만 아니라, 클레어 또한 늘 화장을 짙게 했기 때문에 백인처럼 보이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백인에 가까울 정도로 피부가 원래 하얗던 건지 흑백 화면을 통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컬러 영화였다면 클래식한 분위기는 덜하더라도 내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부분에 대한 파악도 물론이거니와, 클레어와 아이린의 생활하는 환경과 외적인 모습이 좀 더 대조적이면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었을 수 있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한편 내가 인종차별이 영화 속 배경처럼 만연한 환경 속에 놓여있었던 적은 없었던 터라, 그저 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도 반문하게 된다. 나 또한 차별을 당하는 상황에 처해져 있었다 보면, 더욱 이 영화에 대해서 이해가 잘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떠랴. 영화는 얼마나 정확하게 깊게 이해했는지보다는, 단지 내가 이 영화를 어떻게 느꼈는지가 중요할 테니까. 그리고 영화를 통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알게 되면 더욱더 좋은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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