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피라시>, Seaspiracy, 2021
★★★★☆
- 넷플릭스 오리지날 다큐멘터리
- 감독/각본 : 알리 타브리지, 킵 앤더슨
초반부터 끝까지 정말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다큐멘터리이다. 보고 나면 무엇인가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듯, 새로운 사실들이 마치 그물처럼 연관되어있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맹점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이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선 우리는 어렸을 적 익히 배웠었으나, 커가면서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었을 수 있는. 하지만 들으면 곧장 그 개념이 생각날 "생태계 피라미드"에 대해서 곱씹어 보면 된다.
"생태계 피라미드"란
생태계 안에서 먹이사슬에 의해 이루어지는 생물의 수와 양을 표시한 것으로 피라미드 모양을 가지고 있다. 3층 피라미드를 상상해보자. 가장 아래에 생산자, 그리고 그 바로 위에 1차 소비자, 그리고 꼭대기에 2차 소비자가 있다. 2층의 1차 소비자의 숫자가 증가한다면 어떤일이 일어나게 될까? 1차 소비자를 먹이로 하는 2층의 2차 소비자의 숫자가 증가하게 되고, 반면에 1차 소비자가 먹이로 삼는 생산자의 숫자는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차 소비자의 숫자가 증가했고 1차 소비자의 먹이인 생산자의 숫자가 줄어들었으니, 결국에 다시 1차 소비자의 숫자가 감소하게 된다. 결국에는 다시 원래의 피라미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생태계는 먹이사슬 구조에서 한쪽의 생물의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조절이 되면서 그 평형이 유지된다.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다.
https://en.wikipedia.org/wiki/Ecological_pyramid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면 그 주범은 무엇일까?
우리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비단 생태계가 다시 평형의 상태로 회복 능력을 잃어버릴만큼 생태계 하위층을 파괴한다 하는 배스, 블루길, 황소개구리들과 같은 외래종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는 상업적인 어업 (commerial fishing)또한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키고 파괴시킨다고는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왜 우리들은 소, 돼지등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기르고 도살하여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 동물을 보호해야 함을 외치고, 채식주의자의 삶을 고민해보기도 하면서, 왜 지금까지 생선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 하게 된 걸까 싶다. 우리는 왜 이렇게 어업에 대해서 아무런 경각심을 갖지 못하였던 것일까? (하물며 물고기도 신경계가 있으며, 모든 척추동물에 있는 기본 요소들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들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바다에 상어가 있는 걸 두려워하면 안 돼요. 바다에 상어가 없는 걸 두려워해야죠.
상어는 바다를 건강하게 합니다. 수산자원과 생태계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산호초가 살아있게 합니다.
상어가 없다면 지느러미가 잘리다 멸종 된다면, 바다는 늪이 돼요. 그럼 다음엔 누가 죽을까요? 우리입니다. "
무분별한 commerical fishing의 문제점
그리고 곧 어업으로 발생하는 환경쓰레기들도 그제야 그 실체를 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조금은 허무한 기분이 들기도 할 수도 있다. 이 다큐에서는 해양의 쓰레기 중 46%가 그물이라고 이야기하니 말이다. 그 그물에 속수무책으로 상어, 여러 어류 및 바다새, 바다거북 등이 우발적으로 잡힌다. 그래도 바다로 다시 보내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미 그물로 들어 올려 올 때쯤은 이미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많고, 그냥 떠다니는 폐그물, 폐어구에 걸리거나 갇혀 그래도 생을 마감하는 일도 잦다. 상업적인 어업은 이렇듯 직접적으로도 물고기 개체 수를 무차별하게 줄이고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자신의 피라미드 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끔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 활동으로 바다에 버려진 (그것이 실수로 버려졌다고 한들) 폐어구들이 또한 바다의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해양 생태계를 위하는 길
이 다큐에서는 바다를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의 우리를 위해서 당장 생선을 더 이상 먹지 않을 것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100% 맞는다고 맹목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서 생각하지 못 했던 "어업" 이 얼마나 큰 환경적인 파장을 가져오는지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이면 일단 지금은 나에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나는 무엇이 진실일까. 진실을 무조건 알아해.라는 생각을 멈췄다. (어떤 이야기와 사건에 대해 "진실"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냥 지금은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일 수도, 아니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어떤 사건과 이야기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다고, 그리고 나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무조건적으로 소시민적이고 방관자적인 태도를 일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과 이후의 나가 분명히 같지는 않다. 적어도 해양 생태계를 바라보는 나의 시야는 넓어졌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대로 나의 삶을 이 다큐가 전하는 이야기를 몰랐던 이전의 나로만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생선을 먹지 않으려는 의지가 부족하더라도, 적어도 깨어있는 의식적인 소비자가 되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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