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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 영화 리뷰. 제프리 러쉬 주연.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불만족을 가까이 하는 삶 , 유명 화가 자코메티 이야기, Final Portrait, 2017

by evelyn_ 202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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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포트레이트> , Final Portrait, 2017

★★★★☆

 

- 각본/감독 : 스탠리 투치

- 주연 : 제프리 러쉬 (알베르토 자코메티 역), 아미 해머 (제임스 로드 역),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64년 파리. 미국인 작가 "제임스 로드"가 당시 가장 성공하고 존경받는 "알베르토 자코메티"로부터 초상화 모델이 되어줄 것을 요청받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한 제임스. 하지만 길어진다면 고작 반나절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던 초상화 작업이 끝도 모르게끔 계속 길어진다면 어떨까? 

 

 이 영화는 제임스 로드가 18일 간 자코메티의 초상화 모델로써 그와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점을 일지처럼 기록한 <A Giacometti Portrait>(작업실의 자코메티)>를 원작으로 한다. 첫째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지금껏 잘 모르던 작가인 자코메티 대해서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게된 것이 우선 좋았다. 자코메티의 삶은 경이로우면서도, 유쾌했고, 안타깝기도하면서도, 한편으로 위로가 되었다. 이 영화는 그의 초상화 모델이 되어준 제임스 로드, 그의 아내, 애인 및 동생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자코메티 인간 자체에 대한 인상과 여운이 짙게 남아, 이를 중점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완벽함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끈기와 용기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긍정적인 힘을 실어줘야 할 의무를 느낄 때가 있다. "너는 할 수 있어" "더 잘 할 수 있어" 라고.

우리는 그렇게 내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해주어야 하며, 이는 긍정적인 변화와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고 배워왔으며, 당연하게도 부정적인 말은 부정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에 부정적인 결과를 연쇄적으로 낳을 것이니 이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습득해 왔다. 하지만 자코메티는 제임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자신의 그림을 향해 계속해서 외친다. "가망 없어" "젠장" "이런 망할 정말 안 풀리네" "죽겠네" "망할!"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가 내뱉는 자기 조소적인 탄식이 나에게는 자코메티가 자기 자신을 끝없이 자극하는 "채찍질"으로 들렸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계속 내뱉으면서도 그는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끊임없이 다시 붓을 들고, 계속해서 찰흙을 만졌다. 

 

 

-"늘 이런 식이세요? 본인 능력을 못 믿는 거요"
"당연하지. 해마다 더 심해지고 있어" 

"하지만 해마다 더 성공적이잖아요 "
-성공보다 의심을 더 키우는 게 있나?" 

 

 까다롭고 기준이 높은 것은 가끔 무례하고 까칠하기도 해석되기도 하나 (실은 한끗차이인듯 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완벽함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감각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며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태도에서 용기를 옅보게될 때가 있다. 나는 가끔 "알아서 잘 되겠지" 라고 넘겨버리려고 하는 나의 태도를 고치고 싶을 때가 있다. 왜 나는 순순히 그냥 넘겨버리려고 하는가? 만족하지 못 했는데.. 맘에 들지 않는데.. 남이 나를 너무 까다롭게 생각할까봐, 혹시나 너무 유별나다고 생각할까봐, 맘에 들지 않아도 그대로 넘겨버렸을 때가 많았음을 고백한다. 너무 좋게 좋게 쉬운 길로만 가려고 했으며, 그 쉬운 길을 택함으로 비난을 감수하지 않았었다. 감내할 용기를 포기했던 것이다. 

 

 자코메티라고 한들 자신의 완벽주의적 성향때문에 초상화가 쉽사리 완성되지 않아 제임스가 뉴욕 귀국 일정을 계속해서 늦추는 것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없었을까? 불편한 의자에서 불편한 자세로 초상화 모델이 되어주는 그에게 더 편안한 자세를 취하라고 권유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을 위해서 누구보다 까다롭고 엄중하게 제임스에게 자신이 원하는 포즈를 요청하고, 틀어지면 지체없이 바로 잡았다. 또한 초상화를 완성시킬 수 있을 때 까지 조금 더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제임스에게는 시간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작업물을 회색으로 덮고 다시 그리고 덮고 다시 그리는 수정작업을 반복한다. 그는 그의 작품에게 엄격했고, 그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이 중요했다.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서 불만족을 원하는 삶. 
 

 이 영화는 자코메치가 예술계에서 명성과 인지도를 쌓은 이후 그의 말년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가 젊었을 때도 이렇게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부정했고 만족하지 못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까다롭지 않았지만, 그의 젊은 시절의 성공이 그를 이렇게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게끔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그 인과 관계를 정확하게 따질 수 없더라도, 한편 자신을 끝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가 대단하면서도 안쓰럽다는 생각도 했다. 자코메치의 그런 끈기는 성공의 발판이 되어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자신이 성장할 수록 자신을 판단하는 잣대를 더욱 더 엄격하게 설정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자기 안의 자신과 끝없이 사투하였고, 그의 이러한 집착적인 자기비하와 자기반성은 그를 옳아메고 절망으로 몰아세웠다. 식사를 하려고 집 밖으로 나서면서도 계속 작품에 대한 생각때문에 결국은 작업실로 되돌아 오기도하고, 거의 연습해서 익힌 동작처럼 정형화된 그의 매우 간단하고 간결한 식사 패턴 (먹는다는 표현보다, 마신다는 표현이 어울린다.)은 한평생 작업에만 최대한 시간을 소비하고 몰두했을 그의 치열했을 인생을 짐작할 수 있다. 

 

 저명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단촐한 자신의 화방에서 작업에만 집중하며, 자신의 상황이 절박하고 불편해야 완벽을 위해서 노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치열하게 삶의 의미를 채워갔던 자코메티의 말년 삶을 보며, 열정의 의미와 겸손함의 숭고한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처럼 열정적으로 진지하게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그리고 가끔은 위트있는 말들로 가끔 입가에 웃음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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