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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바리움> 이모겐 푸츠, 제시 아이젠버그 주연. 예상하지도 못 했던 미로같은 삶에 갇혀버린다면 Vivarium, 2019

by evelyn_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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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움> <Vivarium>,2019

-감독 : 로칸 피네건

-주연 : 이모겐 푸츠 (젬마 역), 제시 아이젠버그 (톰 역)

-러닝타임 :97분

-등급 :15세 관람가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영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이야기인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보게 된 영화였다. 최근에 봤던 <카페 소사이어티> 영화에서 제시 아이젠버그가 나오는 영화이기도 했어서, 그가 나오는 작품들을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고, 아직까지도 잔상이 남았다. 이 잔상이 옅어지기 전에 줄거리와 느낀 점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적어보는 포스팅이다. 


줄거리 

 학교의 교사인 ‘젬마’ 는 자신의 남자 친구인 정원사 '톰'과 함께 이사할 곳을 찾으러 간다. 그러던 중 중개인 "마틴" 으로부터 ‘욘더’라는 곳을 소개받고, 그를 따라서 모든 전원주택들이 정형화되어 있는 독특한 마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9호 집을 소개받는 젬마와 톰. 이웃들의 인기척이 없고 이상한 기묘함에 사로잡힌 순간, 중개인은 사라져 버린다. 젬마와 톰도 기묘한 그곳에서 서둘러 빠져나가기 위해서 차에 올라타지만, 어느 곳으로 운전한들 9호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해의 방향을 참고하여 나갈 길을 찾고자 떠나지만, 그들은 결국 9호 집으로 돌아올 뿐이었다. 미로 같은 곳에 갇혀버린 그들. 허망해진 그들에게 집 문 앞에는 그 안에는 몇 가지 진공 포장된 음식들이 있는 상자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 상자가 누가 배송했는지 ,어디서 배송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런 대비도 없이 집을 보러 왔다가, 한 순간에 이상한 마을에 갇혀 버린 톰은 결국 분노하여 집을 불태우고, 피곤에 지쳐 길바닥에서 젬마와 함께 잠들지만, 다음 날 그들을 반겨준 것은 그 전날 그들이 받았던 것과 동일한 상자. 하지만 그 안에는 신생아가 들어있었고, 그 상자에는 "아이를 기르면 너는 풀려날 것이다(Raise the boy and You will be released)"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기르게 될 집을 알려주듯이, 불에 탔어서 형체를 잃었어야 할 집은 멀쩡 언제 불이 났냐는 듯이 태연하게 그들의 앞에 멀쩡하게 서있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길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그 신생아는 일반 인간들과는 다른 성장속도와 특징을 가졌었다. 그는 일반 인간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며, 특이하게 성인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젬마와 톰을 기가 막히게 똑같이 따라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고, 시도 때도 없이 괴성을 지르는 특성도 가지고 있었다. 젬마와 톰은 맛을 느낄 수 없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지칠 때로 지쳐갔다. 그러다가 톰은 토양이 일반적인 토양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고, 그 밑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확신을 품고 곡괭이를 사용해서 매일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 소년은 일반 인간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화면들이 나오는 TV를 보는데, 보지말라고 리모컨을 빼앗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리모컨으로 TV를 켜서 보는 그의 행동에 화가 끝까지 난 톰은 그 소년을 차에 가두고 굶겨 죽이려고 한다. 그래야 지만 이 끔찍한 상황을 기획한 사람들이 그 소년을 구하려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젬마는 학교 선생님이 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에 생겼을지 모르는 모성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톰의 의견을 듣지 않고 그 소년을  구해주게 된다. 

 

 그러다가 하루는 그 소년이 사라졌다가 어떤 책 하나를 들고 들어오는데, 그책에는 이상한 외계어들로 가득해서 이해할 수 없었다. 젬마는 그 소년이 어디에서 가서 이 책을 가져왔는지 매우 궁금했다. 하지만 어디서 누구를 만났냐고 물어보는데 답하지 않자, 흉내내기 놀이를 하자도 제안하게 된다. 젬마가 그 소년에게 자신이 맞난 사람을 흉내 내 보라고 하자, 그 소년은 정말 기이하게도 괴물처럼 목을 부풀리며 끔찍한 소리를 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성인이 되고, 젬마는 소년을 미행해 보았지만 성과가 없었고, 톰 또한 땅을 꽤 많이 팠긴 하였으나 성과가 아무런 힌트도 찾지 못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매일매일 땅을 파면서 몸이 쇠약해졌다. 그러다가 톰은 땅에 묻혀져 있던 시체 가방을 발견하고 기겁하게 되고, 그는 결국 쇠약해진 몸과 질병들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게 된다. 소년은 톰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약을 찾아달라던 젬마의 부탁도 거절하고, 톰이 죽은 이후 배달된 가방에 톰을 넣고 진공 포장하여 톰이 판 구덩이 속으로 던진다. 

소년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영화 초반의 뻐꾸기 새끼가 입이 찢어질 듯 울부짖던 모습을 리마인드시킨다.&nbsp;

 톰을 잃고 상심에 빠진 젬마. 젬마는 소년을 죽이기 위해 곡갱이로 내려치지만, 크리티컬 한 타격을 입히지는 못 하고, 그 소년은 기이하게 갑자기 네 발로 뛰며 집 앞 보도블록 안에 숨겨져 있던 공간으로 도망친다. 그곳에 따라 들어간 젬마는 끔찍한 기억들을 보게 된다. 젬마와 톰과 같이 욘다 9번 집에서 "배달된 소년"을 기르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다시 9번 집으로 돌아온 젬마도 충격으로 숨을 거두게 되고, 소년은 톰을 처리했던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진공백에 담아 구덩이에 던지고 땅으로 그 구덩이를 채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풀이 돋아다는 그 자리.

 

 그리고 그 소년은 톰과 젬마의 차에 기름을 넣고 운전하여 욘다 중개인 사무실로 가서, 마틴의 시신을 톰과 젬마에게 했던 듯이 진공백에 넣어, 작은 사이즈로 구긴 후 뒤쪽 서랍에 넣는다. 그리고 그 소년은 톰과의 젬마처럼 집을 보러 오는 한 커플을 맞이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예상하지도 못 했던 미로같은 삶에 갇혀버린다면

 영화 초반 방과 후 뻐꾸기에게 밀려서 둥지 밖으로 떨어져서 죽음을 맞이한 새끼 새를 보고 젬마와 아이가 대화를 나눈다. 

 

"불쌍한 아기 새한테 누가 이랬을까요?"

"뻐꾸기 짓일까?둥지가 필요했나 봐 "

"둥지가 필요하면 직접 만들면 되잖아요. "

"자연의 섭리야 그냥 이런 일도 생기지. "

"이런 일은 싫어요 끔찍하잖아요"

"그래,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해. "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얼떨떨한 관객들에게 조금의 이해의 실마리를 주기 위해서일까. 영화는 둥지에서 떨어져서 죽음을 맞이한 새끼 새들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뻐꾸기는 희한하게도 자신의 집을 지을지 모른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집을 지을 줄을 모르다 보니, 알을 품게 되면 남의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그것도 모자라서 뻐꾸기 새끼는 원래 그 둥지의 주인의 알들보다 더 먼저 알에서 부화하고, 둥지 안의 모든 알이나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어서 죽인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모두 아는지 모르는지, 뻐꾸기를 기르게 된 "숙주" 새는 뻐꾸기가 자신의 아이도 아님에도, 뻐꾸기가 약 20일간 큰 후 둥지를 떠날 때까지 먹이도 물어다 주면서 길러낸다. 이렇게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남이 품어 부화시킨 다음 기르게 한다는 것을 "탁란"이라고 하는데, 영화 <비바리움>은 우리가 이러한 탁란의 세상의 숙주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기이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톰과 젬마는 자신들이 살 집을 찾았고, 그렇게 그들의 소원을 이룬 듯 그들에게는 집이 주어졌다. 하지만 제공되는 음식에서는 맛을 느끼지 못 하고, 한벌의 여분의 옷 말고는 가지고 있는 추가적인 옷도 없었다. 바람도 음악도 없었고, 매일 똑같은 구름, 날씨 안에서 기묘한 남자 한 명을 길러야 했다. 다행히 커피가 있었다. 하지만, 향도 맛도 없는 커피가 어떤 위로가 되어줄 수 있었을까? 

 

비바리움(vivarium)은 관찰 혹은 연구를 목적으로 테라리엄 속에 소동물을 함께 넣어 감상하는 원예 활동을 뜻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특정 생물이 살아가는 조건을 모방하여 만들어서 생물을 키우기도한다. 그렇게 작은 환경에 갇혀 살아가는 생물들을 보면서 기쁨을 느낀다지만, 우리가 그 비바리움 안의 생물이 된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지금 최상의 포식자의 위치에 있지만, 언제 우리는 누군가의 실험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섬뜩하다. 떨어져서 죽음을 당한 새끼 새를 보면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라고 무심한 듯 이야기했지만, 젬마와 톰은 순식간에 본인들이 끔찍한 일에 얽히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의 소년이 외계인인지, 아니면 어떤 동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지금의 생활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알수 없다. 우리가 늘 우리의 자식들을 직접 기를 수 있을까? 미래에 우리들은 AI들을 인간의 특징을 가지게끔 길러야 하는 숙주의 위치가 될 수도 있으며, 외계인을 기르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의 삶을 누군가가 관찰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지금 우리 삶 또한 비바리움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있는 현실이 비바리움이든, 우리가 비바리움을 만드는 주체인지 간에, 우리의 삶이 마냥 천국 같다고 할 순 없지만, 이 영화를 보면 지옥은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https://ko.wikipedia.org/wiki/%EB%B9%84%EB%B0%94%EB%A6%AC%EC%9B%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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