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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핑크 클라우드> 영화 리뷰. 격리와 단절의 시대 The Pink Cloud, 2021 왓챠 영화 추천. 코로나 시대 관련 영화.

by evelyn_ 202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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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클라우드> The Pink Cloud, 2021 

 

- 감독 : 이울리 제르바지

- 출연진 : 르나타 렐리스, 에두아르도 멘돈카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클럽에서 만나 원나잇을 즐긴 "지오바나"와 "야구". 

다음 날 지오바나 집에서의 아침. 들이마시기만 하면 10초 내에 사람을 죽음에 일으키게 한다는 분홍색 구름이 전 세계 곳곳에 출몰하고, 이를 피해 당장 가장 가까운 곳 실내로 당장 대피하라는 정부의 계엄령에 따라 얼떨결에 외부와 통하는 모든 창문과 문을 꽁꽁 닫고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하루, 이틀로 끝날 줄만 알았던 격리가 언제 끝날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지고, 정부는 원격 조종 드론으로 집마다 튜브를 설치하고 음식물과 필요한 물품을 배달하기 시작하며, 지오바나와 야구 또한 같은 공간에 함께 지내가면서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느 관계처럼 그들의 가치관은 데칼코마니처럼 같지 않았고, 특히나 아이에 대해서 그들은 의견이 상충한다. 야구는 아기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지오바나는 아기를 가지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는데, 결국 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고 그들은 부모가 된다.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격리 생활을 이어가면서 그들은 활력을 잃고 지쳐가는데, 지오바나는 결국 이별을 선고하기에 이르고 둘은 한 층씩 따로 생활공간을 나눠 쓰면서, 각자 정해진 날에 아들을 나누어서 보살피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둘은 결국 다시 함께 아들을 보살피고 기르게 된다. 이후 야구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인정하고, 그 안에서 적응하여 살아가고자 하는데, 지오바나는 계속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관한다. 그러한 지오바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야구와 AR 안경을 선물하게 되는데, 지오바나는 가상세계에 과도하게 중독되고 만다. 아들은 엄마에게 AR 안경을 떨어뜨려 부수면서 "현실에 돌아와 같이 살자"라고 소리치지만, 가상세계를 잃어버린 지오바나는 결국 분홍 구름을 마시고 죽음을 택한다. 

 

"이 영화는 2017년에 쓰였습니다. 실제 사건과 닮은 건 순전히 우연입니다"

 

  검은색, 회색깔 구름 혹은 연기만이 몸에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영화에서 순식간에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구름의 색깔을 분홍색으로 설정했다는 자체가 흥미로웠다. 지오바나와 야구가 정부로부터 조달받아서 물에 타 먹던 주스도 핑크빛이었는데, (아마 다양한 영양을 한 번에 섭취하기 좋은 음료로 생각된다.) 살인적인 "핑크빛" 구름에 피해서 집에 갇혀버린 그들이 살기 위해서 섭취해야 했던 것은 "핑크색" 음료였다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 중에 하나였다. 

 

 이 영화는 아무런 대비 없이 폐쇄된 공간에 무기한 갇혀버린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새로운 현실을 계속해서 부정하고, 가상현실 속으로 도피를 하다가 결국에는 자살을 택한 지오바나처럼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달라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정신을 의지하기 위한 가상의 신을 만들면서 순응하고자 했던 야구의 모습으로 살 것인가?   이 생각을 하다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문득 생각났다. 끔찍했던 수용소의 생활에서 언젠가는 벗어날 상상을 하며 희망을 가지고 삶에 대한 의지를 가졌던 사람들이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렇기에 우리가 집안에 갇혀버린다면 우리는 집에서 벗어날 생각과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수용소랑 집은 또 그 의미가 많이 다르지 않은까? 집도 나름 안전하고 또 다른 일상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테니, 야구처럼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정말 원치도 않았던 사람과 순식간에 같은 공간에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격리를 감내해야 한다면? 누구에게는 수용소와 같은 지옥일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락다운 단상 

 또한 이 영화는 베트남에서 락다운으로 인해서 3개월간 집에서의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생활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했던 바이어스의 전파 속에서 우리도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이 순식간에 변화를 맞이했었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도 많았다. 바깥세상이 그리웠다. 그 격리 생활 속에서 우리는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과거의 생활을 그리워하면서도, 집 안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그 익숙함도 어제 그랬냐는 듯 지겨움과 답답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던 때가 까마득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것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상황을 감사하게 되었다.

 

 나에게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코로나를 만나게 된 것은 공포나 다름없었지만, 특히 이 베트남에서 격리를 하면서, 그저 집에서 안전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서, 지금 돌이켜보면 좋은 경험이 되었지 않나 한다. 그래도 몇 개월이었어서 다행이지, 이 영화처럼 몇 년간, 언젠가 끝날지도 모르는 격리를 해야 한다면? 지금 한국과 베트남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외출할 때 마스크 착용이 불편하고, 코로나에 어디서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어도, 그래도 꽤나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이 상황 자체를 마음속 깊이 감사하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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