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빈의 방> <Marvin's Room>, 1996
-감독: 제리 작스
-주연 : 다이앤 키튼 (베시 역), 메릴 스트립 (리 역)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행크 역), 그웬 버돈 (루스 역), 로버트 드 니로 (윌리 박사 역)
-러닝 타임 : 100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메릴 스트립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 출연한 작품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돈 룩 업>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둘은 꽤나 오래 전인-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인 1996년. 영화 <마빈의 방>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추었었다는 것을 아는 분은 아마 많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
https://with-evelyn.tistory.com/57
<마빈의 방>에서 두 배우는 모자 사이로 등장한다. 메릴 스트립은 1949년 생.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1974년 생이니, 영화 개봉 당시 1996년을 기준으로 하면 메릴 스트립은 40대 중반, 디카프리오는 20대 초반이었으니 딱 자신의 나이대에 맞는 역할이었지 않나 싶다. 15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두 배우의 당시 앳되고 젊은 모습을 보는 것은 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 덤으로 다이앤 키튼, 로버트 드 니로도 볼 수 있는 영화다.
* 포스팅하는 날짜 (22년 4월 5일) 의 "키노 라이츠" 앱 기준
왓챠에서 정액제로 감상 가능. Seezn, 네이버 시리즈 온, Applie TV+에서 대여 가능.
줄거리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베시 (다이앤 키튼)는 홀로 집에서 아버지 마빈과 고모를 돌본다. 동생 리(메릴 스트립)는 아버지 마빈이 쓰러지고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언니에게 맡겨둔 채 자신의 삶을 찾아 멀리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안 베시는 같은 골수를 가진 혈육이 필요했기 때문에 20년 동안 헤어져 있던 동생 리(메릴 스트립)를 찾는다. 오하이오에서 두 아들인 행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찰스와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던 리. 행크가 집을 불태우는 바람에 거취할 곳조차 없어져버린 리는 수녀원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베시의 소식을 듣고 두 아이들과 함께 베시를 만나러 간다.
그렇게 20년 만에 만난 두 자매. 반가움보다는 어색함이 흐른다. 매사에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던 행크는 뜻밖에도 이모와 잘 지낸다. 아들 행크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리의 마음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두 자매의 원망과 미움이 서서히 사랑으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리의 골수가 베시와 맞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고민하던 행크는 골수 검사 진행을 하기로 결정한다. 안타깝게도 행크의 골수까지 베시와 맞지 않는다.
인생. 그 안에서의 가족의 의미.
리는 자신의 인생이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리는 자신의 아버지를 자신의 언니 베시에게 맡겨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러 떠났다. 리는 곧 미용학원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그 자격증만 있으면 자신의 인생이 드디어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래서 리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돌보는 일은 자신의 인생이 끝난다는 말과 같았다. 리는 베니에게 자신은 아버지 마빈을 모실 수 없다고 단언한다.
게다가 모든 것은 이유와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던 리는 자신의 언니인 베시가 20년 동안 자신의 아버지를 혼자 돌본 것도 뭔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그 대가가 구체적으로 자신의 골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베시는 20년 동안 아버지와 고모를 모시며 댓가를 바라지 않았다. 동생은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겠다며 집을 떠났고, 자신의 짝도 만나지 못 한채, 혼자서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쌓이고도 남았을 진대, 그녀는 리에게 일말의 후회가 없으며, 자신이 아버지와 고모를 모실 수 있었으니 복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 복은 놀랍게도 자신의 아버지와 고모에게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반대로 그들을 보살피고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시는 자신의 인생을 가장 우선시하지 않았어도,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돌보는 것에서 감사함을 느꼈다. 받는 사랑이 아닌 주는 사랑, 받는 기쁨 보다는 주는 기쁨. 감히 나는 이 문장에서 숭고함을 느꼈다고 말하고싶다.
"돌아보면 참으로 큰 사랑이었어. 내가 그분들을 사랑했다는 뜻이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해"
또한 자신의 언니인 베시가 자신의 아들인 행크의 말을 들어주고 인정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며 서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리는 행크의 말썽에는 무관심으로 반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리는 베시의 모습을 통해서 가족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에는 일반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는 찾기 어려운, 그리고 감히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해타산을 넘어선 "가족"이란 것이 필요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던 게 아니었을까.
나 또한 마치 영화 속의 리처럼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며,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라고 되뇌며 살아왔는데, 그동안 혹시 정작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등한시했었지 않았을까. 정작 나는 훗날 후회할 행동들을 하지는 않았을까,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며 가족 울타리 안에서의 나의 모습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하던 영화였다.
(+) 요양시설을 소개해주는 직원으로 <섹스 앤 더 시티>의 신시아 닉슨이 출연한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얼굴이 매우 반가웠다. :)
(+) EBS 금요 극장에서 방영이 예정되어있다. 2022년 4월 8일 (금) 24시 45분
https://home.ebs.co.kr/ebsmovie/board/55/10080387/list?hmpMnuI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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