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7
-감독 : 톰 티크베어
-주연 : 벤 위쇼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역), 더스틴 호프만 (주세페 발디니 역)
알란 릭맨(안토인 리치스 역), 레이첼 허드 우드 (로라 리치스 역)
-장르 : 스릴러/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6분
참 좋아하던 영화였는데, 다시 꺼내보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내가 끝끝내 성취하지 못하고 돌아서 왔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중학생 때, <좀머 씨 이야기>를 통해서 파트리크 쥐스킨스라는 독일 작가를 알게 되었으며, 그렇게 알게 된 쥐스킨스의 <향수> 소설에 빠져, 나는 중학생 때부터 조향사의 꿈을 키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있듯,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파트리크 쥐스킨스의 소설 <향수>를 원작을 하고 있다.
일전에 그레고리 만드 감독, 엠마뉴엘 드보스 주연의 <향수 : 파리의 조향사>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예전에 조향사를 꿈꿔왔었다는 것에 대해서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
여담을 덧붙이자면, 학창 시절 조향사를 꿈꿔왔던 나에게는 향에 한동안 미쳐있던 옛날 생각에 아쉬우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던 영화였다. 어쨌든 나는 향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고,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매우 사랑하지만, 늘 마음속에서는 향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었음을 느꼈다. 영화가 전해주는 잔잔한 메시지도 좋았고, 나에겐 향기롭게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임에 분명한 듯하다.
당시 조향사라는 직업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는데, 향수라는 것이 주는 매력적이고 신비한 이미지, 그리고 또한 희귀한 직업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 그렇게 나는 돈을 모아 향수들을 사모으기 시작했었고, 모든 향을 기억하려고 집착했었다. 학생 때라 당연히 돈에 여유도 없었을 때였는데, 향수 샘플, 미니어쳐도 열심히 사모았고, 그렇게 여러 가지 향을 알아갔었다.
향을 좋아하던 나. 조향사를 꿈꿨었던 내가 왜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멀리하게 되었었던 것일까?
줄거리
18세기 프랑스. 비린내 가득한 생선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사생아로 버려진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그는 태생적으로 천재적인 후각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사물들의 냄새를 기억하고 분간할 줄 알았으며, 이 능력은 타인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파리에서 운명적으로 아름다운 빨간머리의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에 끌리게 된다. 그녀의 뒤를 쫓아 그녀의 향기를 맡지만, 그르누이는 그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는 여인을 저지하게 되고, 여인은 질식사로 사망한다. 실수로 사람을 죽인 그르누이. 하지만 그에게는 잠시의 당황만 있을 뿐, 여인의 향기를 맡기 위해 차갑게 식은 시신에 코를 가까이 갖다 댄다. 하지만, 그르누이는 점점 그녀에게서 향이 날아가는 것을 알게 되고 절망한다.
이후 그르누이는 자신이 매혹되었던 그 빨간 머리 여인의 향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고, 그는 한 때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퇴물이 되어버린 조향사 ‘주세페 발디니’의 후계자로 들어간다. 그르누이는 뛰어난 후각으로 파리를 열광시킬 최고의 향수를 탄생시키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발디니에게 배운 증류방식을 통해 향을 만드는 법을 알게 되나, 살아있는 것을 향으로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르누이는 결국 해결책을 찾기 위해 향수의 낙원으로 불리던 그라스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르누이는 향기가 있는 어떤 물체에 기름을 발라 향을 머금게 한다음 향을 추출하는 '용매추출법'을 알게 되어, 어느 사창가의 여자에게 시험하려고 하나, 여자가 그의 괴상한 요청에 거부감을 표현하자, 향을 만들어야 하는 그르누이는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여자를 살해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추출한 향에는 여자의 향기가 담겨있었고, 12가지 향에 특별한 1가지 향을 더하면 전설의 향수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에 따라 그는 그 전설의 향수를 완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아름다운 여인들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르누이는 그렇게 자신이 바라던 향수를 완성하고, 동시에 체포되어 사형에 처해지게 되지만, 그르누이의 향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사람들은 그르누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를 신처럼 찬양했다. 하지만 정작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만든 전설의 향수는 다른 사람들끼리 사랑에 빠지게 하였을 뿐, 자신이 첫눈에 반했던 아름다웠던 빨간 머리의 여인을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르누이는 자신이 태어났던, 그리고 동시에 버려졌던 생선 시장으로 가 자신의 몸에 자신이 완성시킨 향수를 붓고, 사람들에게 먹이가 되어 세상에서 사라진다.
부끄러운 자화상 마주하기
앞서 중학교 때 파트리크 쥐스킨스 소설 <향수>를 통해서 조향사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꿈을 키우게 되었을 무렵, 그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도 개봉했었다.
나는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화학을 전공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화학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물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이과를 선택했다. 화학을 공부하고, 훗날에는 프랑스 갈리마드에 조향과정을 수료하러 유학을 가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어찌어찌 따라가고, 성적도 괜찮았다. 하지만, 나는 뒤쳐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라는 것에 맞닥 드렸던 순간이었다. 내게 이과 과정은 너무나 어렵기만 했다. 화학만 잘해서 될 것도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과 수업과정이 나에게 너무나 버거웠다. 그렇게 내가 이과를 선택한 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나는 절망적이었다. 내 자신이 패배자처럼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 친구들도 내가 조향사를 꿈꿨다는 것을 알았는데..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나는 나의 한계에 처절하게 부딪쳤고, 자신감을 잃었고, 계속 성적은 떨어져 갔고, 결국 나는 나의 꿈을 조용히 포기를 했었어야 했다. 누군가는 "너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냥 나에게는 수학적인 사고 능력이 철저하게 부족하다고 느꼈다. 노력해도 될 것이 아니다 싶었다.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방황했다.
지금. 나는 내가 그토록 하고싶고 바라왔던 조향사의 꿈을 포기하고, 전혀 향과는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그렇게 나는 내가 조향사의 꿈을 처음으로 갖게해준 파트리크 쥐스킨스의 <향수>도, 그리고 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도 오랫동안 꺼나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의 직장생활도 10년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이어서 그런지,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내 자신에게 진지하게 다시 물어볼 시점에 왔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한계에 부딪쳐서 포기했었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좋아하는 일을 다시 도전해보아야 할까? 지금의 내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지만 잘할 수 없는 것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것을 고를까? 여러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런 일련의 생각들 속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내어서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물론 또 한번의 실수와 포기가 없으리라는 것은 장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무엇이든 하면, 미래에 나는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이 블로그도 그 노력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다.
천재적인 후각으로 내 마음을 매료시켰던 장비티스트 그르누이. 나는 이제 그를 편하기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향수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사람으로서. 전에 한 때 조향사를 꿈꿨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늘 내 자신을 알고 싶고,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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