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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점심> 15년 만에 만나는 옛 애인과의 점심 약속. 앨런 릭먼, 엠마 톰슨 주연. The Song of Lunch. 줄거리.결말.보러가기

by evelyn_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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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점심> <The Song of Lunch>, 2010
- 감독 : 나이올 맥코믹
- 주연 : 앨런 릭먼 (그 역), 엠마 톰슨 (그녀 역)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48분


<해리포터>시리즈를 책이든 영화든 나름대로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앨런 릭먼을 생각하면 시리우스 교수가 떠올라 그 아련함이 밀려오는데, 그 아련함은 그가 지난 2016년 췌장암으로 인해 향년 6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에 더 증폭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나같은 경우 해리포터 시리즈를 제외한 앨런 릭먼의 작품들을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제대로 접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일까 더 아쉬움이 몰려온다. 그가 살아있었을 때, 그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자 했고,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졌었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아쉬움과 회한을 느끼고 있던 찰나, 최근에 <남아있는 나날>, <칠드런 액트>를 통해서 좋아하게 된 배우 엠마 톰슨과 함께 <센스 앤 센서빌리티>, <주다스 키스>와 단편 드라마 <시와 점심>이 출연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 <시와 점심>은 세 작품 중에서 제일 강렬하게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디 OTT에서도 이 단편 드라마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좌절했지만, 곧이어 DVD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오랜만에 DVD를 구입했다. 그렇게 한국의 본가로 배송된 DVD는, 다시 해외 배송을 통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먼길을 왔다! 간만에 기다림의 즐거움을 느꼈다.)

50분이 채 안 되는 짤막한 드라마를 보았을 뿐인데, 내 마음에 남는 여운은 무척 길었다. 드라마는 주로 앨런 릭먼의 독백으로 채워져있다. <시와 점심>은 크리스토퍼 리드의 동명 서사시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BBC 단막극으로 시의 날을 맞이하여 기획되었었다고 한다.

 

시와 점심 - YES24

그 때의 흥분과 쓰라림을 마음속에 가두고 머리가 뻣뻣한 젊은이들로 가는 슬픈 여정의 실존적 비유. 이전의 로맨스는 시간의 장미빛 필터에 의해 재평가되지만 현재에 직면한다. 시간은 흘러

www.yes24.com


The Song of Lunch


출판사에서 일하는 앨런 릭먼은 점심시간에 몰래 회사를 빠져나와, 자신의 옛 애인이었던 엠마 톰슨을 만나러 간다.

그들이 만나기로 한 장소는 그들의 과거 추억이 어려있는 소호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던 그곳에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다.

기억이 보존해온 모습 그대로인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릭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 안심을 비웃기라도 한 듯 레스토랑의 내부는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잊은지 오래였다.

릭먼은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며,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만한 포도주를 주문하고 톰슨을 기다린다.

옛정이라는 위태로운 목적을 내세워 두 사람이 만나는 건 어쩌면 큰 실수일지도 모르겠다.
뒤돌아 보지 말자고 해놓고, 그녀는 왜 이메일로 제안했을까? 아니, 그가 했다.


15년만에 만나는 두 사람. 그들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묻는다.
릭먼은 과거에 평범한 서정시 36편을 냈지만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50대이지만 여전히 독신인 데다가 현재 그저 평범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직원일 뿐인데 반해,
파리에서 좋은 아내로, 다정한 엄마로서 살아가는 톰슨. 게다가 그녀의 남편은 잘 나가는 소위 유명한 소설가다.

옛날에 톰슨과 행복했던 추억만을 기억하는 릭먼. 그녀와의 기억에 계속해서 침전하여 들어가고, 목이 타들어가는지 계속해서 포도주를 들이킨다. 변했다면 타락했다고 생각하는 릭먼에 반해,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는 톰슨.
그들의 이런 생각의 차이는 15년의 세월이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원래 그랬기 때문에 , 그 당시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여전히 아름다운 톰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그런 그의 시선을 나무라는 톰슨에게 ‘늙은 수컷의 시선’이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릭먼. 서로가 사랑했던 아름다웠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릭먼은 계속해서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자, 더욱 더 자신의 내면으로 숨어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릭먼이 냈던 그 실패했던 시집은 실은 톰슨에 대한 그리움으로 쓴 것이었고, 릭먼은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몰래 찾아갔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톰슨은 릭먼에게 짙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톰슨은 릭먼 자신이 그의 과거뿐만 아니라, 시 속에 갇혀있음을 지적한다.

그렇게 릭먼은 자신의 환상이 무너지자, 그 차가운 현실을 도피하려는듯 옥상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저앉아 술에 취해 몽롱한 기운으로 잠에 든다. 갑자기 번뜩 잠에서 깬 릭먼. 성급히 레스토랑으로 다시 내려갔지만, 그곳에 톰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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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전부였던 남자


안타깝지만, 과거의 추억은 추억대로 놔두고 더 이상 집착하지 않으려했던 노력이 부족했던 릭먼은, 결국에 자기 자신을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의견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폐쇄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결국은 자신이 그토록 만나고싶었던 톰슨과의 만남도 망쳐버렸다. 술로 어떻게 해결을 보려는 듯 혼자서 포도주를 홀짝대는 릭먼의 시선과 독백들을 따라가보면, 왠지모르게 안타까우면서도 그의 우스광스러운 모습을 보고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기도 한다.

그가 과거는 과거대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겼다면, 그렇게 집착스럽게 똑같이 재현시키려고 하지 않았다면, 이 드라마의 결말이 달라졌을까. 릭먼은 톰슨과 헤어지고 난 다음,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부족했었는지, 어디서부터 그들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생각은 뒤로한 채, 그저 그들이 아름답게 향유했던 기억만을 붙잡아 메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그렇게 과거의 기억과 옛 애인에 대한 집착을 떨구어 내지 못한 채 과거에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만 예민하게 반응하며 , 시선만 조금 바꾸면 신기하고 독창적으로 보일만한 것들을, 유치하게 신랄해진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게 되었다.

이상하게 몇 번이고 다시 꺼내볼 작품인 것 같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앨런 릭먼과 엠마 톰슨이라는 배우가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또한 나에게 어떻게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겠다. 아, 앨런 릭먼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고, 그 시적인 표현들에 빠져들고 싶기도 하고, 엠마 톰슨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아 보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겠다. '점심시간'을 닮은 그 짧은 러닝타임 동안에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으니, 다시
보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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