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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꽁치의 맛> 딸을 떠나보내야 할 때를 깨달은 아버지의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 감독. An Autumn Afternoon, 秋刀魚の味, 보러가기

by evelyn_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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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의 맛> An Autumn Afternoon, 秋刀魚の味, 1962
-감독 : 오즈 야스지로
-주연 : 류 치슈(히라야마 슈헤이 역), 이와시타 시마(히라야마 미치코 역)
사다 케이지(히라야마 코이치 역), 오카다 마리코 ((히리야마 아키코 역)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2분



최근에 SNS에서 팔로잉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이 <꽁치의 맛> 영화를 자신의 베스트 영화라고 꼽았었는데, 그때가 내가 이 영화의 존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을 때였다.

이상한 점은 '어느 특정 사람'의 취향에 대해서 원래 크게 관심이 없었어도, 그 사람이 '내 생에 최고의 영화'라는 나름 거창한 코멘트를 붙이면서 영화를 소개하면 '어떤 작품일까' 내심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어느 아무개의 감상의 힘은 대단하기도 한 것이, 가끔 영화 초반에 지루함을 느꼈을 때에도 일단 속는 셈 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봐보자'라는 동력이 되기도 하며, 또 가끔은, 해당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남들이 좋아하니까 나 또한 '좋아해야 할 것같은' 군중심리와도 비슷한 압박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꽁치의 맛>은 또한 누군가의 인생 작품으로 알게 되어, 한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제목 때문에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감도 잠시, 감정을 억지로 억제한 것 같은 어색하면서 단조로운 대사들. 자연스럽다기보다 뭔가 인위적으로 보이는 움직임들에서 아무래도 내 취향은 아닌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하지만 영화 초반에 느꼈었던 그 어색함은 짧았고, 나는 대단히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들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는 아내를 여읜 홀아버지인 히라야마가 자신의 딸인 미치코를 시집 보내려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난 이 영화를 어떤 영화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 영화를 한 번 봐봐'라고 소개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에, 이 영화가 내게 주는 의미를 대충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을 수도 있겠다.


줄거리


자신의 아내를 먼저 보내고, 딸 미치코와 막내 아들인 카즈오랑 함께 살고 있는 히라야마. 히라야마의 큰아들 코이치는 결혼을 하여 출가를 하였고, 카즈오는 아직 학생이라, 살림을 하는 것은 딸 미치코의 몫이다.

히라야마는 친한 친구로부터 마치코와 어울릴만한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는 아직 마치코가 결혼을 한다는 것을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터였고, 아내도 없는데, 딸인 마치코 마저 없으면 외로워 질 것이 걱정되어 고민한다.


이후 히라야마는 40년 만에 중학교 은사와 만나 술을 한잔한 후 그를 집까지 배웅했다가, 은사가 자신의 딸과 둘이서 국숫집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시에 은사의 딸은 나이가 지긋한데도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늦게 귀가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측은하면서도 속상하게 바라보는 어두운 얼굴에게서 자신의 딸 미치코를 떠올린다.

그렇게 히라야마는 마치코를 더 늦지 않았을 때에 시집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우여곡절 끝에 마치코는 시집을 가고, 결혼식을 마친 히라야마는 쓸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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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내야 할 때


인생은 원래 고독하다는 것이 조금 아리게 다가왔다.
우리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니면 딱히 외롭지 않더라도,그저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자’와 인생의 어느 한 시점을 함께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한다한들 두 사람이 한 낱 한 시간에 세상을 동시에 떠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든지 혼자 남을 수 있고, 언제든지 누군가를 떠나보낼 수 있으며, 언제라도 지독한 외로움을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 히라야마라고 해서 자신의 아내가 그렇게 자신을 일찍 떠나갈지 알았겠는가.

아내를 여읜 자신에게는 딸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딸의 인생을 자신이 평생 책임일 수 없고, 또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다가 자신의 은사의 딸처럼 후회로 가득한 사람으로는 만들고 싶지 않기에, 보내줘야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이른다.
딸의 결혼식에서 돌아오는 길. 마치코가 없는 집은 텅 빈 것 같지만, 그 적막함도 익숙해져야하는 것일테다.


딸을 시집 보낸 히라야마는 자신이 결혼을 하면서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떠나서 독립하던 그 옛날 어느 날을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그는 이것은 그저 순리와도 같다는 것을 되뇌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필연적인 이별들이 있기에 우리는 함께 있는 시간들을 더 소중하고, 또 의지에 따라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열려있는 것이 아닐까.

부모가 되어보도, 자식을 출가시켜보지도 않은 내가 감히 이 영화의 히라야마 심정을 어떻게 완벽하게 이해하겠냐만은,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아직 하지 못한 것 같아서 가끔은 뒤쳐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또 한편으로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동시에 해본다. 생뚱맞게도 나는 이 작품을 생각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감독. 오즈 야스지로


<꽁치의 맛>은 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유작이다. 이 영화에서는 밝은 분위기 속에 애잔한 감정이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실제 미혼으로 평생을 살았던 오즈가 이 작품의 시나리오 집필 중에 어머니를 잃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오즈가 바라보는 노년의 고독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섬세하게 영화에 담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실은 나는 이 영화의 감독인 오즈 야스지로에 대해서 잘 몰랐다. 찾아보니, 일본의 영화감독. 미조구치 겐지, 나루세 미키오,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일본 영화계의 4대 거장으로 꼽히는 감독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역으로 나에게 '왜 그에 대해서 모르느냐?"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럴 때 “저는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일 뿐,전문가가 아닙니다” 라고 애써 구차한 변명을 둘러대라는 나약한 목소리와 갈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저 솔직한 심정은 단순히 이 작품을 통해서 감독 오즈 야스지로를 알게 되었고, 이제라도 그를 알게 되어서 기쁘다는 것이다.


꽁치의 맛. 제목의 의미


<꽁치의 맛>. 그 제목의 의미는 영화를 다 본 후에도 도저히 알 수 없어 추가로 찾아보니 "아, 맞다. 꽁치는 가을이 제철이었었지"라는 것이 어디 기억 저편에서 뒤늦게나마 떠오른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10월 초. 곧 꽁치가 제철인 계절에 이 작품을 보게 되었음에 반가움과 소중함을 느낀다.

이 영화에는 꽁치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꽁치의 맛’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우선 이 영화가 가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어처럼, 일본에서 꽁치(秋刀魚)는 가을철을 대표하는 생선이다.
‘꽁치는 서리가 내려야 제 맛이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꽁치는 날이 추워지면 지방 함유량이 높아져 고소해진다.

결국, 가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제목 ‘꽁치의 맛’은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제철을 맞은 생선이라는 맥락에서는 결혼 적령기를 맞은 딸을 의미할 수도 있고, 가을이 돼서야 참맛을 느끼게 된다는 의미에서는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아버지를 의미할 수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세계 영화 작품 사전 : 가족을 다룬 영화, 정한석, 김지석)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87391&cid=42621&categoryId=4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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