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미나의 기적><Philomena>,2013
-감독 : 스티븐 프리어스
-주연: 주디 덴치 (필로미나 역), 스티브 쿠건 (마틴 식스미스 역)
-음악 :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러닝타임 : 98분
-수상 내역: 2014년 6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너무나 줄거리가 뻔할 것 같았고, 왠지 모르게 그 내용도 유치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선뜻 보기를 망설였던 영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이야기가 실화였다는 것에 믿기 어려울뿐더러,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주던 영화였다.
세상에는 아직도 내가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구나 라고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되었고, 내가 감히 형언할 수 없는 숭고한 용서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되새겨 볼 수 있었다.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어렸을 적 엄마를 잃고 아빠에게 버림 받아 수녀원에서 자란 필로미나 (주디 덴치)는 어느 날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게 된다. 한순간에 그녀는 수녀원에서 정절을 지키지 못한 죄인이 되었다. 수녀원에서 아기를 낳으면 4년 동안 그곳을 나올 수 없었다.
그녀는 하루에 딱 한 시간 자신의 아들 앤소니를 보기 위해서 일주일에 7일을 세탁실에서 일해야 했다. 그 시간조차 소중했던 필로미나였지만, 그 행복도 잠시 수녀원은 필로미나의 아들을 어디론가 강제 입양 보낸다. 그 후 필로미나는 그 비밀을 가슴에 안고 살지만 자신에 딸인 제인에게 이 비밀을 털어놓고, 뒤늦게나마 아들의 행방을 찾기를 원한다.
한편 BBC 기자였던 마틴 식스미스 (스티브 쿠건)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해고 소식에 충격을 받고, 러시아 역사책을 쓰면서 제2의 인생을 살려던 차에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케이트에게 이 흥미로운 소식을 접하고 필로미나의 아들을 찾고자 결심한다.
그들은 아일랜드 로스크레아 수녀원으로 찾아가 과거를 추적한다. 하지만 당시 관련 문서들은 모두 화재로 인해 불탔으며 앤소니의 행방은 찾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말을 듣는다. 앤소니를 찾지 못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던 중, 마틴은 우연히 수녀들이 돈을 받고 아이들이 미국으로 강제 입양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앤소니를 찾기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출입국 관련 파일을 받아본 마틴은 앤소니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된다.
앤소니는 "마이클 헤스"라는 이름으로 입양되어, 미국 공화당 소속으로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의 법률자문을 했었으나 1995년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마감한 되었던 것. 그는 게이었지만 동성애를 비난하던 공화당의 색깔과 맞지 않아서 사람들을 눈을 피해 자신의 애인인 피터 올슨을 만나곤 했고, 결국 그는 HIV로 세상을 떠났다.
그토록 찾던 아들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아일랜드로 돌아가려고 하던 필로미나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아들 주변 지인들을 만나려고 한다. 하지만 살아생전 앤소니가 아일랜드나 자신의 친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실망한다.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앤소니의 애인이었던 피터 올슨을 찾아가고, 문전박대를 당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그녀는 피터를 통해서 극적으로 실제로는 앤소니가 자신의 엄마를 만나고 싶어 했으며 실제로 그가 아일랜드의 로스 크레아 수녀원까지 갔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수녀들로부터 앤소니는 버림받았으며, 영영 생모를 찾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앤소니의 시신은 다름 아닌 자신이 태어난 로스크레아 수녀원에 묻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마틴과 필로미나는 로스크레아 수녀원으로 돌아간다. 마틴은 앤소니가 죽음을 앞둔 순간만이라도 필로미나와 보낼 수 있었는데도 기회를 주지 않고 끝까지 버림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던 힐더가드 수녀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과를 요청한다. 하지만 힐더가드 수녀는 이에 굽히지 않고 정결과 순결을 서원하지 못한 여자애들은 모두 육체를 더럽힌 죄인이었으며 고통으로 속죄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필로미나는 이야기한다"난 수녀님을 용서합니다. "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쉽게 용서하냐는 마틴의 물음에
"찢긴 가슴 추스르기 쉽지 않았지만 누굴 미워하며 살긴 싫거든. 미워하면 나만 망가져"라고 답한다.
"2009년 마틴은 '잃어버린 아이'를 출판했다. 아일랜드 입양아 수천 명과 미혼모는 서로를 찾고 있다. "
용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50년 세월동안 그녀는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했어도 부족했을 텐데, 그녀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저 자신의 아들인 앤소니가 "자신을 생각했을까"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단 하루도 그를 잊은 적이 없기에, 그저 자신의 아들도 자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줬었으면 했고,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다였다.
그녀는 누구의 잘못을 따지고 상대방을 해하고 싶지 않았다. 마틴과 자신의 아들 앤소니를 찾는 여정에서도 늘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찾고, 매사에 까칠한 마틴과는 사뭇 다르게 그녀는 아이와 같은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순간에도 그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그녀는 용서를 택하였다.
미워하면 나만 망가진다는 말에서 내가 닿을 수 없는 저 멀리의 어딘가에서 용서라는 의미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의미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잘잘못을 가려야 조금이라도 속이 시원해지는 내 성격은 과연 내가 나를 사랑하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적어도 나는 나를 위해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감히 용서하지 않아야 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용서가 자기 자신을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용기라는 것이 당장 지금 나에게는 실은 그저 "회피하기" "잊어버리기". 그리고 "포기해버리기"로 느껴지지만 나도 언젠간 필로미나의 마음을 공감할 날이 있지 않을까.
용서라는 것은 나에게 달린 것이고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 조차도 그녀의 용서에 대해서 100% 공감하지 못하지만 그저 필로미나 자신만을 한정 지어 보았을 때 자신을 위해 용서를 택한 그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Inspired by true events
2014년 2월. <필로미나>의 실존 인물인 필로미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당시 바티간에서 필로미나 영화가 상영되었다고 한다.
(+) 마지막으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은 역시나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래 영화들을 추천드리고 싶다.
특히 <필로미나의 기적> OST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OST와 꽤나 유사하다.
<모뉴먼츠 맨>에서는 실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깜짝 출연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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