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 ,<Rear Window>,1954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주연 :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스릴러, 미스터리
-러닝타임 : 112분
영국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영화 역사상 최고의 감독 중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 '알프레드 히치콕'
서스펜스와 스릴러 영화의 대가라고 불리는 그의 존재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제는 뒷창문을 뜻하는 Rear Window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뒷창문을 뜻하는 일본 한자인 <裏窓>로 개봉한 것을, 한자식으로 읽어 그대로 <이창>이라고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나무 위키에 따르면, 영화 <이창>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이며, <현기증>을 제외하면, 히치콕 최고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이토록 대단한 영화로 칭송받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러한 이야기들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단지 그레이스 켈리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시청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였다가,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 대해서 이야기해준 것이 문득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1954년에 개봉됐다. 그 후 2년 후인 1956년 4월 19일에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 공 레니에 3세와 결혼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비현실적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웠으며 그리고 사랑스러웠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향후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통해서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 이번 리뷰에서는 우선 영화에서 감명받았던 부분들만 중점으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줄거리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명 사진작가 제프리(제임스 스튜어트)는 카레이싱 촬영 도중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집에서 칩거한 지 6주의 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1주만 지나면 깁스를 풀 수 있다. 다리를 사용할 수 없으니 본업을 할 수도, 외출을 할 수도 없는 무료한 그에겐 건너편 아파트의 이웃들을 관찰하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다.
신혼부부, 미녀 무용수, 작곡가, 슬픈 표정으로 혼자 지내는 미스 고독, 병든 아내와 외판원 남편 등 주변의 평범한 이웃을 관찰하던 중, 외판원 남편이 비 오는 새벽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을 세 번이나 들락거린 이후 부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의심을 품는다. 제프리는 이후 자신의 카메라와 쌍안경을 사용해서 본격적으로 그 집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창문 근처에서 남이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을까 신경 쓰고, 톱과 칼을 신문지에 싸고, 화단을 파헤치던 이웃집 강아지에게 신경질을 내는 외판원의 모습은 제프리의 의심을 더욱 부채질한다.
제프리는 자신의 연인 리사와 간호사인 스텔라의 도움을 받아 외판원의 집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외판원의 이름이 쏜월드라는 것을 알아내고, 제프리는 자신의 친구인 형사 도일을 불러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지만, 증거가 없어 수사 영장을 발급하지 못한다고 하며, 정작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제프리는 쏜월드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밖으로 유인하게 되고, 그 틈을 타서 리사는 대담하게 그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다. 하지만 그 사이에 집으로 돌아온 쏜월드와 마주치고 리사는 그로부터 주거칩입에 대한 추궁을 당한다. 다행히 경찰이 도착해 리사가 무사히 빠져나오게 되고, 쏜월드 그때에서야 건너편 아파트에서 자신을 훔쳐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쏜월드는 자신의 집을 엿보고 있던 제프리의 집으로 찾아가고, 제프리는 카메라 플래시를 사용하여 쏜월드가 제대로 자신을 볼 수 없게 공격하지만,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제프리는 쏜월드에 의해 창문 밖으로 떨어지나, 다행히 경찰이 제프리를 받아내고, 쏜월드를 체포한다. 쏜월드는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던 것이 맞았고, 모든 것을 순순히 자백한다. 제프리는 추락사고로 인해 남은 한쪽 다리마저 깁스를 하게 된다.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는 것의 힘.
제프리는 "땡 하면 집에 들어가서, 세탁기나 돌리고 설거지나 하고 마누라 바가지나 긁히고 살면 보기 좋겠어?"라고 생각하며,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남자였다. 누가 들으면 여자 친구도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만, 참하고 젊고 건강하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리사를 여자 친구로 둔 남자다.
게다가 제프리는 자신의 본업은 가방 하나 들고, 차를 호텔 삼아 자고, 불편하고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환경도 감수하면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진작가이기에, 한번 입은 옷은 다시 입지 않고, 고급스러운 것만이 어울리는 리사는 자신의 생활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더더욱 그녀와는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사 또한 제프리가 이제는 한 곳에 정착하여서 일하기를 바랐지만, 제프리는 이를 그런 삶을 단 한 번도 생각한 적도 없었으며, 그렇다면 제프리를 따라서 세계를 돌아다니겠다고 하는 리사의 말도 치기 어린 말로 치부하며 밀어낸다. 그 둘에게는 미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쏜월드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 리사가 제프리의 의심을 공감하며, 사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그 내막을 알아내려 하자, 제프리가 리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돌변하는데, 이러한 제프리의 감정 변화가 이 영화에서 가장 내가 흥미롭게 본 부분이다.
리사는 제프리가 이웃집에서 살인이 일어났다고 의심하는 말을 처음부터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외판원 남자가 수상할 정도로 큰 트렁크를 두꺼운 로프로 꽁꽁 싸매는 모습을 보고, 제프리의 말을 믿기 시작하고, 든든한 제프리의 임무를 수행하는 지원군이 된다.
처음부터 다시 말해줘요. 다 말해줘요. 당신이 보고 생각한 모든 것을
그렇게 리사는 움직일 수 없는 제프리의 손과 발이 되어주며, 그 부부에 대한 것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직감은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며, 살인자의 집에 단서를 찾으려 들어갈 만큼 모험심이 넘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제프리는 리사를 다시 보게 된다. 그녀의 이미지를 하이힐과 하늘거리는 치마 속에 가두었었던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듯, 공통된 관심사가 생기자 그것에 대한 흥미와 관심으로 관계가 전환되는 모습에서, 나는 우디 앨런의 영화 <맨해튼 미스터리>를 떠올렸다. 이 영화에서 또한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노부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데,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의심한 캐럴 (다이안 키튼)을 병적으로 생각하던 남편 우디 앨런은, 어느 순간 자신도 이 사건이 단순한 사망사건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자, 캐럴과 합심하여서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도 캐럴과 남편은 결혼한 지 오래되기도 했지만, 특별하게 흥미로운 공통된 관심사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살인사건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가 생김으로 인해서 결국에는 그들의 왠지 모르게 계속 핀트가 어긋났던 관계에서 전환점을 찾는다.
<이창>에서도 쏜월드 때문에 땅바닥으로 추락해서 남은 한쪽 다리마저 부러졌지만, 리사에게 "당신이 자랑스러워"라고 이야기하는 제프리가 있었다. 이 때문에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중요성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억지로 노력해서 맞추는 것은 지나칠 수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서로가 공통분모를 찾는 노력은 그 의미가 크지 않을까. 그리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서로 맞추어가면서 살 수 있고, 또한 짧은 시간 내에 상대방의 모든 모습을 알기란 어려우니, 쉽게 단정 짓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몰래 남을 훔쳐본다는 것
제프리는 다리를 다쳐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창밖으로 이웃집을 몰래 보기 시작한다. 제프리의 지루한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건너편 이웃들의 집은 커튼도 치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훔쳐보는 행위만으로도 6개월 노동형에 쳐했다는 영화 속에서의 간호사 스텔라의 대사에 따르면,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도, 훔쳐보는 행위가 옳지 않은 것이라는 것이 이미 전재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70년 전에 개봉한 작품이기에, 현재의 분위기와 상황이랑 비교해서 어떻게 다를지 몰라서, 이런 대사에도 관심을 기울어진다.)
망원경으로 이웃을 엿보는 게 윤리적으로 괜찮은 걸까?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았다고 해도, 제프리는 그저 묻힐뻔한 살인사건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행위는 옳을까?
이웃에서는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또 그 이웃들은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는 모습을 보자. 영화 속에서의 한 이웃이 자신의 강아지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자, 이웃들을 향하며 소리 지르는 대사가 기억에 난다.
누가 그랬어?누가 내 개를 죽인거야? 너희는 이웃이란 말의 뜻도 몰라? 서로 돕고 사랑하고, 생사에 관심을 가져주고! 너희는 하나도 그러지 않아!
그렇게 울부짖은 여자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기에 제프리가 오히려 이웃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인 것인 것이 아닐까?
마지막에 창문으로 떨어져 나머지 다리 한쪽도 부상당하게 된 제프리를 보면, 그의 관음 행위에 대한 대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고전 영화의 매력
기억에 남는 것은 몇몇 대사가 과연 70년 전의 영화가 맞나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현시대를 반영한 것 같았다는 점인데, 그중에서도 제프리의 간호사인 스텔라가 제프리가 리사와의 결혼을 망설이자 탄식하며 하는 말이 압권이다.
옛날엔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면 결혼했어요.요샌 책만 많이보고 쓸데없는 지식만 늘어서는 뭐가 진짜로 중요한 지 분간을 못한다니까
생각하면, 최신에 개봉된 영화나, 옛날 (실은 옛날이라는 시간을 규정짓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만 )에 개봉된 영화나 어느 영화던지 그 안에서 공통적인 인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옛날 영화들이 더 보기 편하다고 느낀다. 템포가 좀 느리더라도, 그 화면이 덜 선명하고, 색깔이 바랬더라도,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들이 입혀지지 않았어 도말이다. 내가 그 시절에 살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적어도 옛날 명화들을 보았던 대학교 교양 수업이 회상되기도 하는 즐거움도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옛날 영화들을 보고, 또 그 영화만의 매력들을 주변 사람들에도 전할 수 있게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이어보기
(+) 우리 안에 내재된 '관음' 의 욕망을 그린 영화들
프랑수와 오종의 <인 더 하우스>, <스위밍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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