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밍 풀>, <Swimming Pool>,2003
-감독 : 프랑수아 오종
-주연 : 샬롯 램플링 (사라 모튼 역), 뤼디빈 사니에르 (줄리 역),
-출연 :찰스 댄스 (존 보슬로드 역), 마크 페욜르 (마르셀 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미스테리/스릴러
-러닝타임 : 102분
영화를 통해서 역사적 사실도 알게 된다는 포인트에 흥미를 느꼈던 나는, 그동안 많이 실화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많이 보았었는데,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스위밍 풀>을 보고 나니, 내 자신이 앞으로 적어도 한동안은 실화 바탕의 영화들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그만큼 이 영화는 나에게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신선한 감상을 남겼는데, 어느 영화보다도 많은 호기심을 자극했고, 많은 생각도 파생시켰다.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은 프랑스 남부 지방의 수영장 딸린 예쁜 별장이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묘하게 서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는 처음 봤는데, 앞으로 한동안은 이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게 될 것 같다.
* 포스팅하는 날짜 (22년 7월 9일) "키노 라이츠" 앱 기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에서 정액제로 시청 가능
줄거리
영국의 성공한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 사라 모튼 (샬롯 램플링). 수많은 팬들이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살인에 관련된 내용을 쓰는 것에 신물이 난 상태. 출판인 존(찰스 댄스)의 권유에 따라 그녀는 새로운 작품의 영감을 얻을 겸 리프레시를 위해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편집장의 별장을 찾는다.
따뜻한 햇살 상쾌한 공기.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그곳은 그녀가 글을 쓰기에 완벽한 곳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편집장의 딸이라며 줄리(뤼디빈 사니에르)가 별장에 나타난다. 예기치 못한 손님의 방문에 당황해 하는 사라.
줄리는 자신만의 즐거운 휴가를 보낸다. 낮에는 수영을 하거나 선텐을 즐기고, 밤에는 남자들을 데리고 와 섹스에 탐닉하는 줄리. 조용한 곳에서 작업을 해야하는 사라는 예상치도 못한 불청객에 심기가 편치 않는데, 이런 그녀의 자유분방함과 거침없는 태도는 사라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지만 왠지 모르게 줄리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녀를 훔쳐보기 시작한다. 사라는 그녀에 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급기야 줄리의 일기장까지 훔쳐보며 그녀의 이야기를 수집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사라가 잠시 방을 비운 사이 줄리는 그녀가 쓰고 있는 글을 발견하게 되고, 사라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날 밤 줄리는 별장으로 한 남자를 데려온다. 그는 바로 사라가 자주 가는 카페의 종업원인 '프랭크'로, 사라가 내심 호감을 갖고 있는 사내였다. 사라 앞에서 보란 듯이 프랭크를 유혹하는 줄리. 사라는 질투심에 겨우겨우 잠에 든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음 날, 프랭크는 사라지고 그곳에서 핏자국을 발견한다. 줄리에게 웬 핏자국이냐고 묻지만 자신이 다쳐서 흘린 피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하지만 줄리는 곧 자신이 프랭크를 죽였다는 것을 실토하고 이에 사라는 완전 범죄로 만들기 위해 줄리를 도와준다. 이후 줄리는 사라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썼던 소설의 복사본을 건네주며, 영감으로 활용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별장을 떠난다.
우리안에 갇혀진 욕망이라는 존재
출판인 존의 권유에 따라 사라는 새로운 작품의 영감을 얻을 겸,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존의 별장에 가기로 하는데, 그 장면에서 사라가 존에게 당신도 별장에 올 수 있냐고 물었으나, 존은 자신의 딸이 주말에 올 수 있어서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영화 속에서는 존의 딸에 대한 언급이 관심을 기울일 틈도 없이 등장한다.
이후 사라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존의 별장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갑작스럽게 존의 딸이라는 줄리가 등장한다. 무뚝뚝하고 시니컬한 데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라와 달리, 줄리는 생기 있고 자유분방한데, 사라는 자신의 글쓰기 작업에 방해가 될까 봐 줄리를 성가셔하면서도, 줄리가 사놓은 음식들을 몰래 먹고, 그녀를 몰래 훔쳐보며, 자신의 소설의 영감으로 활용하고, 줄리처럼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선탠도 즐긴다. 이 부분에서 사라를 영국인으로 설정하고, 줄리를 프랑스인으로 설정한 것에 대한 그 나름의 이유도 느껴진다.
사라는 처음에 자신의 작업에 방해가되는 줄리를 혐오했지만, 실제로는 줄리는 사라에게 질투심을 유발하는 존재였는데,
나는 이 대목에서 야마구치 슈가 지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라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르상티망'이 떠올랐다. 이는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개념이다. 책의 문장을 발췌해보았다.
르상티망을 여느 철학 입문서에서처럼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
한마디로 시기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니체가 제시한 르상티망은 우리가 시기심이라고 여기지 않는 감정과 행동까지도 포함한 조금 더 폭넓은 개념이다. <01.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르상티망>
사라는 자신과는 반대로 자유로운 삶을 사는 줄리의 모습을 경멸하였지만, 실제로 줄리에게는 젊음, 아름다움, 밝음, 붙임 성,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사라는 정말로 그녀를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시기심 (르상티망)에 사로잡혀서 부정적으로 줄리를 봤던 것이었것이었다. 하지만 사라는 이러한 자신의 르상티망을 받아들였고, 자신을 내려놓음으로써 해방감을 맛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줄리는 사라의 작품의 신선한 영감과 자극이 되어주었다.
사라는 줄리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고, 자신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젊은시절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줄리와 다름없었다는 것을 상기한다. 그렇게 사라는 존이 강요해서 쓰는 것도 아닌, 어느 독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 쓰는 것도 아닌,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쓰게된다. 위에서 언급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시기심(르상티망)을 관찰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던데, 사라 또한 자신의 시기심으로부터 영감을 발견하고, 결국 자신만의 작품을 창조하게 된 것이었다.
마지막 장면을 통해 줄리는 결국 사라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결국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라기보다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조용한 별장에서 자신의 내면의 욕망과 마주했으며, 이에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게 된 과정을 그린 일종의 회고록, 작업노트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또한 이 묘하고 매력적인 영화에서 우리 또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원했던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나를 누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모른다. 그곳에서 우리는 비즈니스 기회를 볼수있을지도. 잠시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시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
영화 이어보기
(+) 샬롯 램플링의 영화들 <네버 렛 미 고>, <듄>. 비교적 그녀의 최근 작품들만 보았는데, 예전 작품들도 보고 싶다.
https://with-evelyn.tistory.com/117
https://with-evelyn.tistory.c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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