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2003
-감독 : 소피아 코폴라
-주연 : 빌 머레이 (밥 해리스 역), 스칼렛 요한슨 (샬롯 역), 지오바니 리비시 (존 역), 안나 페리스 (켈리 역)
-러닝타임 :102분
-개요: 드라마, 코미디,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소피아 코폴라 감독,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2003년 개봉작이니 거의 20년이 된 작품이다.
영화 속의 스칼렛 요한슨의 앳된 얼굴을 보면 그녀가 출연했었던 <매치 포인트>, <스쿠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작품들이 떠오른다. 실제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랑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작품이다.
빌 머레이는 실은 내가 좋아했던 배우도 아니었고,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 작품도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알아보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감독 소피아 코폴라와 최근에 <온 더 락스>,2020라는 영화도 함께했던데, 찾아보니 Apple TV+에 있어, 조만간 봐야 할 영화로 찜해두었다. :)
줄거리
영화배우인 밥 해리스 (빌 머레이)는 위스키 광고 촬영차 일본을 방문했다. 하지만 일본의 낯선 문화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소외감을 느낀다. 게다가 어느샌가 아내의 우선 순위는 자식들이 되어버린 상황에 외로움과 거리감을 느낀다.
또한 이제 갓 결혼한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남편에게도 안정을 느끼지 못하고, 외로움으로 밤을 지새운다. 그녀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으로 번민한다.
같은 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밥과 샬롯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던 중 호텔바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두 사람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서로의 모습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좀 더 열린 시각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은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서양사람들의 왜곡된 오리엔탈리즘, 혹은 동양 사람에 대한 인종 차별이 반영이 되어있어 불쾌하다고 이야기하는 평을 보았고, 그래서 오랫동안 꽤나 주저하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다 본 지금. 이에 대한 나의 감상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나는 영화의 전반적인 색채, 인물 사이의 적당한 거리감과 분위기가 좋았기에, 무의식 중에 의도적으로 미화시키려는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난 오히려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부분들을 흥미롭게 보았다.
그렇다. 이 영화에서는 서양사람들이 동양문화권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영화 속에 그들과 100% 동일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으며, 내 자신이 그들이 되어보지 못했는데, 꼭 왜곡되고 틀리고 잘못되었다고 단정 지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남들이 특정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혹은 어떤 것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결과일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고 싶다.
다시 말해, 나는 우리들 모두 새하얀 백지장과 같은 상태에서 오직 '상상'으로 편견을 창조하기보다는, 관련된 매체들이나 실제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어떠한 특정한 생각들을 얻게 되는 것이기에, 이 영화가 일방적인 서양인들의 동양을 향한 잘못된 편견이라고만 섣불리 단정 짓고 비난하기보다는, 동양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서양인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쳤을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혹은, 정말 새롭게 "아~ 서양인이라면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그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서양인들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도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이처럼 적어도 나에게는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에게 던져진 ‘낯선 배경’이라는 요소는, 그 배경이 지니고 있는 모습을 희화화한다거나 비하하려고 했다기보다는 모든 것이 생소하고, 불편하고, 이질감으로 가득한 공간을 설정함으로써 그들의 공허함과 외로움이 더욱 증폭되게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 모두 크게 관심 없었던, 게다가 언어와 문화까지 확연히 다른 동양의 한 나라에서 만났기에, 두 사람이 서로를 더욱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었다. 단, 영화감독이 영화에서 일본의 모습을 비하하려고 했는 의도가 없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편 나도 현재 나의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거주하고 있는터라,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어색함과 불편함, 그리고 소속되지 못한 기분이 공감이 되었다. 내가 살고 있은 이곳은 한국과 꽤나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환경이고, 이곳에 머문지도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한국에서 겪지 못했던 상황들을 마주친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몇몇의 케이스를 마주치고나서, 이를 단번에 일반화를 시켜 "나와 그들과는 이런 부분이 다르다"라고 선을 그어버리고 이해의 기회를 닫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시도 해보는 것은 어찌 보면 한 끗 차이인데,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름을 마주칠 때 의식적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 마지막으로 결말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다. 난 무엇보다 이 영화의 결말이 너무나도 좋다.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아도 좋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빌 머레이가 스칼렛 요한슨에게 속삭였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너무나 궁금해서 이런 결말을 만든 감독을 원망하다가도 여러 말들을 상상하며 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다. 그리고 궁금하다. 당신은 빌 머레이가 어떤 말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영화 이어 보기
(+)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또 다른 영화들. <루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https://with-evelyn.tistory.com/31
https://with-evelyn.tistory.com/5
(+) 빌 머레이가 출연한 또 다른 영화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
https://with-evelyn.tistory.com/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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