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노바디>, <Mr. Nobody>,2009
-감독 : 자코 반 도마엘
-주연: 자레드 레토, 다이앤 크루거, 사라 폴리
-조연 : 린 당 팜, 주노 템플, 토비 레그보.
-러닝타임 : 155분
-등급: 15세 관람가
<미스터 노바디> 를 보고 난 다음 바로 들었던 생각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영화를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가 늘 어려운 영화를 만나면 반가운 감정을 느꼈었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이와 반대로 이해가 바로 되지 않는 영화를 만났을 때, 나의 이해 능력에 대해서 의심을 품었던 적이 많았다. 남들은 영화에 대한 이해가 빠른 것 같은데, 왜 나는 이해가 바로 안 되는 걸까.라며 혼자 주눅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에 그 답답함을 참아내고 영화를 다시 보고 생각을 이어가면, 뭔가 단단하게 얽혀있던 고리가 풀린 것 같은 상쾌한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쌓이다보니, 어려운 영화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반가운 마음이 생겨나게 되었다.
<미스터 노바디>또한 즉각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적인 마음으로 내가 놓친 부분이 어디었을까하며 영화를 다시 돌려 보았다. 내가 느꼈었던 그 해방감을 이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과연 나는 결국 그 깨달음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들어가기에 앞서
영화에서는 몇가지 이론이 소개되는데 그중 한가지가'끈 이론'이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이론이어서 위키피디아의 도움을 받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3차원의 공간(높이, 넓이, 깊이)과 1차원의 시간' 개념이 아니라, 이보다 더 많은 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을 가정하는 이론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EB%81%88_%EC%9D%B4%EB%A1%A0
이에 더하여서 영화에서는 우주가 더 이상 팽창하지 않고 수축하기 시작하는 '빅 크런치'에 대한 이론, 그리고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바뀌며, 질서화한 것에서 무질서화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엔트로피' 법칙도 소개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영화 속의 한 대사를 첨언한다.
왜 담배 연기는 담배로 돌아가지 못하죠? 왜 분자는 서로 떨어지려고 할까요? 왜 떨어진 잉크 방울은 주워 담을 수 없죠? 우주가 소멸 상태를 향해 움직이기 때문이죠. 그게 '엔트로피 법칙'이에요. 우주의 현상이 점점 무질서한 방향으로 진행된단 뜻이에요.
엔트로피 법칙은 '시간의 화살'과도 관련 있는데 우주 팽창의 결과라고도 합니다.
그럼 중력과 팽창의 힘이 균형을 이룬다면 어떻게 될까요? 혹은 양자 진공 에너지가 너무 약하다면요?
그럼 그 순간 우주는 수축하기 시작할 겁니다. 바로 '빅 크런치(대붕괴)'죠.
그럼 시간은 어떻게 될까요? 거꾸로 갈까요?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줄거리
바야흐로 2092년. 과학의 발달은 세포 재생술이라는 기술을 만들었고, 인류를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남들이 다 받는다는 세포 재생술을 받지 않고 노화의 길을 선택해, 곧 죽음을 눈앞에 둔 118살 '니모 노바디'씨가 있다. 그는 지구 상에서 최후로 '늙어 죽는 자'로 기록될 예정이다.
남들에게는 천연기념물과 같은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한 젊은 기자가 그가 투숙하고 있는 병원으로 찾아오고 , 니모는 그가 던진 "인간에게 수명이 있었을 땐 어땠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대했던 첫 번째 선택을 떠올린다.
9살의 니모. 그는 이혼을 하게 된 부모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됐고, 그 선택을 시작으로 니모는 각기 다른 아홉 가지 인생을 살게 된다.
어머니를 선택한 15살의 니모는 새아버지의 딸인 안나 (다이앤 크루거)와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에는 그 두 어른의 이별에 의해 니모와 안나도 강제로 생이별하게 되고, 아버지를 선택한 15살의 니모는 또 다른 소녀 앨리스(사라 폴리)와 진(린 당 팜)을 만나며 첫사랑의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34살의 니모는 헤어진 안나를 찾으러 다니는 수영장 관리인, 앨리스와 결혼한 다큐멘터리 진행자, 진과 결혼한 성공한 사업가로 각각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기자는 니모에게 묻는다. "지금 말씀하신 삶 중에어떤 게 진짜죠? "
니모는 테네시 윌리암스의 말을 인용하며 이야기한다 "이 모든 삶들이 다 진짜야. 모든 길이 다 올바른 길이지. '모든 것은 달라질 수 있었고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었다." 2월 12일. 오전 5시 50분. 빅 크런치(대붕괴)가 일어나고,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불확실성에 관하여.
나에게 <미스터 노바디>는 여러 가지 모호성들이 버무려진 색다른 차원의 영화였다.
하여 영화에 대한 줄거리를 세세하게 적으려고하면 끝도없어, 상단에서는 정말로 최대한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해보았다.
내가 느낀 이 영화의 첫 번째 모호성은 모든 인생이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 정작 영화에서 안나와의 삶을 가장 행복한 삶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물론 안나와의 사랑이 마냥 장밋빛 같지는 않았다. 많은 시련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영화속의 니모는 앨리스나 진이 아닌, 안나를 선택했을 때의 삶을 결과적으로 가장 행복하였었다는 것을 부정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엘리스와 진을 선택한 삶일지라도, 영화 속의 니모는 사회적으로는 꽤나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을 굳이 해석하자면 어떤 인생이던지 의미가 없는 인생이란 것은 없지만, 그래도 돈, 명예보다는 사랑이 제일 가치 있다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두 번째로 모호했던 부분은, 118살 된 니모는 자기 자신을 ‘엄마와 아빠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9살 아이의 미래에 대한 상상’ 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관람객의 시선을 9살 아이의 시선에 두다가, 돌연 영화 마지막에선 118살 니모가 빅 크런치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부분이다. 이쯤되면 영화 속에서 니모를 인터뷰한 기자가 물어봤듯, 나도 묻고 싶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진짜냐고 말이다.
빅뱅 이전엔 시간이란 게 없었다. 시간은 우주가 스스로 확장된 결과예요.
그럼 우주가 확장을 멈추면 어떻게 되죠? 거꾸로 움직일까요?
시간이란 무엇이죠? 태초에 모든 차원이 뒤섞여 있다고 상상해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사는 우주에 이처럼 여러 가지 차원이 있다면 환상과 현실을 어떻게 구분하죠?
그렇게 영화속 대사들과 오랫동안 모호성들에 대해서 곱씹어 보고 나니, 결국에는 이 영화는 인생의 복잡성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나 혼자만의 결말에 내닫게 되었다. 그러게 생각하고보니 니모가 빅 크런치를 맞이했을 때 얼굴에 피었났던 함박웃음이 결국 인생의 불확실성을 달관한 자의 모습이아니었을까?
-환상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면서 복잡한 현실.
-우리 앞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있고.
-어떤 것을 선택을 하면 또 다른 차원이 열리고.
-수많은 사건들과 마주치고.
-어느 때는 좋게 풀리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안 좋게 풀리기도 하고.
-나비효과로 발생된 유기적인 연쇄적인 반응에 영향을 받기도 하다가
-어느 때는 왜 생겨났는지 이유도 모를 뜬금없는 우연들과도 마주치기도 하고..
-팽창하는 시간. 수축하는 시간.
-엔트로피 법칙. 빅 크런치...
우리는 마치 불확실한 것들이 폭풍처럼 가득 차 있는 인생안에서, 선택을 앞두고 해당 선택들에 따르는 수많은 경우의 수들을 머릿속에 그린다. 하지만 선택을 하던, 하지 않든 간에 결과는 시간의 방향을 따라 결국엔 나타난다.
어쩔때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상이 적중하던 빗나가던지 상관없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든 상관없다. 왜냐하면 각각의 선택은 한번 만들어지면 다른 어떤 선택이 가지는 것과 같은 중요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커다란 불확실성의 세상속에서 말이다. 다만 아무 선택이나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달라질 수 있었고,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므로 선택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은 분들은, 영화의 모든 장면을 이해하겠다는 마음은 내려놓아도 좋을 듯하다. 그 대신 남들이 이해한 것처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은 버리고, 내 방식대로 이해해보아야지라는 생각이 영화를 즐기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딘가에 있을, 그리고 어디에나 있을 Mr. Nobody. 당신이 될수도 , 그 누구도 될 수있는 Mr. Nobody에게 이 영화는 어떠한 감상을 남기는지 궁금하다. 영화를 보고, 되짚어 보는 모든 분들의 시간이 의미가 있기를 바라면서.
영화 이어 보기
영화에서 '진'으로 출연하는 린당 팜은 1992년 영화 <인도 차이나>를 통해 데뷔한 1973년 생 베트남 배우로, 1993년에는 소설 방영한이 월남참전용사로 베트남에 파병되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 동명의 SBS 월화 미니 시리즈 <머나먼 쏭바강> 에도 출연했었다.
https://with-evelyn.tistory.com/8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