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톤먼트><Atonement>, 2008
-감독 : 조 라이트
-주연 : 키이라 나이틀리 (세실리아 탤리스 역), 제임스 맥어보이 (로비 터너 역)
-조연 : 시얼샤 로넌 (브라이오니 탤리스 역), 베네딕트 컴버배치 (폴 마샬 역), 주노 템플 (로라 퀸시 역)
-러닝타임 : 122분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전쟁
조 라이트 감독과 키이라 나이틀리를 좋아하기에 영화 <어톤먼트>는 늘 보고 싶은, 아니 봐야만 하는 영화 중에 있었다. 게다가 <어톤먼트>의 동명소설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 <칠드런 액트>의 동명 소설 작가인 이언 맥큐언의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어리석으리만큼 오만하게도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전쟁이 발발하여 헤어지게 된 연인들의 뻔한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서 그동안 시청을 미루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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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초반부터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기에 이게 무슨 영화지 싶었고, 그제야 내가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짚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 중간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리만큼 찢어지게 마음이 아팠고 길게 여운이 남았다. 나는 지금도 영화가 남긴 잔상들과 생각들로 내 자신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작품이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청을 미뤄왔던 오만했던 나를 되돌아보며, 이런 나의 오만함으로 많은 작품들을 흘려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문득 안타까운 감정이 몰려온다. 모든 작품이든 편견을 버리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보며 리뷰를 시작한다.
줄거리
부유한 탤리스 집안의 딸 세실리아는 자신의 집 가정부 아들인 로비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왔다. 로비의 아버지는 가족을 버렸지만, 다행히 세실리아 아버지의 도움으로 세실리아와 같이 명문대생이 되었고 훗날 의대로 진학하여 의사가 되어서 자신이 원조받았던 돈을 갚으려고 한다.
어느 날. 세실리아의 친척인 로라와 쌍둥이 형제 잭슨과 피에로가 시골 저택으로 모이고, 세실리아의 오빠 리온도 시내에서 초콜릿 백만장자인 폴 마샬을 데려온다. 한편 세실리아와 로비는 어릴 때부터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었는데, 로비가 용기를 내어서 쓴 솔직한 마음을 담은 연예편지가 둘의 감정을 순식간에 불지폈고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들을 지켜보던 세실리아의 동생 브라이오니의 눈에 둘은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이 아니라, 위험하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것처럼 비춰진다.
그날 밤. 세실리아와 로비를 포함한 모든 가족 맴버들이 저녁 식사를 하려고 모였다. 하지만 쌍둥이 형제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온 가족들이 수색에 나선다. 브라이오니는 한 남자가 로라를 겁탈하는 것을 보게되는데, 그 남자를 '로비'라고 이야기한다. 로비는 심지어 범인이 아니라는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자신의 눈으로 봤다고 확언하는 브라이오니의 말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다.
실은 브라이오니는 로비를 좋아하고있었던 거였는데, 로비가 자신의 언니인 세실리아를 좋아한다고하니 이를 질투하여 무고한 로비를 잘못된 혐의로 지목하게 된 것이었는데 이미 때는 늦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로비는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는데 세실리아는 가족들과 연을 끊고 로비가 전쟁터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간호사로 일한다. 로비 또한 세실리아를 다시 만난다는 단 하나의 일념으로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고 한다.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오니는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닫는다고하며 세실리아를 만나려고하지만 세실리아는 그녀를 피한다. 브라이오니는 결국 직접 세실리아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로비도 만난다. 브라이오니는 그 둘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날 로라를 겁탈한 사람은 다름아니라 폴 마샬이라는 것을 밝힌다. 하지만 로라와 폴은 결혼을 한 후였어서 더 이상 범인을 밝히는 것은 의미가 없었고, 다만 로비는 브라이오니에게 그날 그녀가 보았던 것을 기술하여서 최대한 자신의 누명을 벗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브라이오니가 자신의 소설을 위해 각색한 내용이었으며, 자신의 책 발매를 앞둔 인터뷰에서 실은 로비는 독일군에 의해 프랑스 북부에서 포위된 연합군 병사들과 함께 덩케르크에서 구출을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었고, 세실리아 또한 발햄 지하철역 위의 가스와 수도관에 투하된 폭탄 때문에 죽었다고 밝힌다.
이어 자신이 혈관성 치매 판정을 받아 기억을 잃어가고있어서 이 소설을 마지막으로 쓰게 됐다고 이야기하며 심지어 용기가 없어서 1940년에 자신의 언니 세실리아를 찾아가지 못했었고, 다만 그들이 삶에서 잃은 것을 주고싶었다고 이야기한다.
나약함이었을까, 친절이었을까.
브라이오니..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뽑으라고하면 단연 '브라이오니'이지 않을까 싶다. 불과 13살의 나이에 희곡을 쓰는 아이이다. 야무지고 똑부러진데다가 의젓해보인다. 그래서인지 마치 당연한듯이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순수하고 정의로운 아이로 비추어진다. 하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가 처참하고 파괴적인 비극을 초래했다.
영화 제목 <Atonement>는 '속죄'를 뜻한다. 사전적 의미의 속죄는 '죄나 속박에 대해 값을 치르고 자유롭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단순히 제목일 뿐, 브라이오니가 자신의 자전적인 소설을 통해서 자신이 어렸을 적에 저질렀던 착오에 발생하게된 비극에 대해서 진정으로 뉘우치고 속죄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각 관객들의 의견에 달려있다.
브라이오니가 그녀의 21번째 소설에서 세실리아와 로비를 행복한 그린 것은 정말로 나약함이나 회피가 아니라,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친절이었을까? 브라이오니가 용기를 내어서 간호사로 일하는 세실리아를 찾아가기만 했었어도 조금 마음이 누그러질 수 있었을텐데.. 자신이 기억력을 잃어가는 병에 걸리고 나서야 마치 속죄하는 듯, 세실리아와 로비에게 소설 안에서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죄책감으로 인해서 자신을 끝까지 보호하고 변호하려는 것 같아서 정이 가지 않는다.
이런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브라이오니가 아니었더라도 전쟁은 발발했을 것이고 로비는 전쟁에 징집되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 화살을 '전쟁 자체'에 돌려보고자 했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혹은 결혼을 하게 된 로라와 폴 마셸 때문에 진실을 늦게 밝히게 되었다고 브라우니를 이해해보려 해봐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로비와 세실리아의 사랑은 그저 불장난이었을 뿐, 그들은 결국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해봐도, 로비는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의젓하게 의사가 되어 세실리아를 행복하게 해줬었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인지, 브라이오니가 만든 픽션인지 구분할 수 없는데, 어디서부터가 진실인지, 어디서부터가 브라우오니에 의해 만들어진 상상인지 굉장히 모호하다. 그런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힌트를 주려는 듯, 영화 포스터에는 "You can only imagine the truth" 라고 적혀있다. 로비가 브라이오니에 의해서 억울한 혐의를 뒤집어쓰고 경찰들에게 잡혀가는 장면까지만 실제있었을 뿐이고, 그 이후에 모든 것들은 브라이오니가 보지 못한 것을 상상으로 그린, 즉 '허구'인데, 따라서 어디까지 실제로 있었던 일일지를 규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관객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전시 중에 세실리아와 로비는 애틋한 마음으로 편지를 나누고, 간절하게 돌아오라고하며,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절망적으로 잡고자했는데.. 그것들도 모두 허구였을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 만큼은 브라이오니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속죄 ?
마지막으로 폴 마샬 역할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등장한다는 것이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는 나름의 포인트가 되어주는데, 지금에야 워낙에 널리 알려진 배우지만,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라고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듣기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영화 이후에 영국 드라마 <셜록> 시리즈의 셜록탐정으로 캐스팅되었다고 들었고, 향후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셜록> 시리즈로 인해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을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일전에 듣기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노예 12년> 영화에 출연할 당시 자신의 집안에 흑인 노예들을 고용했던 일원들이 있었으며,그러한 자신의 집안의 과오를 반성하는 의미로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는데, 지금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마 잘못 와전된 것이 아니었을까? 가디언스 글을 보아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의 가족 중에 노예 소유주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할까? 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을 뿐, 실제 그가 사과를 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 혹시나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정보가 있는 분들은 공유해주시면 도움이 될 듯 하다. :)
영화 이어보기
(+) <어톤먼트>와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영화 <더 헌트>. 아이들을 무작정 순수하고 거짓말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https://with-evelyn.tistory.com/107
(+) 조 라이트 감독의 또다른 작품들 <다키스트 아워>. 덩케르크 탈출작전을 가능하게했던 윈스턴 처칠의 리더쉽을 그리고있는 <다키스트 아워>는 <어톤먼트>와 이어서 보면 좋을 듯하다.
https://with-evelyn.tistory.com/160
(+) 키이라 나이틀리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 <안나 카레니나>는 조 라이트가 감독했다. 이 중 개인적으로 베스트를 꼽자면 <안나 카레니나>를 꼽고싶다.
https://with-evelyn.tistory.com/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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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장 : 영화와 책 속에서>에서는 좋은 영화와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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