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감독 : 조 라이트
-주연 : 키이라 나이틀리 (안나 카레니나 역), 주드로 (알렉시 카레닌 역), 애런 존슨 (브론스키 역)
-음악 : 다리오 마리아넬리
-러닝타임 :130분
★★★★★
줄거리
198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 사교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안나 (키이라 나이틀리)는 자신의 오빠인 스테판이 바람을 피운 사실이 발각되어 올케와 불화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빠와 올케를 화해시키기 위해서 모스크바로 떠난다. 안나는 카레닌(주드로) 결혼한 지 9년이 되었고 슬하에 아들 세로자를 둔 유부녀였지만, 모스크바 역에서 만난 브론스키(애런 존슨)에 첫눈에 사로잡힌다. 브론스키 또한 안나의 오빠 스테판의 처제인 키티(알리시아 비칸데르)와 애인 사이었지만, 그 역시 안나에게 반해 그녀를 따라다닌다. 한편 키티는 브론스키와의 청혼을 기다리며, 레빈(돔놀 글리슨)의 청혼을 거절했지만, 브론스키는 이미 키티는 안중에 없다. 결국에 브론스키는 안나를 따라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쫓아가기에 이른다. 레빈은 키티에게 청혼을 거절당하고 시골로 돌아간다.
"왜 모스크바를 떠나는 거죠?"
"이것 말곤 방법이 없으니까요. 당신 옆에 있으려면"
안나는 자신의 남편 카레닌 모르게 브론스키와의 밀회를 이어가고, 카레닌 또한 그 둘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 안나에게 남들에게 들키지 말 것을 경고한다. 하지만 브론스키가 경마 대회에서 낙마하는 모습을 보고 안나가 놀라 경악하는 모습에서 그 둘의 사이는 만인에게 공개된다.
급기야 안나는 브론스키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고, 그녀는 브론스키에게 집착하며 신경질적이고 불안정한 정신상태로 접어든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따라서 도피했다가,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서 카레닌에게 이혼을 요청하지만 카레닌은 거부한다. 안나는 불륜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상류사회에서 결국에는 사회에서 매장되어지고, 자신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한 브론스키 또한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예민하게 브론스키를 대한다. 결국 그녀는 삶의 의지가 꺾여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한편 키티는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하며, 레닌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산다. 이후 카레닌은 안나의 사생아 딸을 보살핀다.
톨스토이의 원작을 읽을 용기
<오만과 편견> 와 <어톤먼트>를 연출한 조 라이트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
참고로 우선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안나 카레니나>는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인 줄만 알고 있었고, 어떤 줄거리인지, 결말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채 보았다.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들을 유난히 편애하기도 하는데, 변명과 핑계가 허용이 된다면, 그 이유가 책을 읽을 시간이 아무래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무렴 소설보다는 재빠르게 볼 수 있는 것이 길어야 3시간 분량의 영화일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책을 읽을 시간을 쪼개 낼 수 있다는 건 누구도 알만한 것이긴 하니, 절대적인 내 의지 부족인 것은 인정하도록 하자)
어쨌든 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를 통해서나마 소설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저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론 소설을 함께 읽었던 분들이라면 당연히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심층적으로 리뷰할 수 있겠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내가 접한 작품만의 느낌만이라도 최대한 적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안나 카레니나> 같은 경우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 자체로만 리뷰하는 것에 부족함을 느끼며, 이후 여러 사이트에서 톨스토이의 원작 소설 줄거리와 인물 묘사를 참고한 이후에 이 영화를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전체 소설을 읽지 않은채, 소설의 요약본들에서 느꼈던 것을 함께 참고하여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적어도 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스러웠다. 정 그렇다면 소설을 읽으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솔직하게 장편 소설을 완독 할 만한 용기도 안 나는 것이 부끄럽다.
그렇지만 용기내어서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남겨보고 싶었다. 이 영화를 더욱 오래 기억하고 싶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번 설 연휴 간에 가장 잘한 일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무래도 <안나 카레니나> 영화를 본 것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가 좋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대 로맨스를 좋아하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다. 몇몇 장면은 영화를 다 본 다음에도 잔상들이 붙잡고 놓지 않아 계속해서 돌려보기까지 하고, 비슷한 영화는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오로지 안나의 감정을 따라서
소설에서는 카레닌이 명예와 권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로 그와의 결혼 생활에서 안나가 감당했었어야 하는 숨 막힌 분위기가 묘사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카레닌의 인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체면을 지독히도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보이긴 하는데, 그래서 안나는 카레닌의 사랑에 목이 말랐던 것인지, 아니면 너무 권위주의적이라 숨 막혔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를 사랑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영화에서는 안나가 우연히도 모스크바 열차역에서 만난 브론스키에 운명처럼 첫눈에 반했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맞서는 모습이 그려졌을 뿐이다.
영화는 안나의 자살 이후의 브론스키의 삶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만 본 관객들은 브론스키가 이후 어떻게 살았을 것인가에 대해서 궁금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브론스키는 안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후회했었을 것이고, 그러니 안나를 잃은 슬픔을 곧장 이겨내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안나가 자살한 이후 브론스키는 삶의 의미를 잃고 오랜기간동안 미친 사람처럼 실의에 빠져 지내다가 러시아와 오스만이 세르비아 문제로 전쟁을 벌이자 군에 다시 복귀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한다. 실의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비틀거렸다고 하니 브론스키 또한 안나를 정말로 사랑했나 싶기도 했다. 나에게 영화 속의 브론스키는 안나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후회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영화에서는 이후의 브론스키의 삶을 보여주지 않았으니, 나의 상상 또한 자유이겠다. 다만 내가 정말로 톨스토이의 원작 소설을 읽게 된다면 아마도 브론스키의 심리가 가장 궁금해서이기 때문일 것 같다.
원작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영화로 옮길 수는 없을 것이고, 또한 그대로 옮겨야 한다는 법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사람들은 소설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은 영화에 대해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조 라이트 감독은 <안나 카레니나> 영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신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파국을 맞이하기 난 안나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톨스토이는 모범적인 사랑의 모습을 키티와 레빈을 통해서 알려주고자 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 또한 안나에게 마음이 더 간다. 그녀가 원하고 갈망한 것은 그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의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었는데, 결국은 파극말고는 마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서서히 몰려가는 안나를 보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고뇌해보게 된다. 다만, 영화 속의 안나만 본 관객들은 그녀가 저지른 부도덕한 일에 비난을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사랑과 죽음
안나는 모스크바 열차 역에서 열차에 치여 죽음을 당한 경비원을 위해서 돈을 기부하는 브론스키에 인간적인 모습에 반한다. 하지만 결국 안나는 하나님께 용서를 구한다는 말과 함께 열차에 뛰어들어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경비원의 열차 사고는 안나의 사랑이 시작되게 하였으나, 결국 안나가 열차에 투신하여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녀에게 사랑은 죽음의 의미와 같았던 것일까. 시작과 끝은 그렇게 가까이 맞닿아있었다.
<안나 카레니나> 리뷰를 쓰면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리뷰를 쓰는 순간에도 안나와 브론스키와 함께 무도회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그래서 이 리뷰를 마무리하는 것도 마음이 이상하게 아쉽다. 마치 이 영화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 같아서. 그래도 부족한 글솜씨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 리뷰를 남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더욱 또렷하게 기억해볼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 보고자 한다.
이어서 볼만한 영화
(+) 애런 존슨은 바로 직전에 리뷰했던 <일루셔니스트>에서 에드워드 노튼의 어렸을 적 역할의 배우로 등장한다. 원래 머리는 흑발인데, <안나 카레니나> 영화에서 염색한 머리가 치명적이게 잘 어울렸다. 그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감독인 샘 테일러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나이차(23살)는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https://with-evelyn.tistory.com/80
(+) 스웨덴 출신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 역시 키이라 나이틀리 못지 않게 고전극에 참 잘 어울리는 마스크를 가지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 중에 리뷰한 것이 꽤나 많다. 특히 <엑스 마키나>에서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연인으로 등장한 돔놀 글리슨과 함께 출연한다.
https://with-evelyn.tistory.com/28
https://with-evelyn.tistory.com/38
(+) 볼수록 너무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키이라 나이틀리의 또 다른 영화 한 편도 소개한다.
https://with-evelyn.tistory.c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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