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1998
-감독 : 알폰소 쿠아론
-주연 : 기네스 펠트로(에스텔라 역), 에단 호크 (핀 벨역)
-조연 : 크리스 쿠퍼, 로버트 드니로.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 111분
최근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참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넷플릭스에서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생전에 마르케스는 <백년의 고독>을 스크린화 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는 프로젝트이다. (그의 작품들이 모두 영화화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영화화되었다.) 이 넷플릭스 시리즈는 마르케스의 아들이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 3월에 처음 발표 되었고, 3년 간의 침묵 끝에 2022년부터 다시 활발한 개발에 들어갔다고 한다. 실제 티저영상도 공개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2_QybaXvJo
개인적으로 <백년동안의 고독>의 드라마화를 매우 흥미롭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보는 입장으로써, 만약 영화화 된다면 알폰소 쿠아론과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적격이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는데, 모쪼록 잘 각색되어 스크린으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알폰소 쿠아론을 생각한 김에, 그의 영화 1998년 영화 <위대한 유산>을 다시 보았다. 맞다. 분수대 키스신으로 유명한 그 영화 말이다.
줄거리
플로리다 걸프 해안의 작은 마을. 8살의 핀 벨은 누나와 누나의 애인 조와 함께 살고 있다. 집안 형편은 어렵지만 그림에 소질에 있었던 핀은 해변에서 습작을 즐긴다.
어느 날 핀은 우연히 탈옥한 죄수 루스티그를 만난다. 루스티그는 핀의 이름과 사는 곳을 묻고, 자신의 족쇄를 풀 수 있을 장비와 먹을 것을 가져달라고 요청한다. 그렇게 핀은 얼떨결에 루스티그의 발목에 찬 족쇄를 풀어주게 되고, 보트를 몰고 멕시코로 가게 된다. 하지만 경비경에게 발각되어 루스티그는 바다로 뛰어들어 몸을 숨기고, 핀은 몰래 그에게 구명조끼를 준다. 이후 핀은 탈옥수 루스티그가 검거되면서 4일간의 도주극이 막을 내렸다는 뉴스를 본다. 루스티그는 결국 다시 붙잡히게 된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어른 시절의 비밀. 다시는 경험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났던 세상과의 한바탕 충돌."
집 안팎을 손질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핸디맨 조는 멕시코만에서 최고의 부자로 소문나 있는 노라 딘스무어 여사의 호출로 그녀의 대저택에 들어갈 기회를 얻는다. 조를 따라간 핀은 그곳에서 30년 전에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후 미쳐버린 노라 여사와 그녀의 조카딸인 에스텔라를 만난다. 노라는 오랫동안 치우지 않아 난장판이 된 집에서 기괴한 화장을 하며 은둔자로 지냈다.
핀은 이러한 노라를 두려워 하면서도 아름다운 에스텔라에게 반해 그녀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이후 매주 토요일 노라의 집으로 찾아간다. 에스텔라는 도도하고 차가웠고, 노라는 핀에게 에스텔라를 사랑한다면 상처만 받게 될 거라고 충고하지만, 에스텔라를 향한 핀의 마음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커져있었고, 동시에 부에 대한 갈망도 갖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건 비극이야, 장담하는데. 상처가 아무리 커도 넌 저 앨 포기 못 해. 그래서 사랑이 멋진 거지"
계속해서 에스텔라는 냉정하고 오만한 태도로 핀을 대하고, 심지어 핀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홀연히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버린다. 크게 실망한 핀은 그 이후로 노라의 집을 찾지 않았고, 그림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부에 대한 동경과, 자신을 거부했던 에스텔라에 대한 갈망도 접고 더 이상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7년이 흐르고 핀은 어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핀은 한 변호사로부터 자신에게 익명의 후원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핀은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는 후원자가 노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뉴욕에 보내서 에스텔라와 재회를 하게끔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핀은 노라가 옛날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약혼자에 대해 복수라도 할 모양으로 에스텔라를 어렸을 적부터 남자들의 마음을 괴롭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쳤고, 에스텔라가 노라가 가르친 대로 핀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망설였으나, 그는 인생일대의 기회를 잡기 위해 뉴욕으로 갈 결심을 한다.
에스텔라는 내가 가르친 대로 갈기갈기 찢어 놓을 거야. 돌아와서 사내들 가슴을 전부 도려낼 거야.
핀은 뉴욕에서 오랫동안 그리지 않았던 그림을 다시 그리며 개인전을 준비한다. 개인전은 성공적이었고 한순간에 뉴욕 미술계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그렇게 그리워하던 에스텔라도 만난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애인이 있었고, 에스텔라가 핀을 이용하여서 자신의 애인을 질투심으로 애타게 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크게 실망한다.
곧 결혼을 앞둔 에스텔라의 소식에 괴로워 하는 핀 앞에 갑자기 루스티그가 나타난다. 루스티그는 사형을 앞두고 다시 탈옥하는 것에 성공했었던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루스티그는 알고보니 핀의 익명의 후원자였던 것이었다. 루스티그는 핀이 자신에게 잘해준 유일한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뉴욕으로 불렀고 그동안 핀을 후원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핀은 그제야 자신의 후원자가 노라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후 핀은 뉴욕을 떠나 파리로 진출했고 자신이 원했던 모든 걸 얻었다. 에스텔라의 이혼소식도 전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 날 핀은 자신의 고향 플로리다를 찾았다. 노라는 몇 년 전 홀로 죽었고, 시신은 한 달이 지나서 발견됐고 저택도 곧 헐릴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노라의 저택에서 과거에 대해서 회상하는 중에, 그는 그곳에서 에스텔라와 그녀를 빼닮은 그녀의 딸을 만난다.
에스텔라는 이혼 후 변화된 모습을 보이며, 핀에게 이야기한다. "네 생각 많이 했어. 날 용서해 줄래?"
그렇게 두 사람은 과거의 복잡한 관계를 뒤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그녀는 날 안다. 내가 그녀를 알듯이. 처음 본 순간 더 알고 있었다. 그 나머진 중요하지 않다. 모두 지나간 과거일 뿐. 오로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
부에 대한 갈망과 내 모든 동경은 그날 이후 시작됐다.
부와 자유와.. 에스텔라
아주 일찍 '두려움'이란 것을 알아버린 에스텔라는 핀과 깊은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도망가기에 바쁘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미쳐버린 자신의 할머니 노라의 모습을 보고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실제 노라는 핀을 사랑했으나, 자신보다도 그가 더욱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라왔던 것 같다. 자신을 계속 갈망하기를. 자기 자신을 아이돌화, 신격화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쳐버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몇 번은 핀의 애를 태우는 것은 성공했을지 모르나, 핀도 결국 에스텔라에서 독립하여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서 파리로 떠난다.
한편 핀은 에스텔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사랑으로 그녀를 원했다. 마치 완벽한 조각상처럼 에스텔라를 생각했다. 그것은 에스텔라의 의도 그대로였을 수도 있다. 핀에게 상처를 주고 그를 미쳐가게 하는 것을 은근히 즐겼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핀이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상처받기 싫었기도 하고.
이런 에스텔라의 방어적인 태도는 에스텔라 자기 자신을 옳아메는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 나의 본모습을 알게 된다면, 상대방이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그렇게 그녀는 계속해서 핀에게서 도망쳤다. 어쨌든 마지막에는 핀과 에스텔라가 시간이 흘러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어 반갑다. 어떤 인연은 많은 시련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하니까.
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그가 그 어렸을 적에 루스트그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그러한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도 그가 정말로 재능이 없었다면 아주 잠시동안만 유효했을 것이기에, 그에게는 유명해질 만한 만한 재주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그렇다고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라는 메시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누군가에게 주는 친절은 어떻게 서든 좋은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메시지이겠다.
위대한 소설이 없었다면,
위대한 영화들이 있을 수 있었을까?
영화 <위대한 유산>은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19세기 중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있는데, 사회적 불평등, 부와 가난, 명예와 수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주인공 핀의 성장과 인생 여정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고 한다.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은 "막대한 유산"으로 해석이 되기도 하는데, 핀이 결국 "막대한 유산"을 받음으로써 “위대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에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겠다.
한편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는 배경을 21세기로 옮겼다. 매우 파격적인 각색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만, 부와 지위, 그리고 사랑은 어느 시대에서나 있었던 것들이고, 그리고 그 안에서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들 또한 언제나 존재했음으로 어떤 시대에도 그 배경에 맞게 각색이 될 수 있는 듯하다.
원작소설을 읽어 어떤 부분이 현대시대에 맞게 각색이 되었는지를 보는 것이 가장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한편, 내가 나의 최애 감독 중 한명인 마이크 뉴웰 감독 또한 찰스 디킨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 <위대한 유산>,2012을 감독했는데, 비교적 원작 소설의 배경과 스토리를 구현하는 것에 초첨을 맞춘 듯하다. 이 영화도 이어서 보며, 알폰소 쿠아론의 버전과 어떻게 다른지를 느껴보고 싶다.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영화에서 사용된 그림들은 이탈리아의 예술가인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francesco clemente) 의 작품이다. 클레멘테는 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초상화들을 만들었는데, 그는 이 영화를 위해 무려 200여 점의 작품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이 영화가 신비롭고 독특한 분위기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매혹적인 화풍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기네스 펠트로의 초상화는 매우 아이코닉하고 매력적이다. 디테일이 많지도 않은데, 정말 기네스 펠트로의 눈빛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https://en.wikipedia.org/wiki/Francesco_Clemente
영화 이어보기
(+) 알폰소 쿠아론의 또 다른 영화 <소공녀>
https://with-evelyn.tistory.com/180
(+) 기네스 펠트로가 출연한 또 다른 영화 <프루프>, <셰익스피어 인 러브>
https://with-evelyn.tistory.com/216
https://with-evelyn.tistory.com/225
<사유와 성장 : 영화와 책 속에서>에서는 좋은 영화와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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