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카랄도>, <Fitzcarraldo>,1982
-감독 : 베르너 헤어조크
-주연 : 클라우스 킨스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러닝타임 : 158분
-개요 : 모험
-등급 : 15세 관람가
나름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봤다고 자부하지만 부끄럽게도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헤어조크는 바로 직전에 리뷰하였던 <퀸 오브 데저트>의 감독이었는데, 실은 감독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단지 나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대한 관심, 그리고 니콜 키드먼, 로버트 패틴슨과 제임스 프랑코 세명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그 영화를 시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 회화 튜터와 수업하면서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퀸 오브 데저트> 이야기를하게 되었는데, 튜터가 감독 베르너 헤어 조크에 대한 팬이라는 것을 알면서 반가워하기에 이 감독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았다. <잭 리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톰 크루즈의 영화는 모두 다 도장깨기 하고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나는 주저 없이 보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베르너 헤어조크가 감독한 영화가 아니라 그가 '출연'한 영화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는 실제 감독 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에서도 출연한 경력이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한번 낚이고 나서는(?)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글중 거의 모든 글에 빼놓지 않고 '마스터피스'로 거론되던 <피츠카랄도>를 보기로 했다.
영화 <피츠카랄도>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한 페루의 고무 산업 사업가로, 주로 아마존 정글 지역에서 활동한 카를로스 피츠카랄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줄거리
어떤 인디언 족은 이곳을 미완성의 대지라 했으며, 인간이 사라진 후에야 신이 작업을 마치리라 생각했다.
카야 하리 야쿠(Cayahuari Yacu)
1900년대 초 페루 아마존. 아마존강 유역의 작은 도시에 사는 피츠카랄도는 철도 사업을 하다가 현재는 얼음 공장으로 돈을 벌고 있다. 그는 오페라의 광팬이다. 얼마나 광팬이었냐면, 피츠카랄도와 그의 아내는 카루소가 출연하는 오페라를 보기 위해서 이틀 간 직접 배를 저을 정도였다.
그러한 그의 오페라에 대한 열정은 아마존의 정글 속에 훌륭한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것으로 발전한다. 그의 꿈은 극장을 세워 그곳에 카루소를 초대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그는 자금이 필요했다.
아마존의 지도를 우연히 보게 된 그의 두 눈은 반짝인다. 약 천사백만 나무의 고무나무가 있는 지역이 있지만, 급류 때문에 소유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돈을 빌려 증기선을 구입하고 밀림 속으로 모험을 떠난다.
"그 얼음... 그러니까 그 모든 건 다 제 꿈 때문입니다. 오페라. 정글에서의 최고의 오페라"
아마존 강의 상류로 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그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증기선을 들어올려 산을 넘는 것.
한편 상류로 갈수록 증기선에 탑승한 원주민들은 공포에 떤다. 상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금기지역으로 이미 알려져있었기 때문이다. 살아 돌아올지 위험천만한 여정에 두려움을 느낀 원주민들은 도망치나 피츠카랄도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그들은 상류에 거주하고있던 히바로스 부족을 만난다. 피츠카랄도 일행과 히바로스 부족과는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피츠카랄도의 계획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그렇게 산의 나무를 무너뜨리고, 길을 터서 배를 들어 옮기는 작업이 시작된다.
피츠카랄도 일행은 히바로스 부족이 어떤 대가를 바라는지도 알 수 없었고,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배를 옮기는 것을 도우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도움 덕분에 배는 산을 넘는 것에 성공한다.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 피츠카랄도는 급류에 휩쓸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게 되고, 파산할 위기에 놓인 그는 결국 배를 팔기로 결정한다. 다만 피츠카랄도는 배를 팔면서 페루에서 이탈리아 오페라단을 초청하여 배위에서 공연하는 것을 주문한다. 그렇게 영화는 피츠카랄도가 배 위에서 울려 퍼지는 오페라에 황홀해하며,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꿈꾸는 자만이 산을 움직일 수 있죠
나는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굉장히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했다. 아마존 상류를 향해 올라가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틀렸다. 아니다. 예상이 반은 틀리고, 반은 맞았다고 봐야할까. 물론 피츠카랄도가 바라던 대로 정글에 오페라 하우스를 세우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를 무작정 비극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긴하다.
피츠카랄도의 무모할 수 있는 꿈을 응원해주고 지지해 준 아내인 몰리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츠카랄도의 꿈에 대해서 비난하지 않고 귀기울여주었고 다른 사람들의 비난의 눈초리에서 그의 입장을 대변해주며 보호해주려고 했다. 물론, 그녀가 여자 원주민을 교육시키고 이를 돈 많은 남자들에게 돈을 받고 시집보내는 일종의 중매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녀가 어떠한 풍족한 생활을 보장해 주며 그들을 먹고 재웠는지와는 별개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킨스키도 오페라를 이용해 원주민을 교화하려고 있었던 의도가 있었을 수 있었을 것임으로, 그의 행동이 문화적 우월주의, 제국주의적 사고에 기반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다.
인간에 있어 꿈이라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피츠카랄도 또한 그저 순수하게 개인적인 꿈과 열정을 표현하려는 방식으로서 정글에서의 오페라 하우스를 꿈꿨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안에서 지나친 집념을 넘어선 광기를 보았다. 피츠카랄도 자체가 문명에있는 것 보다 자연을 더 편하게 생각했고, 순수하고 꾸밈없는 사람이었어서 원주민들의 마음을 샀기는 하였지만, 수십 명의 원주민들에 의해 배가 산을 넘어가는 장면을 보는 내 마음은 감동적이라기보다 복잡오묘했다. 정말로 오페라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인가. 그의 열정 가득한 눈에 감명을 받았던 것인가.
킨스키, 그리고 헤어조크
피츠카랄도를 연기한 킨스키는 1926년 생으로 1991년 향년 65년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는데, 나무위키에 업데이트 되어있는 그의 인생은 괴이하기 그지없다.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그가 굉장히 신경질적이고, 괴팍한 사람이었다는 것으로 기술되어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성격이 그의 외모에서도 보이는 것 같은 건 비단 내 생각뿐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나쁜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했던 것은 단순히 그의 외모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모나고 예민한 성격. 괴짜스러움. 다혈질적인 성향이 얼굴에서 드러났었다고 해야겠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도 왠지 모르는 쎄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서늘한 광기에서 나는 자신의 욕심에 결국에 발을 걸려 넘어질 불행한 결말을 섣불리 예감했던 것이 아닐까.
<피츠카랄도> 촬영을 하면서 사상사, 부상자도 발생했다고 하니 안타깝고 끔찍하다. 정글에 오페라하우스를 만들고 싶었던 피츠카랄도의 집념과, 이 영화를 완성시키고자 했던 베르너 헤어조크의 집념이 매우 닮아있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이 집념은 실제 역사적 인물인 ‘카를로스 피츠카랄도’에서 시작되었다. 마치 소설일 것 같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 카를로스 피츠카랄도가 오페라를 좋아했다고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베르너 헤어조크와 클라우스 킨스키의 애증의 관계 또한 매우 흥미롭다. 그들의 독특했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면 영화 <피츠카랄도>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버든 오브 드림스>, 그리고 킨스키와 헤어조크 사이의 애증의 관계를 그린 다큐멘터리 <나의 친애하는 적>을 보면 좋을 듯하다.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6490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6488
영화 이어보기
인간의 집념이 묻어있는 영화들 <노인과 바다>
https://with-evelyn.tistory.com/134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퀸 오브 데저트>
https://with-evelyn.tistory.com/235
<사유와 성장 : 영화와 책 속에서>에서는 좋은 영화와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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