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오브 데저트><Queen of the Desert>, 2016
감독 : 베르너 헤어조크
장르: 드라마, 역사, 어드벤처
주연 : 니콜 키드먼 (거트루드 벨 역) 제임스 프랑코 (헨리 카도건 역),
데미안 루이스 (리처드 다우디 와일드 역), 로버트 패틴슨 (T.E. 로렌스 역)
러닝타임 : 127분
등급 : 12세 관람가
2024년 첫번째로 리뷰를 할 영화는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퀸 오브 데저트>이다. 영화는 20세기 초 중동 정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 영국의 작가, 여행가, 정치관, 관리자, 고고학자인 거트루드 벨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를 본 이후 며칠 째 사운드 트랙을 들으면서 영화 속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되뇌이면서, 마음에 남은 여운을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했고, 결국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된 거트루드 벨의 삶에서, 외국에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게 되었고 큰 위로를 얻었다. 새해를 시작함에 있어 우연스럽게도 좋은 작품을 보아서 감사한 마음이다.
줄거리
1차 대전은 5세기 동안 중동을 다스렸던 오스만제국의 종말을 앞당겼다. 열강은 영토 분할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태어난 거트루드 벨은 결혼상대를 찾는 사교모임이 지루할 뿐이다. 겨우 여자 넷이 합격한 옥스포드 사학과에서 수석졸업을 했지만,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삶은 답답할 뿐이다. 그녀는 부모님에게 인도, 아랍 어디든 제발 나가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그렇게 그녀는 외교관 삼촌이 근무하고 있는 테헤란의 영국 대사관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헨리 카도건이라는 대사관 서기관의 보좌의 큰 도움을 받아 테헤란 생활에 빠르게 적응한다. 자상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헨리에게게 호감을 느끼고 둘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들은 결혼하고자 했지만, 거트루드 벨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친다. 영국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헨리는 이에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고, 거트루드 벨은 좌절한다.
3년 후. 1906년. 거트루드 벨은 고고학적 연구와 더불어 베두인족을 연구하고자 다시 사막으로 돌아간다. 여자 혼자서 전쟁 중에 사막 여행을 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에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른다. 사막을 횡단하는 중에 그녀는 T.E. 로렌스를 만나서 우정을 쌓기도 한다.
리처드 도리언 : 제가 궁금한 건 편한 고향을 떠나 이곳에 오신 이유입니다.
거트루트 : 솔직히 저도 이해가 안 되지만 꼭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트루드 벨은 자주성이 강하고, 자비가 없고, 터키라면 치를 떠는 드루즈 족을 만나러 간다.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특유의 당당함과 사막의 아름다움과 시와 같은 그들의 삶에 대한 찬미로, 드루즈 족장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한편 전쟁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영국 정부는 거트루드 벨에게 스파이가 되어 정보가 부족한 지역을 탐험해 달라는 것을 제안 하나 벨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거트루드는 아랍 세계의 은밀한 핵심점이자 1850년 이후로 제대로 탐사된 기록이 없는 하일로 가고자 한다. 그곳에 있는 이븐 라쉬드라는 아랍의 지도자로 떠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다. 거트루드 벨은 헨리의 죽음 이후에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다마스쿠스 영국 총 영사관에서 근무하는 리처드 다우디 와일드 소령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을 한 남자였고, 사랑은 거트루드의 발을 붙잡지 못했다. 그녀는 또 사막을 횡단하기 위해 떠난다.
이 신비로운 미로로 깊게 들어갈수록 날 더욱 잘 알게 됐어.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거트루드는 하일에서 당시 아랍의 미래에 대해서 가늠할 수 있는 눈을 키워오게 되고, 그렇게 다시 리처드가 있는 다마스쿠스로 돌아간다.
거트루드가 돌아오고 나니 전쟁이 세계로 번져있었다. 그리고 리처드는 다시 현역으로 입대하게 됐다는 소식을 알린다. 전쟁에서 돌아오면 자신의 아내와 주디스와 정리하고 자유가 되어 거트루드와의 삶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거트루드는 그가 갈리폴리 전투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후 거트루드는 동양 자문이 되어서, 중동 탐험가이자 정치적 활동가로 중동 지역에서 영국의 영향력과 관련된 활동에 깊이 관여한다.
파이살과 압둘라는 이라크와 요르단의 왕이 되었다. 거트루드는 이들의 국경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영국은 그녀의 추천으로 이븐 사우스를 도와 왕국을 세우도록 하였다. 거투르드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1926년 바그다드에서 사망해 그곳에 묻혔다. 베두인족은 자신들을 이해해 준 단 한 명의 외국인으로 아직까지 그녀를 기억한다.
생애 처음으로 날 알게됐다.
내 심장의 주인은 사막인 것을.
작년에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1998 를 보았다. 워낙 유명한 대작 영화였고, 이동진 작가가 추천하기도 했어서 늘 보고싶었으나 거의 4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 대한 압박으로 보기를 미뤄왔었으나, 막상 그 재미에 굉장히 놀랐었다.
그렇게 T.E 로렌스를 알게되고 1900년대 초반의 중동과 열강들 사이의 스토리에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던 찰나에,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같은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가 '바로 거트루드 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퀸 오브 데저트>가 거트루드 벨의 삶을 그렸다는 정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거트루드 벨의 중동 탐험과 정치적 역할, 그리고 아랍 세계와의 상호 작용을 다루며, 그녀의 삶과 업적을 포함한 중동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다룬다. 영화의 스토리는 비교적 단조로웠으며 템포 또한 마치 사막에서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듯이 느렸지만, 거트루드 벨이 영국을 떠나 중동에서 탐험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성숙해지고 결국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거트루드 벨의 감정을 세심하고 온전히 전달하려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편한 집을 나와서 굳이 고생하려고 하는 거트루드 벨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그려진다. 건방지고 시끄럽게 말 많고 선머슴 같은 여자. 주제넘게 나대는 귀찮은 여자. 한심한 계집이라는 비난은 정말로 신랄하기 그지없다. 거트루드 벨은 1888년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하여 여성 최초로 학사취득자격시험을 통과했지만, 하지만 당시 여성에게 학위를 주지 않았기에 학위는 없었다고 한다. 그때의 여성, 남성 간의 차별이 얼마나 컸을지는 감히 상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인 듯하다.
물론 니콜 키드만은 거트루드 벨을 연기한 것이지만, 그녀의 쫙 펴진 어깨, 고고했던 태도에서 거트루드 벨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지녔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녀의 외교술은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에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달까.
영화는 메릴스트립 주연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도 닮아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 카렌은 덴마크가 아닌 어딘가로 떠나서 새출발을 하고 싶어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스웨덴 출신의 블릭센 남작과 결혼하고, 낙농업을 하겠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나이로비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카렌, 그리고 <퀸 오브 데저트>의 거트루드 벨 둘 다 실존 인물이다. 그녀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두 영화의 여주인공 모두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지내지 못한 것은 마음이 아픈 부분이다. 자신의 일,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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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트루드 벨안에서 나를 보다
난 지금 살아보지 못 한 곳, 익숙하지 않은 이국적인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고 싶은 호기심으로 인해서 베트남에 오게 되었다.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도 물론 있었다.
처음부터 나를 알고 싶어서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자라지 못한 곳,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내 자신을 더 들여다볼 수 있게 됐고, 나 자신에 대해서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언어와 생활 방식이 다른 곳에서 생존력도 기를 수 있게 됐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또한 관용의 폭도 넓어진 것 같다. 물론 시기가 시기인 만큼, 나 자신에 대해서 조금은 알기 시작했어야 하는 나이이기도 했지만, 좀 더 진지하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나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고요, 적막이 가득한 사막을 횡단했던 거트루드 벨도 이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침묵과 고독이 장막처럼 날 둘러싸고 문명 속에 있을 때보다 더 깊은 잠을 자고 그리곤 길없는 사막을 또다시 걸어요.
물론 일부 학자들과 비평가들은 거트루드 벨이 이라크와 시리아 같은 중동 국가들의 인위적인 국경 설정이 여러 민족과 종교 집단 간의 긴장을 야기했고, 오늘날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과 갈등의 일부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알고있다. 단지 영화는 그녀가 당시 시대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게 어떻게 중동으로 떠나는 파격적인 결정을 하게 됐으며, 어떻게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했는지에 대해서 집중해서 그리고 있다.
4년 10개월 전에 이곳에 처음 왔을 때의 나의 모습, 그리고 지금의 나의 모습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영화였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고자 했던 거트루드 벨의 용기의 결단력에서 감명을 받고, 그녀가 자석처럼 새로운 곳에 이끌렸던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이입됐다. 당시 네비게이션도 없고, 핸드폰도 없던 시절에 그렇게 여자가 미지에 세계를 가려고 했던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라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고민하여야겠다고 생각한다. 2024년을 시작하는 시점.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걱정되거나, 두렵다면 영화 <퀸 오브 데저트>에서 용기의 메세지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못다 한 이야기
나는 이 영화의 감독인 '베르너 헤어조크'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하였는데, 영어 회화 수업을 하다가 최근에 이 영화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니 튜터가 굉장히 놀라며 자신이 이 감독을 매우 좋아한다고 하여 놀랐다.
튜터는 원체 베르너 헤어조크의 팬이라 <퀸 오브 데저트>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평이 좋지 않아 보기를 망설였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대중적인 평이 좋지 않더라도 좋은 영화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잊지 않고, 또 사람마다 좋은 영화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역시나 누구나 평점에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는 듯하다.)
내가 영화 속의 거트루드 벨과 내가 어느 정도 닮아있다고 느꼈고, 음악과 웅장하고 사막의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고 감상을 전하니 튜터도 영화를 본다고 했다. 보고 관련해서 감상을 나누면 더욱 의미가 깊을 듯 하다.
추가로 거트루드 벨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았지만, 한글로 번역된 도서가 없다는 것을 알고 꽤나 좌절했다.
다만, 18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유럽 여성들 가운데서는 동방으로의 여행을 떠났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동방을 꿈꾸며> 라는 책을 발견했지만, 현재는 절판되어서 중고 서적을 구입했지만 판매자분이 구매 취소를 하셨다. 다시 한번 다른 루트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알아봐야겠다.
또한, Penguin classics에서 발행된 A woman in Arabia 책을 구매해서 읽어볼까 아니면 오디오 북을 구매해서 들어볼까 고민 중이다. 이렇게 그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것 보면, 나에게 큰 울림이 되었던 듯하다. 아. 하고싶은 것은 많고, 시간은 너무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이번 년도도 열심히 바쁘게, 보람차게 한번 살아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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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만
<휴먼 스테인>, <아이즈 와이드 셧> <스텝포드 와이프>, <파 앤드 어웨이> <도그빌>. 모든 영화들이 하나같이 보석 같다. 마스크 자체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워서 비주얼에 집중된 고상한 배역만 한다고 해도 어울릴법한데,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니콜 키드먼이 참 대단하다.
<퀸 오브 데저트>에서 젊은 나이의 거트루드 벨을 연기한 것도 어색함이 없다. 굉장히 진지하고 성숙하고 독립적인 여성일 것이라는 것이 필모그래피를 통해서도 느껴진다. 톰 크루즈와 결혼했어서 할리우드에 만연해 있던 성적 유혹에 대해서 거리를 둘 수 있었다는 니콜 키드먼. 하지만 자신 스스로 자립하고 싶어 이혼을 한 니콜 키드먼의 인생 자체에서도 좀 더 나 다운 사람이 되고자 했던 그녀의 태도 또한 많은 감명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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