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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빌>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니콜 키드먼 주연.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마주할 때

by evelyn_ 2019.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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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 <Dogville>, 2003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주연 : 니콜 키드만 (그레이스 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미스테리 

-러닝타임: 178분 

 


* 이 글에는 본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록키 산맥에 자리한 작은 마을 '도그빌'. 어느 날 밤. 총소리가 들리고, 한 여자가 마을로 도망쳐온다. 이어서 갱들의 차가 그 마을로 들어오고, 도그빌에 사는 ‘톰’에게 한 여자를 찾는다는 것을 알린다. 그리고 연락처를 건네며 외부인을 찾게되면 연락을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차는 사라진다. 

 

 창백하지만 아름다운 얼굴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는 이 비밀스러운 여자의 이름은 '그레이스'(니콜 키드먼 역).  그레이스는 그 마을에서 곧장 다시 도망치고자 하지만, 톰은 지루한 일상에서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찾은 사람 마냥 눈을 반짝이며, 그레이스를 마을에 머물게 만들고자 한다. 일단 마을에 머물게 하기 위해 마을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그녀를 마을사람들에게 소개한다. 마을 사람들은 갑작스런 이방인의 등장에 경계심을 거두지 못한다. 하지만 톰은 마을 사람들에게 그레이스를 받아드리는 인정을 베풀어야함을 주장한다. 결국 톰의 설득으로 그레이스에겐 마을에서 머물 수 있는 2주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레이스는 마을 주민들의 집을 방문하며 도와줄 일은 없는지 묻고 기꺼이 그들을 돕는다. 그녀의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2주의 시간이 지난 뒤, 도그빌 사람들은 그녀를 받아 들이기로 결정한다. 그레이스에게 도그빌은 그렇게 행복한 마을이 되어가며, 톰은 그레이스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그레이스도 자신을 보살펴주는 톰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경찰이 들이닥치고, 곳곳마다 그레이스를 찾는 현상 포스터가 붙는다. 소박하고 착하지만, 단지 외부인에 대한 경계를 보이던 도그빌 사람들은 점점 그녀를 숨겨주고 있는 것이 발각되면 자신들이 해를 입을까봐 불안해하기 시작하고, 그녀가 쫓겨다니고 있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지자, 숨겨준다는 대가로 그레이스를 견딜 수 없는 노동과 성적 학대 속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그레이스는 견디다 못해 마을을 탈출하기로 결심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개목걸이를 채우기까지 한다.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톰은 그녀가 그러한 학대를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쉽사리 그녀를 도와주지 못하고, 결국은 톰은 마을 사람들과 뜻을 합쳐, 그레이스가 도망쳐 온 날 뒤쫓아오던 차의 남자에게서 전달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하여, 그레이스를 넘기고 대가를 받고자 한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레이스는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 아니라, 단지 갱스터인 아버지처럼 되기 싫어, 그에게서 도망쳐 왔던 것이었고, 그레이스를 만난 그는 다시 그레이스가 자신의 조직에 가담하기를 설득하고 당장 마을 사람들을 심판하는 것부터 설득한다. 

 

“넌 동정하기 때문에 심판하지 않는 거야.”

“제가 오만한 건 용서하기 때문인가요?” 

“그 말도 얼마나 오만한 줄 아니?” “네겐 선입견이 있어. 저들은 나처럼 고고한 성품을 가질 수 없으니 면죄해 주자. 이보다 더 오만한 게 어디 있니? 넌 사람들을 너무 쉽게 용서하고 있어. 인정을 베풀 땐 베풀어야지. 단 네 기준을 잃어선 안 돼. 넌 그 점에서 잘못한 거야. 네가 받아 마땅한 벌은 그들도 받아 마땅해. 인간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해. 근데 넌 그들에게 기회도 안 줬어.”
 
그레이스는 도그빌을 보며, 자신의 아버지의 말처럼, 자신이 악한 사람들에게 용서라는 지나친 오만을 베풀었다는 것을 깨닫고 도그빌을 모두 불태우고 사람들을 총살하여 죽이게 된다. 
 
“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제 권력을 쓰고 싶어요.” 
 

인간의 본성. 그리고 사유의 중요성.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 한 여자가 약자라는 판단이 제대로 서자 (결국은 오해였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그녀를 처참하게 마녀사냥하여 괴롭힌다. 그녀는 그렇게 괴롭힘을 당할 정도로 잘못을 했는가? 톰을 포함한 도그빌 주민들은 그레이스가 곤경에 처했다는 것만 알았을 뿐, 정확하게 ‘어떠한 이유’로 그녀가 도그빌로 도망쳐 온 것인지는 알지 못 했다. 그들은 그저 그녀가 왜 도망쳤는지의 이유를 ‘짐작’만 했을 뿐이고, 동시에 그레이스 또한 정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레이스를 약자로 규정하고, 잔혹하게 대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명확한 이유가 없이도 극악한 행동을 저지른다.

 

 그레이스는 살인 폭력에 물든 갱이 되기 싫어 도그빌로 도망쳐 왔다. 그리고 그녀는 도그빌 사람들이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것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을의 추악함을 경험한 그녀는 결국엔 갱스터인 아빠의 뒤를 잇는 것을 택한다. 그레이스가 마을사람들을 총살하는 장면에서 묘한 희열감이 느껴지며, 이 결말이 ‘권선징악’의 좋은 예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희열도 잠시, 그레이스도 추악한 마을 사람들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폭력을 피해 달아났던 그녀는 다시 폭력으로 되돌아온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노동착취와 성적 학대를 받아 괴로웠고, 더 이상 도그빌에서 자행되는 폭력을 막기 위해서 총살하였다고 이야기 할테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녀가 살육으로 앙갚음한 행동은 용서될 수 없다. 적당한 권력은 사회를 응집시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일테지만, 그레이스가 시행한 권력은 어떠한가? 갱이라고 해서 사람들을 심판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총을 가지고 있다고 남을 쏠 수 있는 정당한 권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그레이스도 어찌보면 마을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인간의 악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 우리는 도그빌의 사람과 그레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상기시키면서 이러한 상황에 놓여졌을 때,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나약한 본성은 사유하지 못하는 자에게 추악하게 드러난다. 약한 사람을 짓밟지 않으려면, 그리고 강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약하지 않으려면, 그래서 우리 모두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게하려면 우리부터가 제대로 사유해야 한다.

 

진정한 박애의 의미 

 자신에게 악을 행했던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이야기한다. 맞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무조건 용서하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각자가 소중한 인격체이다. 그 인격체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진정한 박애가 아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그레이스의 graceful 한 면이 도그빌 사람들을 악마로 만들었을 수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레이스가 그렇게 처음부터 마을사람들에게 순응적이지 않았다면,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악마가 되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왜 도망다니는지에 대해서 해명하지 않았다. 그저 순응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이 죄인인 것 마냥 행동했다. 그레이스는 마을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그러할수록 마을사람들의 마음에는 그레이스가 큰 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확고해졌고, 그레이스를 괴롭히면서도 그 행동을 스스로가 합리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절대 그레이스가 마냥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박애적인 이해에, 마을사람들도 이해로 보답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이해를 이해로 보답하지 않은 도그빌은 결국 극단으로 치달았다.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에게, 나도 존중으로 보답하고, 상대방이 보여주는 나에 대한 이해를, 이해로 다시 되돌려주는 노력이 개인의 인격이 무참히 침해되는 도그빌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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