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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래리 플린트> 우디 해럴슨, 코트니 러브, 애드워드 노튼 주연. 당연하지만 그래서 잊기 쉬운 표현의 자유에 관해서 The People Vs. Larry Flynt

by evelyn_ 201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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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플린트> <The People Vs. Larry Flynt>, 1996

-감독 : 밀로스 포만

-주연: 우디 해럴슨 (래리 플린트 역), 코트니 러브 (엘시아 리주어 역), 에드워드 노튼(알란 아이삭맨 역) 

-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129분 


 

스트립 바를 운영하는 청년 래리 플린트(우디 해럴슨 분) 는 그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점점 따분해 한다는 것을 알고, 홍보용으로 댄서들의 나체사진을 실은 포르노 잡지 ‘허슬러’를 발행하게 된다. ‘허슬러’는 매우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잡지였고, 처음에는 잘 팔리지 않았지만, 재키 오의 누드를 실으면서 굉장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그 이후 래리는 한순간에 부자가 되고, 스트립 바를 운영하면서 알게된 스트립 걸인 엘리사(코트니 러브 분)와 결혼을 하게된다. 하지만 ‘허슬러’는 외설적이고 낯뜨거운 장면을 묘사하고, 그것들이 아이들에게 노출되었다는 이유로, 법정에 회부되게 되고, 그의 변호사 “앨런”은 그 이후 계속해서 벌어지는 법정 소송에서 래리를 변호하게 된다. 

 

 영화의 재미는 래리 플린트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복음 전도사이자, 기독교 근본주의자였던 제리 폴웰과 벌이는 법적 싸움으로 절정을 이룬다. 허슬러에 폴웰 목사가 모친과 근친상간했다는 내용의 삽화를 내보낸 래리는 폴웰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고, 손해배상을 청구받게되는데, 그의 맞서 래리의 변호사 앨런은 폴웰이 이 기사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 사실을 지적함으로 이는 명백히 ‘명예훼손’이 아니라 ‘풍자’라고 반박하고, 수정 헌법 1조에 기재된 공인을 향한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며, 거듭된 소송과 항고 끝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미국 수정 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 

 미국 수정 헌법 제1조는 1791년 12월 15일 채택이 된 헌법으로, 종교의 설립을 주선하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방해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막거나,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정부에 대한 탄원의 권리를 막는 어떠한 법 제정도 금지함이 명시되어 있다. 즉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헌법인데, 앨런이 이 수정 헌법 1조의 내용을 법정에서 이야기하며 래리를 변호한 대사들은 훌륭하여 몇 번이고 곱씹어보게 된다.

 
 “ 래리 플린트가 하는 일을 좋아하라는 게 아닙니다. 저부터도 싫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건 이 나라에 산다는 사실이죠. 우리 스스로 뭐든 결정할 수 있는 나라 말입니다. 이 나라에선 자신의 의지대로 ‘허슬러’를 사서 읽고 싶으면 읽고 버리고 싶으면 버리면 됩니다. 그것만이 아니죠. 아예 안 사도 돼요. 저는 제게 그런 권리가 있다는 게 좋고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도 긍지를 느끼세요. 진심입니다. 우린 자유 국가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 얘기 자주 하지만 무슨 뜻인지 가끔 잊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하죠. 우린 자유 국가에 삽니다. 그건 엄청난 겁니다. 아주 훌륭한 삶의 방식이죠. 하지만 자유엔 대가가 따르죠. 그래서 가끔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참고 넘겨야 해요. 래리 플린트와 ‘허슬러’에 관해 여러분이 어떻게 결정하든 그건 자유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결정이 우리 모두를 위한 건지 자문해 보세요. 왜냐면 이 방에 있는 모두가 즐겨야 할 자유가 여러분에 의해 좌지우지될 테니까요. 우리 일부가 외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벽을 쌓기 시작하면 머잖아 우린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 벽이 세워져 있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그 결과 우리 아무것도 볼 수도 할 수도 없게 되죠. 그건 자유가 아녜요.” 

전쟁 vs 섹스 

 래리는 표현의 자유의 연장선으로 섹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신시내티 컨벤션 센터에서 자유 언론을 위한 미국인으로 초대되어, 전쟁과 섹스을 비교하면서 어떤 것이 더 외설적인가에 대해서 물음을 던진 연설도 매우 인상깊었다. 

“ 한말씀 드리죠. 살인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살인하는 모습을 사진으로찍어 ‘뉴스위크’ 커버에 실어보세요. 퓰리처 상을 받을지도 몰라요. 섹스는 적법입니다. 모두 하고 있잖아요. 아니면 하고 싶어하거나요. 그런데 두 사람이 섹스하는 사진을 찍으면 또는 여자의 알몸 사진을 찍으면 감방에 가죠. 정치인과 선동 정치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성적으로 노골적인 내용이 이 나라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고요. 그건 거짓말이자 속임수이자 불경스러운 전쟁에 대한 선포입니다.섹스가 나쁘고 추하고 지저분한 거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인류애란 이름으로 가장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피를 흘리는 건 영웅적이라고 하면서요. 섹스라면 무조건 금기시하죠. 그러니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고 종족 학살을 하는 겁니다. 자문해보세요. 무엇이 더 외설적입니까? 섹스입니까? 전쟁입니까?” 
 

언론 자유의 상징. 래리 플린트

  래리 플린트는 실제 인물로 1942년에 태어나고 아직까지 살아있으며, 미국 언론 자유의 상징으로 불리운다. 90년도에 태어난 나에게는 어찌보면 자유라는 주제는 너무나 당연해서 되짚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주제였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우리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매우 당연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심심치 않게 명예훼손 소송이 진행됨을 들을 수 있으나, 미국에서는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개인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명예훼손에 포함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아직 미국과 한국에는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에 대한 온도차가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허슬러’가 모범 시민을 타락시킨다고 비난하였다. 어찌보면 그들은 그들의 불쾌감을 자유롭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유가 수호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면, 그들조차도 래리 플린트를 비난할 수 없었지 않았을까? 풍자는 어떠한 사람을 다양한 방면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그러한 의미해서 공익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이러한 풍자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사고는 성장을 멈출 것이다. 다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획일적이게 될 것이다. 시야는 편협해질 것이고 나아가 사회는 성장을 멈출 것이다. 즉,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는 매우 건강한 사회라는 증거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배우들의 명연기 
 

 ‘남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원래 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훌륭했다. 그래서인지 2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싸우는 강인하고 똑똑한 래리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고, 애드워드 노튼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변호사 역할도 참 잘 어울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엘시아를 연기한 코트니 러브는 정말 놀라웠다. 엘시아는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던 여자였고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래리를 신념있는 사람으로 존중해주고, 래리에게 좋은 사업 파트너이자 아내로서 진정으로 래리를 믿고 사랑했다. 그런 엘시아가 래리가 신원 불명의 사람에게 피격을 당하고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을 때 경험했을 상실감과 슬픔이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약물중독과 에이즈로 죽고 말지만, 엘시아가 래리를 헌신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주었던 것, 그리고 엘시아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래리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이 감동은 모두 코트니 러브가 이 배역을 잘 소화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 영화가 래리 플랜트를 지나치게 미화했다고 거북해한다는 것을 알고있다. 맞다. 래리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돈을 벌고자 혈안이 되어 있던 그저 사업가적인 인물일 수 있다. 수정 헌법 1조를 거론한 것도 자신의 승리를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래리 플랜트의 진짜 의도가 어쨌든지 상관없이, 그냥, 단지, 이 영화를 통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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