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그램 프로젝트> <Experimenter>,2015
-감독 : 마이클 알메레이다
-주연 : 피터 사스가드 (스탠리 밀그램 역), 위노나 라이더 (사샤 역), 안톤 옐친 (렌살리어 역)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98분
대단한 사회적 파문을 불러왔던 “복종 실험”
1961년 예일대 사회 심리학 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칸막이로 참가자들을 교사와 학생으로 나누고, 교사의 질문에 오답을 말한 학생에게 교사가 직접 전기충격 처벌을 주는 실험을 진행한다. 밀그램은 본격 실험에 착수하기 이전에 교사의 역할을 맡은 실험자들에게 전기 충격을 미리 경험해 줌으로써, 반대쪽 칸막이에 있는 학생 실험자가 오답을 말했을 때 교사 역할의 실험자가 학생 실험자에게 직접 가할 전기충격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실험은 진행되고, 안타깝게도 학생은 계속 오답을 이야기하고 이에따라 점점 더 센 세기의 전기충격이 가해져야 한다. 고통스러워하는 학생의 소리를 듣는 교사 실험자는 학생 실험자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에 본인도 괴로워 하지만, 이미 실험은 진행이 되었고 멈출 수 없다는 말에 꾸역꾸역 끝까지 진행을 한다. 고통스러워하던 학생은 죽은 것인 것 마냥 어느 순간부터 고통스러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어떻게 문명화된 인간이 비인도적인 행위에 동참할까요? 어떻게 집단 학살이 그렇게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이를 어떻게 감수했을까요?”
“그들은 망설이며 한숨짓고 떨면서 괴로워했지만, 마지막 450볼트 스위치를 누르고야 말았다.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위험한 수치지만 정중하게 부탁받았던 이유로 말이다.”
왜 교사 실험자는 그 실험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진행했을까? 이렇듯 이 실험은 교사 역할 즉 가해자 역할을 한 실험자들이 강압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기 위한 실험이었던 것으로 “복종실험”이라고 불리는데, 밀그램에 따르면 교사 역할을 맡은 실험자들 대부분이 이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학생 역할을 하는 실험자는 “연기자”로 실제로 전기충격을 받지 않지 않았다.
일단 첫째로,상대방이 고통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왜 끝까지 진행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왜 중단하지 않았을것일까.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상황이 강압적이었기에, 고통을 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실험자 또한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해를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억지로 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실험자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과 영화 <더 리더>의 한나도 내내 떠올랐다. 이 실험도 결국엔 확장하여 평범한 사람이 저지르게 되는 악의 원인 대해서 고찰해보고 있으며, 평범한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의 전범이었던 “아이히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중간에 아이히만의 재판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나흘 후, 아돌프 아이히만이 예루살렘에서 사형당했죠. 아이히만은 유대인 대학살의 주범으로 유대인 수백만 명을 강제 이송해 잔인하게 목숨을 빼앗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아르헨티나로 도피했습니다. 그는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가명으로 가족과 살면서 메르세데스 벤츠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1960년, 모사드 요원들이 그를 재판대에 세웠습니다. 아이히만은 죄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죄책감이나 후회의 기미없이 자신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행위는 모조리 다 상부 명령이었다고요.”
개인의 의지를 무너뜨리는 상황의 영향력
이 실험으로 개인의 행동은 그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황”이라는 힘이 “의지”보다 강하게 발현되는 것이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권력에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게 만만하게 저항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실험으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결함을 적나라하게 마주한다. 이러한 결함을 알게 된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테지만, 이 결함을 마주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많이 불편했었나 보다. 그래서였을까.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여러 사람들은 밀그램의 실험이 비인간적이었다고 비난하고, 피실험자를 속인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 그는 답한다. 밝히기 힘든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무대장치였다고. 나또한 모든 실험은 진행되기 위해 실험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의미에서 그가 고안한 실험으로 도출된 결과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의식있는 꼭두각시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집단주의를 배워왔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남들과 어우러지려면 남들과 같은 의견을 내야 하고,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미덕인 것처럼 알아왔다. 어느 누가 다른 의견을 내면, 그 사람의 의견은 존중된다기보다 거슬리게 받아들여지는 상황들이 많았다. 다수결로 의견이 정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질문이 있어도 질문하지 않고, 의견이 달라도 내세우지 않는 상황에 수없이 많이 놓여 있었다. 나 또한 다수 의견 편입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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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평론가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실험이 너무 부정직하고 냉혹한 방법으로 시행됐다고 평가하는 비판가도 있는데요. 윤리적으로 불합리하다는 평도 봤는데.” “부조리하고 암울한 실험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전 이 실험을 통해 인간 본성의 가소성을 깨달았어요. 공격적이거나 악하다는 뜻이 아니라 환경적 영향에 취약하죠.”
.밀그램의 실험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우리가 혹시나 권위에 복종하여 의지없이 꼭두각시와 같게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개인의 판단 없이 대중들의 생각에 편승하고 있지 않은지 의식적으로 되돌아보야 함을 깨닫는다. 밀그램의 말처럼, 우리는 꼭두각시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의식과 자각이 있는 꼭두각시라서, 우리는 조종하는 자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의식을 통해 우리는 조종하는 사람들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러므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만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뒤돌아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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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어보기
영화 <한나 아렌트>. 나의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 철학자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 Hannah Arendt (tistory.com)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를 10년 만에 다시보다.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주연.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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