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포드 와이프> <The Stepford Wives> , 2004
-감독 : 프랭크 오즈
-주연 : 니콜 키드먼 (조안나 역)
-출연 : 메튜 브로데릭 (월터 역), 베트 미들러(바비 마코위츠 역),
크리스포터 월켄(마이크 윌링턴 역), 글렌 클로즈 (클레어 윌링턴 역)
-러닝타임 : 93분
-장르 : 코미디/스릴러/드라마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니콜 키드먼이 마치 바비인형이나 예술 작품마냥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답게 보이는 영화의 포스터는 나름 인상적이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지만, 뭔가 노출이 심하고 내용이 가벼운 영화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서 실은 그동안 크게 끌리지는 않았던 영화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에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읽게 되었고, 내가 너무 포스터만 보고 편협하게 생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보게 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나의 편견이 정말로 편견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포스터에 의한 편견으로 아직까지 못 보고 있는 영화를 하나 더 꼽자면 <아메리칸 뷰티>가 바로 떠오른다. 실제로 평이 좋은 영화이고 많은 상을 받은 영화인 줄 알고 있으면서, 쉽사리 영화에 손이 가지 않는다. 편견이란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일까. )
Stepford는 영화상에서는 코네티컷 주에 있는 한 마을로 표현되지만, 실제로 영어 단어 Stepford는 "(로봇처럼 한 사람에게) 순종하는, 따르는 / 사려 없고 무비판적이며,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리뷰할 <스텝포드 와이프> 이전에, 동일 제목의 영화가 1975에도 개봉했었다. 두 영화 모듀 아이라 레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2289
* 포스팅하는 날짜 (22년 7월 31일) "키노 라이츠" 앱 기준
티빙, 왓챠에서 정액제로 시청 가능
줄거리
미국 거대 방송사를 경영하는 조안나 에버하트(니콜 키드먼)는 기획하는 프로그램마다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는 방송계의 마이다스의 손이다. 하지만 너무도 자극적인 방송을 기획함으로 인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하루아침에 해고당하게 된다.
남편 월터(메튜 브로데릭)또한 방송국 부지점장의 일을 때려치우고, 상심한 조안나와 자신의 아이들과 교외에서 살 계획을 가진다.
그렇게 스텝포드에 도착한 조안나 가족. 그곳에서 클레어와 그의 남편 마이크가 조안나의 가족을 친절하게 맞이한다. 로봇 강아지부터 말하는 냉장고. 화려한 저택과 평온하고 안락한 마을 분위기까지…도시를 떠나온 조안나와 월터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한결같은 미소, 바비 인형을 연상케 하는 풍성한 금발에 화려한 옷차림, 먼지 한 톨 없는 집안 청소에 심지어 남편의 캐디 역할까지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인 현모양처 와이프들이 가득했고, 이들 틈에서 조안나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곧 이를 수상하게 여긴 조안나는 스텝포드의 내막을 밝히려고 하고, 결국 그 마을은 한 때 성공했었지만, 이에 열등감을 가진 남편들이 자신의 와이프를 자신에게 복종하는 로봇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월터 또한 조안나의 그늘 안에서 그녀를 늘 서포트해야 했던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며, 다시 자신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위해서 조안나가 로봇이 되었으면 하고 희망한다. 조안나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결국 월터의 의향을 받아들이고 로봇이 되기로 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월터는 조안나를 로봇으로 바꾸지 않았던 것이었고, 몰래 로봇들을 컨트롤 하는 기지로 들어가, 스텝포드 와이프들의 머리에 심어져 있는 프로그램을 파괴하고, 기존 성격으로 돌아오게끔 한다. 이에 분노한 마이크가 월터를 향해 돌진하려 하자, 조안나는 월터를 보호하기 위해서 타격을 날리고, 이에 마이크의 목이 날아가면서 그가 로봇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또한 이 로봇 마을을 애초에 계획한 사람은 마이크가 아니라, 클레어였다는 충격적인 실상이 밝혀진다. 클레어 또한 자신의 완벽한 남편에게 감전을 당해 목숨을 잃고, 이후 조안나는 스텝포드의 실상을 폭로한 방송으로 다시금 유명세를 얻는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의 맹점
이 영화를 중간쯤 보았을 때 "이상적이고 완벽한 여자를 꿈꾸는 남자들에게 보내는 따끔한 일침" 이 주요 메세지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결말에 이르러 애초에 '로봇'을 만들었던 것이 다름 아니라 클레어, 즉 "여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내가 참 섣부르게 단정을 짓고 영화의 결말을 예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완벽하기 그지 없는 로봇은 여자 '클레어'를 통해서 탄생하게 되었다.
클레어는 왕년에 저명한 뇌과학 학자였지만 일에 몰두하다 보니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남편 바람이 나자 이에 분노하여 남편과 내연녀를 살해했다. 그렇게 한 인간에게서 실망한 그녀는 자신의 환상 속의 완벽한 남편을 재현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남편을 '로봇'으로 만드는 것으로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사랑과 아낌을 받는 이상적이고 완벽한 세상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다.
클레어 :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사랑과 아낌을 받는 곳 로맨스와 아름다운 세상. 턱시도와 시폰 천의 완벽한 세상."
조안나 : "하지만 로봇과 결혼했잖아요. "
클레어 : "완벽한 남자죠."
하지만 완벽해보이는 클레어의 생각은 근시안적인 발상이었다. 여자가 바비인형이 되지 않더라더도 사랑받을 수 있고, 남자 또한 여자에게 충분히 남자다울 수 있었다. 서로가 완벽하지 않아도 되었다.그렇다고 해서 클레어만이 판단 착오를 한 것은 아니며, 클레어만이 비난의 대상이 되라는 법도 없다. 그 계획에 동참했던 남자들 또한 위선적이었다. 상대방의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것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영화는 완벽함을 추구하고 기대하는 것에 수반되는 위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얼핏생각하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숭고하고 고결한 행위이다. 하지만 완벽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발견될 수 있는 작은 결함에 대한 인정과 그를 들여다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발전을 등한시하게 하는 편협한 자세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상대방에게 최고의 모습만 기대한다. 나 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에 대해서는 바라볼 수 없게끔 우리의 눈을 막는다. 상대방이 자신의 기대보다 부족하면 실망하고 불만을 가진다. 이렇듯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삶을 위태롭게 이끈다.
다행히 조안나와 월터는 스텝포드를 벗어나서, 그들은 서로의 유약하고 불완전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로봇과도 같은 완벽한 상대의 모습이 아닌, 서로의 결함을 인정하고 나의 말보다 상대방의 말이 옳았다고 생각하면 솔직하게 "당신의 말이 맞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반대의 상황에 처했을 때 나도 "당신의 말이 맞아"라고 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할 테다. 완벽한 로봇을 만드려는 발상이 아니고 말이다. 우리는 결국에 어쨌거나 로봇이 아닌 “인간으로의”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일테다.
지금 결혼 생활은 어떻죠? 완벽한가요?
전혀요. 하지만 잘하고 있어요.왜냐하면 이젠 완벽을 추구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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