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대왕><Lord of the Flies> ,1990
-감독 : 해리 후크
-주연 : 발타자 게티, 크리스 퍼, 다누엘 피폴리
-장르 : 모험, 드라마, 스릴러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90분
해리 후크 감독의 <파리 대왕>은 윌리엄 골딩의 동명 소설인 <파리 대왕>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원작 소설이 1954년에 출간되었을 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지만, 이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며, 이후 윌리엄 골딩은 이 작품으로 198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실제로 소설 <파리 대왕>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원작과 동일 제목으로 두 차례 제작되었는데, 이번에 리뷰할 영화는 해리 후크가 감독을 맡은 1990년 개봉작이다. (이 영화 이전에 피터 브룩 감독이 1963년에영화화했다.)
실은 <파리 대왕> 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도통 어떤 이야기일지 감도 제대로 오지 않았지만, 다만 원작 소설이 세계 고전 문학으로 꼽히는 작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영화의 평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기에 보게되었다.
영화는 완전히 원작에 충실했다기보다는 개작한 것인데, 그러다 보니 원작 소설과는 다른 내용과 구성들이 있다고 한다. 특히 소설 상에서는 소년들은 전쟁을 피해서 영국에서 피난을 가려다가 공격을 받아 추락하여 무인도에 상륙하게 된 것으로 그려지는데, 영화에서는 구체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에 비행기가 추락사고를 당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줄거리
어린 소년들을 태우고 가던 비행기가 추락사고로 바다에 떨어지고, 소년들은 구조보트를 타고 근처 무인도에 도착한다.
소년들 중 랄프와 피기는 구조되려면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불을 피워서 고정적인 신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랄프는 또한 인원이 많으니 그중에서 고둥을 쥔 사람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하고, 또한 말하고 싶은 누구든 이야기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며, 소년들의 리더가 된다. 소년들은 랄프의 제의로 소년들은 막사를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만피우면서 수동적으로 구조당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사냥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먹을 것 부터 마련하는 방법이 맞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잭과 로저가 따로 자신들의 편을 만들어 이탈하면서 소년들 안에서 무리가 갈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섬 안에 괴물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잭의 무리는 랄프에게 '칼'을 내어 줄 것을 요청하지만 랄프가 순순히 내어주지 않자, 밤에 랄프의 막사로 가서 칼을 훔치기에 이른다.
그렇게 훔친 칼로 돼지 사냥에 성공한 잭의 무리는 잔치를 열고 랄프 무리를 초대하는데, 호기심에 못 이겨 괴물의 정체를 확인하러 간 사이먼이 실제 괴물의 정체가 실은 사람의 시체였다는 것을 알리려고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잭과 그 무리들은 그를 괴물로 착각하여 살해하는 일이 벌어진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친구를 오해하여 살해한 잭의 무리는 자신들의 저지른 실수에 대한 반성은 커녕, 이에 멈추지 않고 랄프와 피기의 도움 없이 직접 불을 피우기 위해서 피기의 안경을 빼았는다. 결국 어쩌다보니 랄프의 곁에는 피기만 남게 된다. 광기에 찬 잭과 로저는 더욱 포악해지고, 피기는 서로 힘을 합치자고 잭을 설득하려 하나 잭 무리가 던진 바위를 맞에 목숨을 잃는다. 그렇게 궁지에 몰린 랄프는 달아나고, 잭의 무리는 랄프를 잡기 위해서 섬에 불을 지핀다. 몸을 간신히 숨겼지만 잭의 눈에 발견된 랄프는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는데, 불타고 있는 섬을 보고 그곳에 도착한 해병대원과 마주친다.
어떤 것이든 극단적으로 치닿지 않기를
영화 초반에는 소년병 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랄프가 무리 내에서 리더쉽을 발휘하려는 듯하였지만, 적극적으로 식량을 찾으러 사냥을 하는 것을 추구하는 잭의 무리로 아이들이 서서히 이탈해가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잭은 너무 행동이 앞섰으며, 폭력적이고 난폭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으나, 또 그렇다고 해서 그와 대적했던 랄프의 모습도 완전히 옳았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불을 피워서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려고 했던 랄프의 의도가 이해 되나, 계속해서 잭의 무리로 기세가 쏠리자, 크게 좌절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모습에서 나는 그가 나약한 리더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좀 더 담대하고 강인한 모습이라면 어땠을까? 어쨌던지간에 적어도 잭의 폭력에 맞서 랄프는 그와 자신의 무리를 지킬 수 있어야 했지 않을까? 랄프는 바나나를 구워 먹으며 겨우겨우 배고픈 배를 달랜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그 먹을거리로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까? 아니면 적어도 울상은 짓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불을 붙여서 위치를 알리자는 것은 애초에 랄프 쪽의 주장이었지만, 결국 잭의 무리가 랄프를 잡기 위해서 냈던 불 '덕분에' 구출이 되는 부분을 곱씹어보자면, 물론 이 부분은 잭이 스스로 자신의 자멸을 초래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결국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잭의 성향이 그들을 결국 무인도에서 구출되게 할 수 있게 했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처절한 상황 속에서 자신은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욕구는 생존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욕구가 권력욕으로 번지고 결국에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성향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한순간이다.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이렇게 인간의 어두운 본성의 섬뜩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랄프가 옳았다고 말하기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면, 나도 파리대왕. 즉 악마나 다름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씁쓸하게 해 본다. 진정 나도 모닥불 주위에 마치 파리 떼처럼 모여든 악마의 모습과도 같은 잭과 그의 무리 중에 한명일까?
마지막으로, 묘한 여운을 남긴 영화 속 피기의 대사를 덧붙인다.
"우린 어른이 하는 대로 다 했어. 근데 왜 실패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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