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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오브 더 스톰> 샬롯 램플링, 주디 데이비스, 제프리 러쉬 <The Eye of the Storm> 줄거리, 결말, 해석, 보러가기

by evelyn_ 2023.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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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오브 더 스톰> <The Eye of the Storm>, 2013

-감독 : 프레드 쉐피시

-출연 : 샬롯 램플링 (엘리자베스 헌터), 주디 데이비스 (도로시), 제프리 러쉬 (바질 헌터), 더스틴 클레어 (콜 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19분


 

샬롯 램플링, 주디 데이비스, 제프리 러쉬.. 듣기만 해도 마음이 두근거려지는 배우들이다. 그 배우들이 모두 출연한 영화가 있다. 바로 <아이 오브 더 스톰>. 

 

영화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패트릭 화이트의<폭풍의 눈>을 원작으로 한다. 패트릭 화이트는 영국 태생의 오스트레일리아 작가인데,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공군에 복무했고, 전후에는 부모의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그는 1935년부터 1987년까지 12편의 소설, 3편의 단편집, 8편의 희곡을 출판했으며, <보스>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다. 그는 20세기 오스트레일라의 가장 뛰어난 작가로 간주되는데, 아쉽게도 <폭풍의 눈>은 국내 변역판을 찾을 수 없다. 절판된 것일까? 이런 아쉬운 마음 때문인지, 2013년의 개봉한 영화 <아이 오브 더 스톰>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주디 데이비스와 제프리 러쉬는 오스트레일리아인이고, 샬롯 램플링은 영국인이다. 세명의 주연 배우들이 모두 패트릭 화이트의 출생한 영국, 전후에 돌아간 부모님의 조국 오스트레일리아와 연관이 깊다는 점도 흥미로워 보인다. 아솔 쉬레비스역으로 등장하는 콜린 프릴스 배우는 주디 데이비스의 남편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영화 팬으로는 즐겁게 느낄 디테일들이 많은 영화다. 

 


 

나의 어머니는 '상류층 사람들은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계신다. 그 믿음이 이 작품의 중심이 될 것이다. 얼마나 좋을까. 

 

센테니얼 파크, 상류층 가문의 엘리자베스 헌터(샬롯 램플링)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아들 바질 헌터(제프리 러쉬)와 친딸 도로시 헌터(주디 데이비스)는 다가오는 그녀의 죽음에 그들이 센테니얼 파크로 하나 둘 소집된다. 

 

엘리자베스를 보살피는 두 명의 간호사와 가정부,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유언장을 책임질 변호사. 하지만 그들은 엘리자베스의 값 비싼 물건들을 탐낸다. 

바질과 도로시의 바람은 엘리자베스가 더 이상 센테니얼 파크에서 낭비를 멈추고, 요양원으로 가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를 알게된 엘리자베스는 분노하는데.. 

 

영화는 두 명의 자식이 자신의 엄마가 죽음을 앞두자, 그녀에게 찾아가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이야기들을 그렸다. 영화는 이처럼 꽤 단순한 플롯을 가졌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번에 이해하는 것은 과연 쉽지 않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이해할만한 정보를 쉽게 전달해주지 않는다. 영화는 마치 시와 같은 느낌이 든다. 비유, 은유가 가득한..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하는 평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뒤돌아서면 묘하게 여운을 남기는 이 영화는, 한번 더 보게된다면 그 안에서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감상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내가 그랬으니까 말이다.

 


 

바질과 도로시는 자신의 유년기를 매우 불운하게 기억한다. 엘리자베스는 원래부터 신경질적이고, 남에게 직선적인 말을 일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남성 편력이 강해서, 남편이랑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았다. 게다가 엘리자베스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을 의식해야 했다.  엘리자베스는 사랑으로 자신의 자식들을 대하지 않았고, 그렇게 자식들은 사랑에 목마른 채 불완전한 성인이 되었다. 그 둘은 그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기 위해 일찍이 독립해서 떨어져서 살았으며, 수십년 동안 자신의 엄마를 거의 만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로시와 바질에게 유년시절에 부모에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해 어딘가 모르게, 사람들을 적절하게 대할 줄 모르는 어색함과 불안함이 보인다. 도로시는 프랑스 귀족집안과 결혼을 했지만, 상대방이 변태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서 이혼을 했고, 결국 그녀에게 남은 것은 '공주'라는 칭호뿐이었다. 그녀의 생활은 엘리자베스의 신탁에서 나오는 돈으로 연명되고 있었다. 바질은 연극 기획자이자 연기자인데, 안타깝게도 뛰어난 재능이 있지 않아 크게 성공하지 못했으며, 다만 여자들에게 인기는 많아, 여러 여자들을 가볍게 만나가며 생활했다.

 

 

바질과 도로시는 그래도 엘리자베스가 자신들의 엄마이기에, 그리고 살날이 별로 안남았기에, 또한 시간이 꽤나 지났으니까 그녀가 혹시라도 변하지 않았을까를 기대를 품고, 최대한 예의를 갖춰보려고 했지만, 죽음이 머지않은 와중에서도 자식들이 남인 것처럼 심기를 건드리고 직언을 날리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에 치를 떤다. 기껏 용기를 내어 찾아왔지만, '돈이나 바라고 찾아온 거냐'는 말을 들을 뿐이었다.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품위있게 변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변해있는 가족을 떠올리려면 나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런데 실제 바질과 도로시는 동시에 엘리자베스의 돈이 필요하기도 했다는 것은 딜레마였을 것이다. 바질과 도로시는 안타깝게도 완전하게 독립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엘리자베스 또한 자식들에게 끝까지 자신의 권력을 행세하기 위해서, 돈을 넉넉하게 지원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는 끝까지 자신의 돈을 무기인 것처럼 사용했고, 그것이 없으면 자식 또한 자신을 찾지 않겠다고 생각해서인지 순순히 주려고 하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인질이라도 되느냐. 

 

 

 

과거에 도로시와 엘리자베스간에 매우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도로시가 엘리자베스와 자신의 애인이 가까운 스킨십을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일이었다.

 

도로시는 이에 큰 충격을 받고, 마음 내키는 대로 공격하고 비난하는 자신의 엄마를 맹렬하게 비난하는데, 엘리자베스는 "너도 똑같이 하면 되는데 왜 그러니?"라고 이야기하고 응수한다. 도로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듯 그곳을 박차고 나온다. 

 

끔찍했던 어렸을 적 기억.. 유년의 상처들.. 사랑받지 못한 고통.. 그럼에도 마지막에 도로시는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간다. 용서를 하겠다는 마음이었을까?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천성자체가 남들에게 살갑지 않고, 불쾌하게 만드는 고약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듯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그대로 자신의 모습 자체로 받아들였고, 인생을 태풍을 견뎌내듯이 살았다. 도로시가 떠났던 그 섬. 태풍이 닥쳤고,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들었지만, 그녀는 방공호에 숨어서 목숨을 건졌다.

 

 

그렇게 그녀는 태풍의 눈을 버티는 의지를 다잡았던것이 아닐까. 훗날 엘리자베스는 도로시가 '태풍이 몰아치기 전에 섬을 떠났다'라고 표현했다.  엘리자베스에게 도로시는 태풍으로부터 도망간 겁쟁이에 지나치지 않았을까? 모든 것은 지나가리. 버틴다면.. 그리고 나는 언젠가 나 스스로의 의지로 이 세상을 떠나리라고 그녀는 다짐해 왔던 듯하다.

 

엘리자베스는 오직 그녀의 뜻때로 살아왔다. 바뀌지 않았고, 바뀌려 하지 않았다. 설령 그것이 자식들에게 좋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듯하지만.. 그래도 그 마지막에 도로시의 용기는 감명 깊었다. 도로시의 용기 덕분에 엘리자베스는 이제는 인생이라는 폭풍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던 것 같고, 그렇게 자신이 바라던 대로 마지막을 맞이했다. 

 


 

나는 실은 영화 제목을 '태풍의 눈'으로 처음에 잘못 해석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외부 상황과 반대되는 고요한 상태'를 뜻하는 '태풍의 눈'과 이 영화의 접점을 찾지를 못 하고 계속 헤메이다가, '폭풍의 눈'이 옳은 해석이라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The Eye of the Storm의 그대로의 영미권에서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게 되었고, 결국 콜린사전에서 누군가 혹은 어떤 것이 폭풍의 중심에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대중의 의견충돌의 주요한 대상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에는 인생 자체를 그리는. 미화되지 않은 그대로의 인생을 최대한 담아보려하는. 부조리, 결점, 욕망, 고통이 가득한 영화가 좋다. <아이 오브 더 스톰>도 이런 요즘의 나의 취향에 부합하는 영화다. 요즘 이런 영화들로 인해서 위로를 얻는다. 

 

인생은 역시 고통이었지라는 말이 턱까지 차올라 힘들 때에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그린 영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가 사랑스러운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유머일 것이다. 고통스러운 인생 중간에 희극이 있다는 것같이, 이 영화 곳곳에도 미소를 유발하는 모먼트들이 있다. 물론 영화 속 재즈 음악들을 빼면 섭섭하다. 

 

그렇게 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한 인간으로써 이제야 인생의 거대한 폭풍을 지나온 엘리자베스에게 어느 정도의 연민을 느낀다. 그녀가 얼마나 못된 사람이었냐고는 별개로,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힘듦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아 그러고보니, 분명 이 영화는 나보다 나의 엄마가 더 좋아할 텐데 싶다. 비슷한 영화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도 떠오른다. 둘 다 소개해줘야겠다. 이 영화가 우리 엄마에게도 위로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다는 어머니의 신념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살기를 선택한 사람은 삶의 기쁨과 고통 공포와 흥분을 느끼며 흔들린다. 인생의 결말인 죽음으로 모든 짐을 덜 때 인간의 육체가 껍데기에 불과하게 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죽는 순간이 고통스럽진 않을 것이다. 

 


 

영화 이어 보기

 

(+) 엄마와 딸의 이야기.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https://with-evelyn.tistory.com/181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연말 연시 가족영화 추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까뜨린느 드뇌

, , ,2019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 까뜨린느 드뇌브 (파비안느 역), 줄리엣 비노쉬 (뤼미르 역), 에단 호크 (행크 역) -개요: 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영화를 웬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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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롯 램플링이 출연한 또 다른 영화 <스위밍 풀>. 

https://with-evelyn.tistory.com/138

 

영화 <스위밍 풀> 내가 시기하는 것은 무엇인가. 프랑수와 오종 감독. 샬롯 램플링 주연. 미스테

, ,2003 -감독 : 프랑수아 오종 -주연 : 샬롯 램플링 (사라 모튼 역), 뤼디빈 사니에르 (줄리 역), -출연 :찰스 댄스 (존 보슬로드 역), 마크 페욜르 (마르셀 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미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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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리 러시가 출연한 또 다른 영화들 <베스트 오퍼>, <파이널 포트레이트>. 

https://with-evelyn.tistory.com/67 

 

<베스트 오퍼> 영화 추천. 모든 위조품엔 진품의 미덕이 숨어있다. <The Best Offer>,2013 미술 경매 관

,2013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주연 : 제프리 러쉬 (버질 올드만 역), 짐 스테거스 (로버트 역), 실비아 획스 (클레어 이벳슨 역), 도날드 서덜랜드 (빌리 휘슬러 역) 음악 : 엔니오 모리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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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ith-evelyn.tistory.com/50

 

<파이널 포트레이트> 영화 리뷰. 제프리 러쉬 주연.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불만족을 가까이 하는

, Final Portrait, 2017 ★★★★☆ - 각본/감독 : 스탠리 투치 - 주연 : 제프리 러쉬 (알베르토 자코메티 역), 아미 해머 (제임스 로드 역),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64년 파리.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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