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웨일> <The Whale>, 2023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브렌든 프레이저 (찰리 역), 세이디 싱크(엘리 역), 홍 차우(리즈 역)
-조연: 타이 심킨스 (토마스 역), 사만다 모튼 (메리 역)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17분
영어회화 튜터와 <콰이어트 어메리칸> 영화의 주연배우 '브랜든 프레이저'의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가 가장 최근에 출연했고, 그에게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한 영화<더 웨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었다.
<더 웨일>이 개봉했을 당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 스완>, <레퀴엠>을 감명받게 봤던 한 사람으로서, 그의 후속작이 오래간만에 개봉했다고 하여 관심이 있던 찰나에, 튜터가 <더 웨일>을 자신을 '완전히 울려버린 영화' 였다고 하여서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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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웨일>은 미국의 극작가 사무엘 D.헌터의 동명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연극 <더 웨일>은 2012년 초연되었는데, <블랙 스완>을 끝내고 새로운 작품을 구상 중이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제목에 이끌려 운명처럼 공연장을 찾았고, 이 연극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더 웨일>은 헌터 자신이 대학시절 비만 경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헌터는 인터뷰에서 “저는 저의 성적 정체성을 추하게 여기는 근본주의 기독교 학교에 다녔고, 때문에 여러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음식과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맺게 되었죠. <더 웨일> 을 쓰면서 그 모든 것들이 제 안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s://news.nate.com/view/20230322n31543)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대학교수 찰리. 찰리는 8년 전에 동성의 연인을 사랑하게 되어, 아내와 딸을 떠났었다. 하지만 그의 연인은 자신의 가족의 종교와 큰 갈등을 빚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찰리는 큰 충격을 받고, 이후 식단을 조정하지 못해 심각한 비만이 되었다. 그의 몸무게는 약 270kg에 달한다.
그의 인생은 안타깝게도 비만이 초래한 심각한 질병때문에 오래가지 못 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를 개인적으로 보살펴주는 간호사 리즈는 제발 그가 병원에 갔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찰리는 돈이 많이 든다며 이를 거부한다. 단지 그가 원하는 것은, 8년 전 자신이 떠났었던, 지금은 17살이 된 딸과의 화해이다.
그는 전 아내와의 이혼 후 접근 금지 명령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만나지 못한 그의 딸인 엘리를 그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앨리에게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그의 바람은 단 한 가지다. 앨리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찰리는 앨리가 어렸을 적 '모비 딕'을 읽고 쓴 에세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만의 독특한 시각을 보았다. 찰리는 그것을 늘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찰리의 자기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몸을 망가트린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것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서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트> 에서도 초고도 비만이 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길버트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그녀는 자살한 남편에 대한 충격으로 무기력해지고 폭식을 하여 비만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길버트 그레이트> 영화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길버트의 어머니를 보고, '고래'라고 놀린다.) <더 웨일>의 찰리 또한 자신의 인생에 별안간 나타나서, 자신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운명과도 연인이 ,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다. 두 영화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비만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굉장히 큰 충격적인 사건을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생의 풍파들.. 나는 그것들을 담담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행동 하다가도, 곧 허풍뿐인 겁쟁이었다는 것을 부끄럽게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튜터처럼 막상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지 않았던 것이, 나는 한편 찰리가 과도하게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난 찰리에게서 자신이 죽기 전에 딸에게 뭔가 의미 있는 걸 남기고 싶은 남자의 지독한 집착을 보았다. 죽음을 앞둔 그는 신의 구원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구원을 이루었다. 그것은 자신이 딸에게 잘못한 과거의 자신의 큰 실수에 대한 속죄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가 앨리었다면? 자신의 눈 앞에서 아버지를 잃은 경험에도 담담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만약 나였으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것 같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 건가. 나는 아마도 찰리보다 앨리의 마음에 더 이입했던 것 같다. 앨리가 찰리가 늘 자신을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고, 찰리가 남긴 돈으로 바른 인생을 살았을 수 있었기를 바랄 뿐.
리즈도 안타까웠다. 거동이 불편한 찰리를 위해서 집에 방문하여 몸상태를 체크해 주고 말동무가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준다. 찰리가 곧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걱정하지만, 찰리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챙겨준다.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먹고싶은 음식을 먹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지 않을까라고 이해했다.
찰리가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처지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딸 앨리를 위해서 거금을 모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배신을 느낀 부분에 마음이 아팠고, 찰리의 동성 연인이었던 앨런의 여동생이었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 죽어가는 찰리를 바라보는 리즈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리고 그녀가 느꼈을 허무함이란 얼마나 컸을까. 그러면서도 찰리의 임종을 지켜주기로 결정하는 그녀의 의지란 얼마나 대단한가.
그럼에도 결국에 모든 것을 차치하고, 이 영화는 나에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지만, 그것을 만회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개인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하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나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 비록 적은 것일지라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의 의지에서 시작할 수 있음을 믿는다. 우리들의 인생은 우리 각자의 의지가 좌우한다.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나 외의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모든 것이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엘리가 찰리가 새들을 위해 작게 과일을 썰어놓은 그릇을 보고, 따뜻함을 느끼는 장면이 기억난다. 찰리는 그 새들을 보살피고자 했다. 그의 '의지'였던 것이다. 그리고 속죄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결국 딸의 에세이와 함께 죽음에 이르는 의지로 이어졌다.
물론 찰리가 더 오래 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엘리가 엄마의 보살핌 안에서 잘 살고 있다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는 딸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주고 떠나는 것이었다. 찰리가 딸이 방황하고 있다는 상황을 알았다면, 그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찰리는 적극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 남들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모든 것에는 찰리 개인의 의지가 있었음을 기억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무관심 할 수가 없다고."
"People are Incapable of Not Caring."
영화 이어 보기
(+) '아이'를 큰 의미로 담고 있는 영화와 책을 계속 만나고 있다. 그래서 요즘 계속해서 생각한다. 왜 이렇게 이 '아이'라는 소재가 이렇게 많은 영화와 소설을 지배하는가? 항상 이렇게 보편적인 주제였는가? 언제부터인가? 모든 인간은 자신의 아이에게 집착할까? 인간은 자식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 아마도, 나는 모든 인간은 항상 운명적으로 이런 주제들을 만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욱 보편적이었으며, 더 심각한 것이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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