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Sylvia>, 2005
-감독: 크리스틴 제프스
-주연: 기네스 팰트로, 다니엘 크레이그
-조연: 제러드 해리스, 블라이스 델레이, 마이클 감 본
-러닝타임: 109분
-장르: 전기, 드라마, 로맨스
#1
저는 어느 배우를 좋아하더라도 그들의 사적인 삶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라고 해서 그들의 사생활까지 모두 추종하거나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그들이 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좋아서 좋아할 뿐입니다. 순수하게 말이죠.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사생활에 대한 소식도 접하게 되는데, 때로는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최대한 사생활과 영화 속 연기를 구분하려고 노력합니다. 일부러 그들이 영화 밖에서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하지 않으려 하며, 영화 속 모습에 대한 기대를 일상에서 가지지도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철저히 '연기'라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네스 팰트로가 여러 이유로 비난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녀가 왜 큰 비난을 받는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녀를 배우로서 좋아합니다. 영화 <실비아>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출연하는 영화라서 언젠가 봐야겠다고 저장해 두었던 작품입니다. 영화 속에서 기네스가 입은 초록색 옷이 그녀와 매우 잘 어울려 예뻐 보였고, '실비아'라는 이름에서 반짝거리는 느낌을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다만 간략한 줄거리를 통해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는 것과 그 내용이 다소 무거울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시인 실비아 플러스의 일생을 다룬 전기 영화로, 실비아 플러스와 그녀의 남편인 시인 테드 휴스의 복잡한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2
1956년 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유학 중인 미국인 학생 실비아 플러스는 자신의 시가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자 깊은 실망에 빠집니다. 그러나 어느 날, 시인 테드 휴즈의 시 폴그리프의 여자친구를 읽고 그의 시적 재능에 단번에 매료됩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났을 때, 그들은 서로에게 강렬한 매력을 느끼며 빠르게 사랑에 빠지고, 둘은 곧 깊은 관계를 맺습니다.
언젠가 그이로 인해 죽음을 맞아? 좀 섬뜩하잖니? 나의 사약한 약탈 자니까.
실비아와 테드는 시라는 공통의 열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재능에 매료됩니다. 특히 테드가 첫 번째 시집 빗속의 매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상까지 받게 되면서, 그는 정식으로 출판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러한 성공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그들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으며 결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이후 실비아와 테드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미국에 돌아온 후, 실비아는 작가로서의 열정은 가득하지만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창작의 벽에 부딪힌 실비아는 점점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마음의 고통을 덜기 위해 케이크를 굽는 등 다른 활동으로 자신을 달래려 합니다. 그런 실비아를 본 테드는 왜 그녀가 글을 쓰지 못하는지 답답해하고, 그녀에게 글을 쓰라며 압박을 가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실비아에게 큰 딜레마가 되어 점차 그녀의 불안을 키워가게 됩니다.
"당신의 문제가 뭔 줄 알아?"
"시 쓰는 법 가르치려는 남편을 둔 거?"
#3
실비아 플라스는 결혼 후 스미스 대학에서 영문학 강사로 일하게 되며, 이를 통해 작가로서의 자립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테드 휴즈는 이미 성공한 시인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었고,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와 매력적인 언변 덕분에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이러한 관심은 실비아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었고, 그녀의 심리 상태는 점점 불안정해졌습니다. 테드가 실제로 외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지만, 그와 관련된 여성들의 존재와 이로 인한 실비아의 불안은 둘의 관계에 균열을 가중시켰습니다.
실비아는 점점 더 테드에게 집착하게 되며, 자신이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테드가 집에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립니다. 테드의 젊은 학생이 그의 지도를 받기 위해 집을 방문했을 때, 실비아의 불안은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관계를 회복하고자 두 사람은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곳에서 첫째 딸을 낳으며 한때 그들의 관계는 다시 행복을 되찾는 듯했지만, 대부분의 육아 부담을 실비아가 혼자 지게 되면서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테드는 사람들을 만나고 문학적 교류를 계속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실비아는 테드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외로움과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어집니다. 그녀의 감정은 결국 폭발하여 테드의 작품을 찢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4
또다시 관계 회복을 희망하며 실비아와 테드는 평화로운 시골 지역인 데본으로 이사를 결정합니다. 이사를 준비하며 런던의 집을 정리하던 중, 실비아와 테드는 우연히 시인 데이비드와 그의 아내 아씨아를 만나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시인이었고, 아시아는 실비아의 작품에 감명받았다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공감과 호감으로 인해 두 부부는 빠르게 가까워졌습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두 부부는 훗날 데본에 있는 집에 찾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실비아는 자신의 남편과 상대 와이프가 다정한 것에 대해서 수상하게 생각하며, 예민하게 대처합니다. 실비아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들의 관계를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실제로 데이비드와 아씨아는 외도를 한 것이 맞았습니다. 결국 실비아는 어린 자녀들을 돌보며 홀로 지내게 됩니다. 오히려 테드가 없는 삶에서 더욱 해방감을 느끼며, 글 쓰는 것에 이전 보다 더 집중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시로 표현해 내며 창작 활동을 이어가지만 무엇인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실비아는 테드를 집에 초대하고, 그들의 감정이 예전과 다르지 않으니 데본으로 가서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화해하고 시작해 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아시아는 이미 임신을 한 뒤였습니다. 실비아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 버립니다. 그렇게 실비아는 더 이상은 되돌릴 수 없는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되고, 그녀는 결국 1963년에 생을 스스로 마감합니다.
1년 후 테드 휴즈는 그녀의 유고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유고작 '애리얼'은 20세기의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됐고, 1998년 테드 휴즈는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생일 편지'를 통해 실비아에 대해 전했습니다. 이는 그들의 관계를 담은 시들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5
실비아의 인생이 반짝이던 순간에서 어둠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테드는 한때 실비아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끝내 그녀 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정말로 실비아를 사랑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테드는 실비아의 불안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실비아는 점점 더 심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죠. 영화의 끝부분에서 비틀비틀거리던 실비아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웃집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던 모습, 그리고 위태롭게 공중전화로 자신의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지만 거절당하는 모습에서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실비아의 시 ‘나사로 부인’에 담긴 그녀의 내면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영화 속에서 실비아가 자신의 삶을 ‘나사로’에 비유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 깊습니다. 이전의 자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그녀가 다시 일어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와 고통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가 슬프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실비아가 생을 마감한 나이가 서른하나였다는 사실은 더욱더 충격적입니다. 젊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시인이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은 너무도 비극적이죠. 특히 실비아의 아들이 47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과, 테드의 연인이었던 아시아 웨빌이 실비아와 같은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는 그 비극이 단순히 실비아에게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실비아와 테드, 그리고 아시아의 복잡한 삶과 상처가 세대를 넘어 이어지며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실비아가 테드 휴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몇 차례 이미 세상을 떠나려고 시도했었다는 점에서 그 결과를 바꾸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정말로 가정적이고 따뜻한 남자를 만났다면 실비아의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영화 <실비아>는 단순히 한 개인의 불행을 넘어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인간관계의 깊은 상처를 떠올리게 합니다. 실비아 플러스의 삶과 작품을 보며, 그녀가 남긴 시를 통해 그녀가 표현하고자 했던 고통과 삶의 의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실비아 플레스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그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죽는 것은 예술이다. 세상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나의 죽음은 더욱더 예술적이다. 지옥이 느껴지는 죽음을 그려낸다. 죽음은 내게 실제이다. 죽음은 나에게 사명이다.
#6
영화에서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테드 휴즈 역할로 등장합니다. 그가 언제 레이철 와이즈랑 결혼했는지 찾아보니 2011년이었네요. 또한, 마이클 갬본은 영화에서 반가운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많은 해리포터 팬들에게 더욱 익숙할 이 배우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덤블도어 교장 역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작품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에서 그리움이 느껴지네요.
기네스 팰트로를 좋아하신다면, 아래 작품들은 어떨까요? 기네스 팰트로의 출연작인 <프루프>, <위대한 유산>,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그녀의 뛰어난 연기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선택입니다. <프루프>에서 기네스 팰트로는 천재 수학자의 딸 캐서린 역을 맡아 아버지의 유산과 정신적 고뇌를 겪는 이야기를 그리며, <위대한 유산>에서는 격정적이고 복잡한 여성 에스텔라 역할을 맡아, 야망과 사랑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합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는 젊은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의 로맨스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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