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긴> Onegin, 2000
-감독 : 마샤 파인즈
-장르 : 드라마
-주연 : 랄프 파인즈 , 리브 테일러
-조연 : 레나 헤디, 해리엇 월터, 토비 스티븐스, 아런 암스트롱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 타임 : 106분
#1
랄프 파인즈. 많은 사람들에게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볼드모트 역을 맡은 배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해리 포터를 보고 좋아했지만,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얼마나 저명한 배우들인지에 대해서는 당시 잘 알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양한 해외 영화를 접하고, 그들이 출연한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그들의 명성을 실감하게 되었죠. 랄프 파인즈도 그중 한 명입니다.
사실 처음에 그가 볼드모트 역을 맡았을 때는 이상하게도 반감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영화에서 그의 깊이 있는 연기를 접하면서 점차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솔직히 말하자면, 해리 포터에서 스네이프 교수 역할을 맡았던 알렌 릭만보다도 더 좋아하게 된 배우가 바로 랄프 파인즈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오네긴>은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특별히 랄프 파인즈의 동생인 마샤 파인즈가 감독을 맡아 그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파인즈 가족은 예술계에서 매우 활동적인 가문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랄프와 마샤 외에도 배우이자 감독인 조셉 파인즈 또한 유명한 예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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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려한 외모의 부잣집 아들인 오네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남자입니다. 화려한 파티들, 그리고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오네긴은 시골 대지주인 삼촌이 곧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편지를 받고 그의 임종을 보기 위해 떠납니다. 하지만 삼촌은 그의 전 재산을 유일한 혈육인 오네긴에게 남긴 채 이미 사망한 후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재산을 상속받은 오네긴은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잠시 시골에 머물게 됩니다.
오네긴은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인을 발견합니다. 하인들의 말을 통해서 그녀가 자신의 삼촌에게서 책을 자주 빌렸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숲에서 블라디미르 렌스키를 만나 친분을 쌓은 오네긴은 무료했던 시골 생활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와 대화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오네긴은 블라디미르의 약혼녀 올가와 그녀의 가족을 만나게 되는데, 자신이 보았던 신비로운 여인이 바로 올가의 여동생 타티아나임을 알게 됩니다. 올가의 여동생 타티아나는 지적이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오네긴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날 저녁, 삼촌의 죽음으로 오네긴이 대저택과 땅을 물려받은 것에 대해 이웃들은 그의 땅 운영 방식에 궁금증을 가집니다. 오네긴은 농노를 고용하는 대신 소작을 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원래 그의 삼촌은 농노들에게 경작을 시켰지만, 소작을 시킨다는 이야기는 타티아나의 어머니를 놀라게 했지요. 그러나 오네긴은 농노는 봉건적인 방식으로, 문명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타티아나도 인간이 다른 사람을 소유할 권리가 없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당시 농민들에게 땅을 빌려주는 것은 굉장히 파격적인 생각이었고, 아마도 타티아나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현대적인 생각에 공감했을 것입니다.
#3
오네긴과 블라디미르는 겉으로 보기에는 친한 친구처럼 보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오네긴은 도시 출신인 반면, 블라디미르는 시골 출신이었고, 그들의 재산 규모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상당했습니다. 한편 블라디미르는 자신의 시를 읽지 않는 오네긴에게 묘한 불만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는 오네긴이 자신의 작품을 하찮게 여기고 읽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또한, 자신의 약혼자인 올가와의 관계에 대한 촌스러운 코멘트를 듣고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결국 그들은 말다툼을 하며 서로 멀어지게 됩니다.
한편 타티아나는 오네긴을 향한 짝사랑으로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타티아나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네긴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달하지만, 그에 대한 답장은 오지 않습니다.
타티아나의 생일, 오네긴과 타티아나는 파티를 잠시 빠져나옵니다. 오네긴은 타티아나에게 그녀의 편지를 돌려주며, 자신은 연애나 결혼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며, 그녀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그녀의 사랑을 거절합니다.
사랑이란 우리 감정을 고양시키지만 이성을 추락시킨다고 했소. 난 사랑이나 결혼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오. 고백을하고, 키스를 하고,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고 , 책임이 따르고, 따분해지고 간통을 하게 되고. 그게 당신이 꿈꾸는 미래요?
다시 파티 연회장으로 돌아온 오네긴은 블라디미르와 타티아나를 도발하기 위해 올가와 춤을 춥니다. 이에 렌스키는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를 모욕당했다고 느끼고 분노하며 오네긴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결투 과정에서 오네긴은 렌스키를 총으로 쏴 죽이게 되고, 블라디미르는 세상을 떠납니다. 이후 오네긴은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러시아를 떠나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4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6년 후, 러시아로 돌아온 오네긴은 사촌의 파티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한 아름답고 세련된 여인에게 매료됩니다. 그 여인은 바로 그의 사촌의 아내가 된 타티아나였습니다. 이미 그들은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상황이었죠. 오네긴은 과거를 후회하며 타티아나의 집에 찾아가 사랑을 고백하지만, 타티아나는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기 때문에 그를 배신할 수 없다며 그를 돌려보냅니다. 그녀는 다시는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간절하게 부탁합니다. 타티아나는 현재 남편을 그렇게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완전히 폐인이 된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편지가 곧 올 것이라며 기다리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왜 이렇게 변했죠? 왜 갑자기 내 존재가 관심을 끌게 됐나요?
#5
오네긴은 권태로우면서도 매력적인 귀족이죠. 반면 타티아나는 열정적이고 순수한 인물로, 오네긴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의 냉담한 반응에 좌절하게 됩니다. 오네긴은 공감이 부족한 인물로, 불안과 우울 속에서 결국 후회에 이르게 되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그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영화 속에서 도시로 그려지는 곳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입니다. 19세기 러시아 귀족 사회의 중심지였던 이 도시는 화려한 사교 생활과 세련된 도시 문화를 상징합니다. 반면, 시골은 오네긴이 상속받은 저택이 있는 곳이자 타티아나의 가족이 살고 있는 배경으로, 도시와는 달리 조용하고 고립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이러한 대조적인 배경이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관계를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왜 오네긴은 타티아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매력은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죠. 도시 출신인 오네긴이 시골 출신인 타티아나를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요? 오네긴은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시골에 머물렀지만, 결국 그의 오만함이 사랑을 놓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냉소적이고 오만한 태도는 결국 중요한 기회를 잃게 만들기 쉽습니다.
그리고 왜 6년이 지난 후에야 오네긴은 타티아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이제는 그녀가 손에 닿지 않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더 간절해진 걸까요? 아니면 6년 전에 이미 사랑했지만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해 후회했을까요? 혹은 타티아나가 이제는 사회적 신분이 상승해, 자신이 만나볼 만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 걸까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6
이 영화가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마음에 계속 남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소설의 서술 방식입니다. 이야기가 과하지 않고 평범한 듯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진정성이 매력적이었어요. 마지막에 타티아나와 오네긴이 이어지길 바랐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아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만약 타티아나가 불륜을 저질렀다면, 저는 이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흔히들 말하죠, 사랑은 타이밍이라고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건 기적과도 가까운 일일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많은 경우 마음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죠. 영화 <오네긴>에서처럼요.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지만, 너무 타이밍만을 탓하다 보면 결국 타이밍의 노예가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통해 타이밍만이 아니라, 오만하지 않고 냉소적이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으면 합니다.
오네긴이 조금이라도 자신만의 틀에 갇혀 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그가 자신의 냉소적인 태도를 내려놓고, 사회적인 시선이나 정해진 규칙이 아닌 자신의 진심을 따라가려 했다면 어땠을까요? 냉소는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내가 옳고 남은 틀렸다고 쉽게 단정 지으면 세상은 단순해지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후회할 상황을 자초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이 영화의 소리 연출도 인상 깊었습니다. 인물들의 호흡 소리가 많이 담긴 점과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아예 배경음을 빼는 연출이 좋았습니다. 느릿하게 전개되는 장면들도 마음에 들었죠.
영화에서 리브 타일러는 매우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빛나던 모습 그대로였어요. <반지의 제왕> 1편이 2001년에 개봉했고, <오네긴>은 2000년에 개봉했군요. 그 시절의 아름다운 리브 타일러의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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