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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악의 꽃> 악과 아름다움의 교차점을 그리다 . 줄거리. 결말. 해석. 감상. 보러가기. 정보. <The Flower Of Evil>, 2003

by evelyn_ 2024. 10. 13.

 


<악의 꽃> <The Flower Of Evil>, 2003

감독 : 끌로드 샤브롤

주연 : 브누아 마지멜,나탈리 베이, 멜라니 두티, 수잔느 플론

러닝타임 : 104분 

장르 : 드라마 

 


 

#1

 

영화 <왕의 춤>을 본 후, 배우 브누아 마지멜에게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루이 14세 역에서 그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다른 영화에서의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필모그래피를 찾아보았지만, 제가 본 영화는 없었죠. 심지어 그 유명한 영화 <피아니스트>도 저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브누아 마지멜의 다른 작품을 더 보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악의 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왕의 춤>은 2001년, <악의 꽃>은 2003년에 개봉해 시기가 비슷해, 두 영화 속 그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담 보바리>를 연출한 끌로드 샤브롤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기대되었기도 했습니다. 

 


영화 <악의 꽃> 보러가기 


 

#2

 

프랑수아는 3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옵니다. 공항에서 제라르 아버지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는 이모인 미셸린과 의붓남매인 미셸이 그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안느 새엄마는 시장 선거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니며,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합니다. 제라르는 안느에게 정치를 하면서 가족들이 상처받을까 걱정하며 불만을 표시하지만, 안느는 결심을 굽히지 않습니다.

식사 후, 안느의 러닝메이트 마티유가 상기된 표정으로 찾아와 가족을 음해하는 전단이 유포되었다고 알립니다. 전단에는 안느의 가족사를 폭로하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죠.

안느의 부모는 1958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고, 안느의 첫 남편은 1981년 형수와 함께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이후 안느는 남편의 형인 제라르와 재혼했습니다. 프랑수아는 제라르와 첫째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고, 미셸은 안느와 첫 남편 사이의 딸입니다. 그들은 원래 친척이었으나, 재혼으로 의붓남매가 되었습니다.

 

 


안느의 외조부 피에르 샤르팽은 나치 점령기 동안 정부 요직을 맡았고, 이에 반발한 아들은 레지스탕스에 합류해 전쟁 중 사망합니다. 피에르 샤르팽도 의문의 죽음을 맞았으며, 그의 딸 미셸린이 범인으로 의심받았으나 불기소 처분을 받습니다. 이후 피에르 샤르팽의 아내도 남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선거를 2주 앞둔 시점에 이런 가족사의 폭로는 큰 충격이었으나, 안느는 전투적인 자세로 선거운동을 계속하겠다고 결심합니다.


 

#3

 

프랑수아와 미셸은 어릴 때부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프랑수아는 미국에서 돌아온 후, 미셸과 함께 미셸린 이모의 별장으로 떠나기로 합니다. 두 사람은 가족의 시선을 피해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누며, 미셸린은 그들의 관계를 알고도 묵인해 줍니다. 프랑수아와 미셸은 가족을 비방하는 전단이 제라르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미셸린은 이를 안느에게 말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정확한 증거가 없고 가족 내에서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벌써 우린 수년동안 가식적으로 살아왔잖니..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느는 시장 선거에서 당선되지만, 술에 취한 제라르는 미셸에게 은밀하게 다가갑니다. 미셸은 저항하지만 결국 제라르를 전등으로 쳐서 그의 목숨을 앗아가게 됩니다. 놀란 미셸은 미셸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미셸린은 미셸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자신의 오빠를 사랑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독일에 넘겨 죽음을 맞이하게 했다고 고백합니다. 그 사건 이후, 미셸린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결심했으며, 그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제라르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과거와 비슷한 상황을 다시 반복하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끔찍한 것은 나는 후회한 적이 없다는 거야. 그 잔인한 행동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어.

 

 

미셸린은 제라르의 죽음을 자신이 책임지기로 하고, 미셸에게 이 제안을 합니다. 미셸은 반대하지만, 미셸린은 60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고, 이것이 자신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합니다.

프랑수아는 미셸의 전화를 받고, 안느와 함께 선거 개표를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와 놀란 미셸을 위로합니다. 곧이어 안느가 시장에 당선된 소식을 전하며 집으로 돌아오고, 미셸린, 프랑수아, 미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함께 축배를 들며 안느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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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복잡한 가족사와 그로 인해 얽힌 감정들이 이 영화의 주제를 더욱 깊고 의미 있게 만들어줍니다. 프랑수아와 미셸은 친척관계에서 의붓 남매가 되었고, 그들의 사랑은 전통적인 도덕관념과 가족의 경계를 넘는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미셸린이 이들의 관계를 묵인하는 부분은 그녀 자신의 과거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미셸린은 자신의 오빠를 사랑했지만, 그로 인해 겪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그녀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녀는 프랑수아와 미셸의 관계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았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다시 살아보는 듯한 복잡한 심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미셸린의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는 각자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그녀가 가족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묵인은 그녀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냅니다.

미셸린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속죄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녀의 결심은 아이러니합니다. 그녀는 미셸과 프랑수아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과거를 뒤집어쓰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5

 

제라르의 모습 역시 많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겉으로는 성공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인 척하지만, 내면의 불안과 불만이 가정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제라르가 아내의 정치 활동을 지지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모습은 가정의 부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의 비열한 행동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로, 겉보기에는 평범한 가정이 실제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결말을 더욱 여운 있게 만들었습니다. 안느의 당선 소식이 축하받지만, 제라르의 부재는 모든 이들에게 불안과 의문을 남깁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무시되고, 가족의 비극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프랑수아와 미셸, 미셸린과 안느가 각자의 선택을 통해 이 비극을 끊어낼 수 있었는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겨지는 부분입니다. 미셸린이 자신의 과거를 통해 프랑수아와 미셸의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의도가 그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결국 그들의 사랑이 단순한 불장난으로 끝났기를 바라는 것은 많은 이들이 느낄 법한 희망이기도 하죠.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각자의 해석과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그들이 과연 가족의 비극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우리가 선택하는 운명과 관계의 복잡함을 되새기게 만듭니다.

 

널 사랑할수록 더 갑갑해졋지. 가족들의 과거사가 날 짓누르는 것 같았어. "너도 집안 전통을 잇는구나' 말하는 것 같았어. 결국 난 모두를 증오하게 됐지.


 

#6

 

우리는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대표작으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아름다움과 악, 고통과 타락, 향락과 구원 같은 주제를 탐구하는 시 모음집인데요.  겉으로는 아름답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실제로는 그 내면에 숨겨진 부패와 갈등을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그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의 제목으로 참 적절한 것 같습니다. 

 

<악의 꽃>은 어두운 가족의 과거가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점에 주목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그 안에 오랫동안 곯아 있는 상류사회의 허위에 대해서 고발하며, 그들이 당장이라도 타락과 몰락할 듯 위태롭게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조명합니다. 이런 영화들을 통해 우리는 만약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며, 이 등장인물들의 엔딩 이후에 삶에 대해서 상상해보게 하며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마지막으로 배경음악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겠네요. 이토록 참으로 복잡한 가족사를 담고 있는 이  영화가 좀 가볍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 배경음악에 있을 것입니다.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고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변주하게 했던 음악들이 이 영화를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10월의 센치한 분위기 속에서 무겁지만 또 가벼운 <악의 꽃>을 감상하는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이러한 영화는 일상의 복잡함과 그로 인한 감정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죠. 이번 주도 좋은 영화들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사유와 성장 : 영화와 책 속에서>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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