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2016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주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휴 글래스 역), 톰 하디 (존 피츠 제럴드 역)
도널 글리슨 (앤드류 헨리 역), 윌 폴터 (짐 브리저 역)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모험, 드라마
-러닝타임 : 156분
#1
언제나 그렇습니다. 왜 이 영화를 지금 봤을까? 왜 이렇게 늦게 봤을까? 자칭 시네필이자, 티스토리의 영화 크리에이터로서, 아직도 보지 못한 영화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랍니다. 아마 영화에 대해 늘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좋아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하면서도, 왜 아직까지 <레버넌트>를 보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2016년으로 돌아가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는 <인셉션>에 푹 빠져 그 영화를 통해 레오의 정점을 봤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기대했던 오스카 수상에는 실패했죠. 그래서 저는 이미 <인셉션>에서 레오의 정점을 봤다고 생각하며 크게 실망했고, 그다음 해에 개봉한 <레버넌트>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사실 <레버넌트>를 본 친구들의 감상평도 한몫했죠. 그들은 영화가 너무 길고 지루하다고 말했거든요.
하지만 <레버넌트>를 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원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 주로 관심이 있었던 제가 최근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튜브 '그라운드 씨'에서 김성원 대표님이 미국 역사 관련 영화를 추천하면서 <레버넌트>를 언급하셨는데, 그 순간 더는 시청을 미룰 수 없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
19세기 초, 서부 개척 시대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 엔드류 헨리 대위가 이끄는 모피 사냥꾼 무리는 그들의 가죽을 노리는 아리카라 부족의 공격을 받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사슴을 사냥하던 휴 글래스와 그의 아들 호크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무리에 합류하지만, 이미 많은 사냥꾼들이 포위되어 목숨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들은 모피를 포함한 물자를 버리고 가까스로 배에 올라 목숨을 건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3명의 부대원들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주변 지리에 밝은 휴 글래스는 남은 부대원들을 안전하게 요새로 복귀시켜야 했고, 그는 육지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동료인 존 피츠제럴드는 다른 의견을 내고,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분노하며 글래스 부자에 대해 비꼽니다.
부대원들은 나무가 울창한 숲을 지나게 됩니다. 모두가 잠시 눈을 붙인 사이, 휴 글래스는 주변을 정찰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회색곰의 습격을 받아 온몸에 심각한 부상을 입습니다. 헨리 대위는 그의 상처를 꿰매주고 부대와 함께 그를 데리고 가려 하지만, 글래스의 부상으로 인해 이동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부대 전체에 피해가 가자, 헨리 대위는 글래스의 마지막을 지켜줄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겠다고 하며 지원자를 받습니다. 결국 브리어와 피츠제럴드가 부상당한 글래스와 그의 아들 호크와 함께 남고, 나머지 부대원들은 먼저 요새로 향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글래스가 죽지 않고 버티자, 피츠제럴드는 결단을 내립니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이 일을 저지르기 위해 자원한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피츠제럴드는 글래스를 죽이려 하고, 이에 호크가 저항하자 피츠제럴드는 호크를 살해합니다. 개울가에 나갔던 브리어는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사라진 호크를 찾아다니지만 끝내 찾지 못합니다. 피츠제럴드는 브리어에게 아리카라 부족이 근처에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하고, 생존을 위해 글래스를 대충 땅에 묻은 뒤 그곳을 떠납니다.
#3
눈앞에서 평생 지키고자 했던 아들이 피츠제럴드의 손에 죽는 모습을 목격한 글래스. 그는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존 피츠제럴드를 쫓기 시작합니다. 아들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글래스는 산과 강을 넘나들며 거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이어갑니다. 자신을 버리고 간 피츠제럴드를 쫓으며 극한의 상황들을 견디고, 중간에 아리카라 부족의 공격을 피해 달아납니다. 또한 다른 부족을 찾아 가던 한 원주민을 만나 도움을 받아 서부를 필사적으로 가로지릅니다.
길을 가는 도중 프랑스 부대를 만나게 된 글래스는 그곳에서 아리카라 부족장이 찾고 있던 그의 딸, 포와콰를 발견합니다. 글래스가 그녀의 신분을 알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글래스 덕분에 탈출하게 됩니다. 글래스는 원주민들의 습격을 피해 죽은 말의 배를 갈라 그 안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면서도 끝까지 생존의 의지를 잃지 않습니다.
프랑스 무리로부터 가까스로 탈출한 한 남자가 헨리 대위가 있는 요새로 찾아오고, 그가 가지고 있던 물통을 보고 헨리 대위는 호크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헨리 대위는 부대원들과 함께 옐로우스톤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글래스를 발견하게 됩니다. 헨리 대위는 피츠제럴드를 체포하기 위해 서둘러 요새로 돌아가지만, 이미 그는 금고를 털고 도망친 뒤였습니다.
"전 이제 죽는 게 안 두려워요. 이미 죽어봤으니까."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몸을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글래스는 다음 날 피츠제럴드를 잡기 위해 헨리 대위와 함께 숲으로 떠납니다. 그러나 헨리 대위는 피츠제럴드에게 목숨을 잃고, 글래스는 그의 시체를 이용해 자신을 위장한 채 피츠제럴드를 추적합니다. 마침내 피츠제럴드를 찾아낸 글래스는 그와 혈투를 벌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글래스는 자신의 손으로 피츠제럴드를 죽이지 않고 그를 아리카라 부족에게 넘깁니다. 결국 피츠제럴드는 부족에게 살해당하고, 글래스는 아내의 환영을 바라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4
빈 종이 상태로 영화를 보는 것.
저는 대부분의 경우처럼 이번에도 스토리에 대한 설명을 읽지 않고 바로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줄거리를 알면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서요. 물론 <베스트 오퍼> 같은 영화를 볼 때는 엔딩이 다가오면서 너무 압도당해 중간에 영화를 끊고 엔딩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긴장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영화를 멈추고 봐야 했던 것이죠. <레버넌트>는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에서 스토리를 알고 보지 않아서 긴장감이 배가 되었던 영화로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어디선가 곰과의 사투 장면이 굉장하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 사실조차도 영화를 시청할 때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정말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의 연속이었고, 이는 영화를 보는 경험을 극대화해주었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가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그 소설이 실제 인물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영화를 본 이후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마이클 펑크의 소설을 바탕으로, 실제 인물인 휴 글래스의 생존 기록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놀랍지 않을 수 업습니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그는 아들을 위해 복수를 결심하고 이를 실행하는 장면에서 그의 결단력과 의미, 투지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인정을 해야했어요. 제가 <인셉션>에서 봤던 레오나르도의 연기는 끝이 아니었다는 사실을요. <레버넌트>를 보는 내내 연기를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고, 연출된 상황 속에서 그의 헌신적인 연기는 제 손끝이 시리고 온몸이 다친 듯한 고통스러운 느낌을 줄 정도로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 하나를 꼽자면, 휴 글래스와 아들 간의 스토리가 충분히 묘사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부분이 더 잘 묘사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글래스의 복수에서 개연성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두 번째로 영화를 보며 정리하다 보니 자연의 무자비함에 대한 성찰이 이어졌습니다.
#5
"복수는 내 손에 달린 일이 아냐. 신의 일이지."
생각해보면 휴 글래스의 예외적인 행동은 헨리 대위의 부대에게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피츠제럴드의 날카롭고 현실적인 말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초반 장면에서 글래스가 호크와 함께 사슴을 잡으려 총을 발사하지 않았다면, 아리카라 부족의 습격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글래스가 주변을 정찰하지 않았다면 곰의 습격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글래스의 행동들이 부대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상황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는 그가 속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내린 결정들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보호해야 할 아들이 있었고, 식량과 가죽이 필요했죠. 그의 행동과 결정들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은 그의 의도보다는 자연과 상황의 힘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연은 경외스럽지만 동시에 무자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글래스가 직접 피츠제럴드를 죽이지 않고 다른 이에게 넘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수는 자신에게 달린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그 모습은, 아리카라 부족의 복수와 자신의 아들을 잃은 글래스의 복수가 모두 복수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글래스는 마지막에 그것을 끊어내고, 자연에게 맡기려 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자연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까요.
요즘처럼 더운 여름이 차츰 가시려는 때에 설원이 펼쳐지는 영화 <레버넌트>를 본다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의 이번 주말에도 좋은 영화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6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싶다면?
https://with-evelyn.tistory.com/108
https://with-evelyn.tistory.com/116
https://with-evelyn.tistory.com/57
https://with-evelyn.tistory.com/198
<사유와 성장 : 영화와 책 속에서>에서는
일주일에 한 편씩 좋은 영화와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즐겨찾기' 하고 방문하세요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