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웰 마이퀸><Farewell, My Queen>,2013
-감독 : 브누아 작꼬
-주연 : 다이앤 크루거 (마리 앙투아네트 역), 레아 세이두 (시도니 라보르드 역)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100분
#1
저는 최근에 소피아 코폴라 감독,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마리 앙투아네트> 영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고, 이후 프랑스혁명에 관련된 영화들을 추가로 더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브누아 작꼬 감독의 <페어웰, 마이퀸>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영화는 2002년 페미나 문학상을 수상한 샹탈 토마스의 소설 <마리 앙투아네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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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789년 7월 14일, 베르사유. 마리 앙투아네트의 서고에서 책을 관리하고 왕비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녀 '시도니'는 왕비의 부름을 받고 궁전으로 들어가 그녀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줍니다. 책을 읽는 도중, 시도니가 모기에 물려 가려워하자 마리 앙투아네트는 직접 로즈우드 오일을 발라주며 배려를 보입니다. 이러한 친절함과 왕비의 순수함, 아름다움에 반한 시도니는 점점 더 왕비를 존경하고 흠모하게 됩니다.
비록 시도니는 시녀라는 신분에 머물러 있지만, 그녀의 일상에는 소소한 행복과 재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동료의 자수 일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와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등 그녀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나름의 만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7월 15일 아침, 궁전의 분위기는 갑자기 반전됩니다. 루이 16세가 음식을 잘못 먹고 탈이 났다는 이야기부터, 누군가가 새벽 2시에 그를 깨웠다는 등의 온갖 소문들이 궁중을 떠돌며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그중에서도 바스티유 감옥에서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가장 유력하게 떠오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시도니는 믿을 만한 '모로 씨'를 만나러 가는 길에 예기치 않은 부탁을 받습니다. 베르탱 부인이 원래 맡고 있던 자수 작업을 하던 사람이 아프게 되었는데, 왕비께서 달리아 자수를 부탁하셨기 때문에 시도니가 대신 그 일을 맡아주면 좋겠다는 요청이었습니다. 시도니는 자신을 한가한 사람으로 만만하게 보고 일을 시키려 한다고 생각했지만, 간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알게 되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합니다.
결국, 시도니는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점거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굶주린 시민들이 일으킨 폭동이 나라 전체로 퍼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3
폭도들이 베르사유를 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시도니는 자신이 추종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합니다. 대혁명을 위해 처단할 사람들의 살생부가 286명의 명단과 함께 퍼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집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 속에서 시도니는 왕비의 부름을 받습니다. 왕비는 시골로 갈 때 읽을 만한 책들의 목록을 열 권 정도 적어달라고 시도니에게 부탁합니다.
왕비님의 취향은 제가 더 잘 알아요.
그 후, 왕비는 시도니를 다시 부릅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미 시민들이 왕실을 전복하려는 시도를 알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요새가 있는 메츠로 가서 그곳에서 세력을 규합한 후 다시 파리를 탈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왕비는 왕실을 전복하려는 것은 명백한 반역이라며 분노하고, 시도니에게 서재에서 지도를 찾아 메츠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아보라고 부탁합니다. 동시에, 왕비는 폴리냑을 그리워하며 그녀가 왜 자신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지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이에 시도니는 자신이 직접 폴리냑을 설득해 보겠다고 자처하지만, 폴리냑은 아편에 취해 깊이 잠들어 있어 왕비에게 데려가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갑니다. 왕비는 시도니에게 자신이 부탁한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묻습니다. 시도니는 폴리냑을 깨우지 못했다고 대답하지만, 왕비는 메츠로 가는 길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지 폴리냑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고 반문합니다. 이에 시도니는 당황하며, 자신이 왕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속상해 눈물을 훔치게 됩니다.
#4
7월 16일, 루이 16세는 깊은 고민 끝에 왕실에 남기로 결정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떠날 계획이 무산되자 좌절합니다. 한편 시도니는 왕비가 떠나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왕실에 남기로 결심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존재로 인해 폴리냑이 위험에 처할 것을 우려하여, 그녀에게 가족을 데리고 프랑스를 떠나 달라고 부탁합니다. 폴리냑은 이를 받아들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7월 17일, 시도니는 달리아 자수를 완성해 베르탱 부인에게 전달합니다. 이후 캉팡 부인을 통해 왕비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왕비를 찾아갑니다. 왕비는 시도니가 만든 것인지 모른 채, 아름다운 달리아 자수를 바라보며 현재 상황에 대한 복잡한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왕비는 시도니에게 스위스로 향하는 짐마차에 탈 것을 지시합니다. 이미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는 폴리냑은 위험하니 변장을 해야 한다며, 시도니에게 폴리냑으로 변장하라고 명령합니다. 시도니는 속수무책으로 왕비의 명령을 따르게 되고, 그렇게 그녀는 하녀로 변장한 폴리냑과 함께 마차에 오르게 됩니다.
내 이름은 시도니 라보르드.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 왕비님께 책을 읽어주는 일을 했다. 왕비님을 숭배했다. 곧 베르사유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곧 사라지게 될 거다.
#5
이 영화에서 '책을 읽어주는 시녀'라는 설정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설정이 매우 새로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프랑스 혁명의 격동기를 왕실과 거리가 먼 시민들이나 귀족들의 시선이 아닌, 왕실의 시녀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시도니가 결국 그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시도니의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변장을 마친 시도니의 마음은 매우 복잡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숭배하던 왕비에게서 버림받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시도니가 충성스러운 시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왕비에게 이용당한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니는 끝까지 왕비를 사랑했을까요? 달리아 꽃 자수를 놓은 사람이 바로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왕비 앞에서 자신이 수를 놓았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반면, 베르탱 부인은 뻔뻔하게 금화를 챙겨갑니다.
변장을 마치고 착잡한 마음으로 마차에 오르기 위해 나가는 시도니에게, 왕비는 폴리냑에게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왕비의 냉혈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결국, 시도니만이 일방적으로 왕비를 숭배하고 사랑했던 것입니다.
왕비님을 돕는 것이 제 가장 큰 기쁨입니다.
-너라면 믿을 수 있지. 그러니 부탁할게.
#6
안타깝게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눈에 시도니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죠. 그러나 잠시나마 시도니는 자신이 숭배하는 왕비가 사랑하는 연인인 폴리냑으로 변장했기 때문에, 왕비의 사랑을 받았던 폴리냑의 삶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귀족들이 타는 마차를 타고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 왕비의 키스 같은 경험들이 그런 예가 될 수 있겠죠.
시도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여성이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마주할 비극적인 운명에 대해 수긍한 듯 보였습니다. 어쩌면 해탈한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그 순간에야 비로소 왕비의 변덕스럽고 무자비한 본성을 인정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경멸하며 이야기하던 왕비의 고약한 성격을요. 그전까지 시도니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왕비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방어해 왔습니다. 그녀는 한없이 왕비에게 너그러웠습니다.
왕비를 짝사랑했지만, 오히려 그 왕비에게 이용당하고 만 시도니. 그녀가 바라는 것은 그저 무사히 스위스에 도착하고, 폴리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찾는 것이었겠죠. 실제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1789년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면서 폴리냑은 상황이 악화됨을 느끼고 가족과 함께 프랑스를 떠나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등을 전전하며 망명 생활을 했다고 하니, 시도니의 운명도 폴리냑과 비슷하게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영화 중반부에서 살생부가 퍼지며 혼란스러운 와중에 파울로와의 장면은 다소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아마도 시도니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입니다. 혹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시도니를 진정한 연인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장치였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왕비에게 시도니는 단지 흠모의 대상일 뿐, 진정한 사랑의 대상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죠.
가브리엘에 대한 내 사랑을 털어놓은 건 널 믿기 때문이야. 책 읽어주는 시녀에게 왕비가 마음을 연거야. 표정이 왜 그래? 나를 위해선 뭐든 한댔잖아. 네 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7
영화 속에서 레아 세이두의 아름다움이 돋보였지만, 저는 마치 영화 속 '시도니'처럼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맡은 '다이앤 크루거'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그녀가 프랑스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프랑스어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역할에 캐스팅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의 프랑스어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 아닐까요?
찾아보니 다이앤 크루거는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 가톨릭 미션스쿨을 다녔고, 어머니는 그녀가 영어를 잘하길 원하셔서 10대 시절에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그녀는 모국어인 독일어 외에도 영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추가로,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시녀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대비를 보여주는 영화 속 디테일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당시 시계가 매우 귀한 물건이었고, 일반 서민들은 시간을 모른 채 살아가야 했다는 점도 흥미로웠구요.
물론 이 영화는 픽션이며, 역사적 고증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역사적인 정확성을 뒤로하고도 짧고 허무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습니다. 시도니의 입장에서 이야기와 감정을 느끼며, 만약 내가 시도니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죠.
이 영화는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볼 수 있으니,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러닝타임도 짧고, 색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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