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 헨리 5세> The King ,2019
-감독 : 데이비드 미쇼
-주연 : 티모시 샬라메 (헨리 5세 역), 조엘 에저튼 (존 팔스타프 역)
-조연 : 로버트 패틴슨 (도팽 역), 벤 멘델슨 (헨리 4세 역), 릴리 로즈 멜로디 뎁 (캐서린 역)
-장르 : 드라마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40분
#1
최근에 몇 개의 시험을 준비하느라 블로그 관리에 소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약 한 달 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던 것 같네요. 시험을 치루고나니 이제야 좀 후련한 마음이지만, 시험 준비하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매주마다 글을 올리다가 안 올리게 되니까 한편 귀찮아지기도 하고, 어떻게 다시 글을 올려야 하나 막막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더 킹 : 헨리 5세>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는 블로그 리뷰를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이 영화가 저의 공백기에서 벗어나게끔 해준 일등 공신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2
<더 킹> 영화는 2019년에 개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데이비드 미쇼드가 감독하고,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았죠. 영화는 15세기 초를 배경으로 영국의 헨리 5세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영화 중에 괜찮은 작품들을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왜 넷플릭스 영화들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을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티모시 샬라메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지금은 그의 연기 실력을 의심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고 더 미숙했을 때라 영화도 그저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더 킹>을 보자마자, 이번 해에 본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더 킹 : 헨리 5세> 보러가기
#3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5세기 초, 잉글랜드의 왕 헨리 4세는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삼았습니다. 그로 인해 반란 세력과 내전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헨리 4세의 정치적 결정과 전쟁에 불만을 품은 그의 아들 헨리(미래의 헨리 5세)는 궁을 떠나 방탕한 생활을 즐기며 살아갔습니다. 그는 그야말로 탕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헨리 4세가 병약해지며 세상을 떠납니다. 왕위를 이어받을 사람은 권력에 욕심이 있었던 헨리의 동생이었지만, 그는 형과 비교해 매우 나약하고 어렸으며, 열등감을 가진 상태에서 과도하게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려 하다 전장에서 목숨을 잃고 맙니다. 이렇게 헨리는 갑작스럽게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헨리 4세는 권력 유지를 위해 전쟁을 이용하는 왕이었고, 그의 결정은 왕국 내에서 불만과 내전, 귀족들과의 갈등을 초래했습니다. 헨리는 아버지와 맞지 않아 왕국을 떠났지만, 헨리 4세가 세상을 떠나자 오히려 헨리가 왕위를 잇는 것이 대외적으로도 옳은 선택으로 여겨졌습니다. 헨리 4세를 싫어하던 백성들이 헨리를 따를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헨리 5세가 왕위에 오른 후, 곳곳에서 그의 취임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선물이 도착합니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선물들이 축하 자리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지만, 프랑스 왕세자인 루이의 선물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상자 안에는 작은 공이 들어 있었고, 이는 마치 어린 헨리 5세를 비웃는 듯했습니다. 헨리 5세의 측근이자 조언자인 가스코인 경은 이것이 폐하와 왕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응해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그러나 헨리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평화는 전쟁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습니다. 프랑스가 그를 죽이기 위해 암살자를 보내기 전까지는 말이죠. 헨리는 프랑스 왕세자가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전쟁을 선포하게 되고, 결국 승리로 이끌게 됩니다.
#4
가스코인 경은 처음에는 헨리 5세에게 충성스러운 신하처럼 보입니다. 헨리 5세가 물론 불필요한 전쟁을 피하려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가스코인 경은 자칫하다가 백성들의 신임을 잃을까 걱정하며, 헨리 5세에게 프랑스의 도발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설파합니다. 헨리는 잉글랜드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표는 분명히 있었지만, 여러 신하들의 말 중 어느 이야기를 신뢰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결정이 옳은지에 대해 불안해합니다. 그런 그에게 가스코인 경은 헨리 5세가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헨리는 프랑스와의 전투 이후 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후 헨리는 캐서린과의 대화를 통해 가스코인 경이 자신을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이끌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스코인 경은 평화는 승리를 통해 얻어진다고 믿었던 사람입니다. 헨리는 자신이 기만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스코인 경을 처단합니다. 헨리가 캐서린에게 진실만을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저에게는 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5
이 영화에서 저는 최선의 선택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빠른 결정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요즘 시대에 신선하게 다가왔던 부분입니다. 누군가는 헨리 5세를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사람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고, 전쟁을 최대한 피하려고 신중하게 고민했습니다. 그 모습이 참 인간적이었습니다. 누구나 성장의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런데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리더를 그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빠른 판단을 하는 리더들은 그 자체로 타고났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그들도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을 거라 생각하니, 헨리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구에게도 인생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요.
헨리 5세의 오랜 친구로,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결정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인물인 존 팰스타프도 좋았습니다. 그는 수많은 전쟁을 겪으며, 전쟁의 참혹함과 그로 인한 상흔을 잘 알고 있었기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팰스타프는 비록 헨리 곁에 오랫동안 머물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외로웠을 헨리 옆에서 캐서린이 정신적 지주로서 헨리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길 바랐습니다.
용기와 용맹을 발휘했단 환희에도 불구하고, 영혼을 무엇보다 더럽히는 건 살인이지. 이긴 전장에 서있을 때 기분이 가장 더럽거든. 승리의 전율은 늘 추악한 것들이지. 오래도록 남는 건 늘 추악한 것들이지.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것들.
#6
마지막으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리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저는 <듄>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절규하는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와, 연기를 정말 잘하네"라고 인정했었죠. 하지만 제가 <더 킹>을 먼저 봤다면, "원래 저렇게 잘하던 배우가 맞았지"라고 고개를 끄덕였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그를 과소평가했던 것 같아요. 티모시 샬라메의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그의 필모그래피를 모두 보지는 않았지만) 주저 없이 <더 킹: 헨리 5세>를 꼽을 것입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조니 뎁의 딸인 릴리 로즈 뎁과 연애를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더 킹: 헨리 5세> 촬영 중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은 몰랐네요. 안타깝게도 그들은 2020년 4월에 결별했음을 알렸습니다.
티모시 샬라메 뿐만 아니라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도 대단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외모도 수려한 두 배우가 이렇게 연기도 잘한다니요. 혹시 두 배우 모두 좋아하는데, 이 영화를 못 보셨다 하시면, 무조건 보셔야 합니다.)
솔직히 로버트 패틴슨의 이름이 조연으로 들어가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그의 연기는 강렬했죠. 광기 어린 오만한 프랑스 왕세자 역할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했는데, 티모시 샬라메보다도 오히려 로버트 패틴슨의 매력에 빠져 그의 분량이 적다는 사실이 아쉬웠습니다. 그의 캐릭터에서 <퀸 오브 데저트>에서 아라비아 로렌스를 연기했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그가 영원히 케드릭 디고리 혹은 에드워드 컬렌으로 남을 줄 알았지만, 이제 그 캐릭터들은 로버트 패틴슨을 떠올리면 바로 생각나는 역할이 아닙니다. 앞으로 더 많은 좋은 작품에서 그를 보게 되길 희망합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들도 영원히 남아 있지는 않아서, 보고 싶은 영화를 제때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OTP 서비스에 올라오지 않은 영화들을 보기 힘든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항상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더 킹: 헨리 5세>는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티모시 샬라메를 좋아하면서도 영화 포스터만 보고 무겁고 지루할 것 같아 고민 중이셨다면, (제 이야기입니다) 저를 믿고 한 번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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