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트><The Gift> ,2000
-감독 : 샘 레이미
-주연 : 케이트 블란쳇 (애니 윌슨 역)
-조연 : 지오바니 리비시(버디 콜 역), 키아누 리브스 (도니 박스데일 역),
케이티 홈즈 (제시카 킹역), 그렉 키니어 (웨인 콜린즈 역), 힐러리 스웽크(발레리 박스데일 역)
-러닝타임: 111분
-장르 : 공포, 스릴러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1
저는 원래 공포 영화를 잘 보지 않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공포 영화는 너무 긴장하게 만들어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게다가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까지 들곤 합니다. 어쩌면 어렸을 때 극장에서 봤던 공포 영화들이 저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또는, 아직 제가 공포 영화의 진정한 매력을 못 느껴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요? 글쎄요, 제가 영화를 고를 때 정보를 꼼꼼히 찾아보지 않고, 그냥 뭔가 느낌이 오면 그 영화를 선택하는 취향이라 그런지, 이번에도 제대로 걸려들었어요. 그런데 반전이 있었죠. 케이트 블란쳇이 나온다는 건 알았지만, 키아누 리브스와 케이티 홈즈가 나온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캐스팅이 대단한 영화더라고요. 이게 이 영화의 묘한 매력이에요. 우리가 잘 아는 명배우들의 20년 전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영화 스토리도 생각보다 신선했습니다. 특히 케이트 블란쳇이 카드를 사용해 사람들의 미래를 점치는 능력을 가진 '애니'라는 점성술사로 등장하는데, 흔히 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어요.
#2
영화의 배경은 조지아 주의 작은 마을 브릭스톤입니다. 애니는 자신의 능력으로 지역 주민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며 살아갑니다. 특히 남편 도니의 폭력에 시달리는 발레리를 상담해 주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도니는 분노하며 애니를 찾아와 아내에게 더 이상 충고나 조언을 하지 말라고 협박합니다.
얼마 후, 애니는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인 웨인 콜린스를 만나게 되고, 우연히 그의 약혼녀인 제시카도 만나게 됩니다. 제시카는 애니가 점성술사라는 걸 알게 되자 자신의 미래를 봐달라고 부탁하고, 애니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지만 "별일 없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시카가 실종되면서 마을은 공포에 휩싸입니다. 사건 수사는 진전이 없고, 결국 경찰은 애니의 초능력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애니가 어떤 정보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녀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애니는 자신에게 떠오르는 이미지와 환영을 통해 제시카가 한 호수에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그 호수에서 실제로 제시카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그 호수는 다름 아닌 도니의 사유지였고, 결국 도니는 체포됩니다.
#3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니가 감옥에 간 후에도 애니는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리며, 제시카의 진짜 살인범이 도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진범은 다름 아닌 웨인 콜린스였던 것이죠. 웨인은 애니가 진실을 알게 되자 애니를 죽이려 하지만, 애니의 친구인 자동차 정비공 버디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줍니다.
나중에 애니는 버디가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을 알게 됩니다. 버디는 마지막 순간에 애니를 돕기 위해 환영으로 나타난 것이었죠. 애니는 마지막 장면에서 세 아들과 따뜻한 포옹을 나누며 영화는 끝납니다.
#4
영화 제목인 <The Gift>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애니가 타고난 능력, 즉 사람들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재능은 일종의 '선물'일 수 있죠. 하지만 이 능력 덕분에 모든 미래를 알고, 자신의 인생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 애니를 찾아 위로를 받지만, 정작 애니의 고통을 위로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남편을 잃고 세 아이를 혼자 돌보는 미망인으로서 그녀의 삶도 충분히 힘든데 말이죠. 때로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갑작스럽게 "내 미래가 보이냐?"는 무례한 질문을 받기도 하고, 비극적인 사건을 막지 못했다고 추궁당하기도 합니다.
애니는 남편을 잃기 전에 불길한 꿈을 꿨고, 출근하지 말라고 했지만 남편은 성실하게 회사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앞날을 알더라도 인생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몸소 겪은 것이죠. 그렇기에 종종 애니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의심과 편견의 대상이 됩니다.
게다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는 이웃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협박까지 받으니 그녀의 고충은 상당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사람이 감옥에 갔다는 사실을 깨닫자 용기를 내어 다시 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그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이 감옥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그녀의 용기는 정말 대단했죠.
#5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프루프>가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 역시 지금은 레전드급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점에서 <기프트>와 비슷합니다. 기네스 펠트로가 연기한 여주인공이 저명한 수학자였던 아버지의 능력을 물려받았지만, 그 능력에 대해 스스로 의심하며 괴로워하는 이야기인데요. <기프트>에서 애니는 자신을 의심하진 않지만, 능력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불신과 편견을 겪고, 사건을 해결하며 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본인도 성장하게 됩니다.
<기프트>는 캐스팅도 훌륭하고, 힐러리 스웽크, J.K. 시몬스, 그렉 키니어 같은 반가운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두 영화 모두 훌륭한 작품이지만, 요즘 같은 더위가 가시고 있는 때, 조금 서늘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공포 영화 <기프트>를 추천합니다.
https://with-evelyn.tistory.com/216
#6
<기프트> 주요 배우들이 출연한 두편의 영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첫번째로 <블루 재스민>입니다. 케이트 블란쳇이 열연한 <블루 재스민>은 <기프트> 이후 약 10년 뒤에 나온 영화이고, 그녀의 뛰어난 연기로 많은 호평을 받았죠. 특히 블란쳇의 연기는 <블루 재스민>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잃어가는 여성의 복잡한 감정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표현해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https://with-evelyn.tistory.com/148
두번째는 <콘스탄틴>인데요. 제가 키아누 리브스의 팬이 되게 한 <콘스탄틴>은 <기프트> 이후 4년이 지나 개봉된 영화입니다. <콘스탄틴>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악령과 싸우는 초자연적 영웅을 연기하며, 액션과 어두운 분위기를 독보적으로 소화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 각 배우의 "재능"을 확실히 입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두 영화가 <기프트>를 통해 일찍이 만나게 된 두 배우의 이후 성장과 발전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https://with-evelyn.tistory.com/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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