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의 열쇠>, <Sarah's Key>, 2011
-감독: 질 파케-브레네르
-주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멜루신 마야네스
-조연: 니엘스 아레스트룹 , 프레데릭 피에로, 아이단 퀸
러닝타임: 약 111분
장르: 드라마, 역사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주연으로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40대 여기자 역할로 등장합니다. 실제로 그녀는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19세에 프랑스로 이주해 그곳에서 연기 공부를 하며 경력을 쌓았고, 프랑스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배우입니다. 그래서 이 역할에 매우 적합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저는 처음에 다소 혼란스러웠습니다.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는데, 독일이 아닌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1942년에 일어났던 벨디브 랑드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벨디브 랑드 사건은 프랑스에서 약 3천 명의 유대인이 체포된 사건입니다. 영화 사라의 열쇠는 프랑스 작가 타티아나 드 로즈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942년 벨디브 랑드 사건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게 된 한 유대인 소녀와, 60년 후인 2009년에 과거를 추적하는 현대의 언론인 줄리아 사이를 오가며 전개됩니다.
당시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아이들이었으며, 약 8천 명이 파리의 벨디브 경륜장에 수용되었다가 이후 강제 수용소로 이송되었습니다. 경륜장에는 침대도, 화장실도, 심지어 물조차도 없었습니다. 현재 그 경륜장은 남아 있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잊고 새로운 세대들 또한 이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는 상황입니다. 줄리아는 이 특집 기사를 통해 벨디브 랑드 사건을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1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942년 7월 16일, 파리의 마레 지구에서 10살 소녀 사라와 남동생 미셸은 서로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사라와 미셸은 아버지가 돌아온 것이라 생각했지만, 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경찰이었습니다. 어머니인 스타르진스키 부인은 경찰의 요구에 문을 열었고, 경찰은 3일 동안 필요한 물건을 챙겨 따라오라고 명령합니다. 미셸이 보이지 않자 그의 행방을 묻자, 사라는 남동생을 옷장에 몰래 숨기고 열쇠로 잠가둔 후, 아버지가 몸이 좋지 않은 동생을 데리고 시골에 갔다고 거짓말합니다. 경찰은 미셸은 찾지 못한 채, 나중에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 사라의 가족들을 함께 벨디브 경륜장으로 이송합니다.
경륜장에 갇힌 가족들은 사라가 미셸을 옷장에 두고 온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집니다. 그들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가족들은 경륜장을 벗어나기 위해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수용소로 이송되면서 모두 흩어지게 됩니다. 사라는 가까스로 또래 친구와 함께 한 경찰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했고, 길에서 사려 깊은 프랑스인의 도움을 받아 파리의 자신의 집에 돌아옵니다. 사라는 옷장 열쇠를 꺼내 열어보지만, 미셸은 이미 싸늘하게 숨을 거둔 후였습니다. 사라는 절규합니다.
그 후 사라는 자신을 파리로 데려다준 가족과 함께 살게 되지만, 동생 미셸에 대한 죄책감은 사라를 계속 괴롭힙니다. 결국 사라는 집을 떠나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한 남자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지만, 끝내 죄책감과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2
2009년, 40대의 줄리아는 시댁 소유의 생통쥬 가 아파트로 이사하려 합니다. 이사를 위해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던 줄리아는 당시 언론인으로서 1942년에 발생한 벨디브 랑드 사건을 조사 중이었습니다. 줄리아는 시할머니가 1942년 8월에 그 집으로 이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이상함을 느끼고, 그 아파트에 살던 이전 세대가 벨디브 사건 때 체포된 유대인 가족이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이 가족의 부모는 사망이 확인되었으나, 딸 사라와 미셸은 행적이 기록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줄리아는 혹시 사라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줄리아는 조사 중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계획에 없던 늦은 나이의 임신이었지만, 그녀는 새 생명의 도래가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요구하고, 바쁜 일과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멀어집니다. 줄리아는 조사를 통해 사라의 남편과, 사라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 윌리엄을 만나게 됩니다. 줄리아는 윌리엄이 어머니의 과거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또한 아무것도 모른 채 충격에 빠져 줄리아를 냉대합니다. 하지만 윌리암은 자신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사라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었고, 어머니의 삶을 되짚기 시작합니다.
이후 여러 해가 흐른 후 윌리암은 줄리아는 다시 만나고, 많은 대화를 이어갑니다. 줄리아는 남편과 별거하며 미국에서 자신의 첫째 아이와 새로 태어난 둘째 아이를 기르고 있는 상태였지요.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그녀가 남편과 멀어져야 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남편과 그 집에서 같이 살 수 없었기 때문이 크겠지요. 그의 가족들이 일부로 그 집을 약탈한 것은 아니고, 또한 시할아버지는 매달 사라가 있는 집에 매달 백 프랑씩 보내주기도 하였지만, 어쨌든 그 사건을 오랫동안 숨기려고 했었으니까요. 줄리아가 그 사건을 취재하지 않았다면 평생 사라의 이야기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고, 줄리아는 남편의 가족들을 볼 때마다 사라가 생각났을 것입니다. 사라가 평생 가지고 있었던 비밀을 풀어주기 위해서 줄리아는 그 가족을 떠나야 했을 것입니다.
줄리아는 자신의 둘째 아이의 이름을 사라라고 지었습니다. 줄리아는 비극적인 운명에 휩쓸려서 가족들을 모두 잃고, 자신의 삶마저 송두리째 빼앗김을 당했던 그 '사라'라는 이름의 여인을 보살피고 위로해 주고, 아껴주고 그녀의 삶을 기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겠지요.
#3
줄리아는 자신의 삶과 과거의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며 복잡한 역사적 진실을 파헤쳐 갑니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결합하여 유대인 탄압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재조명하며, 개인의 아픔이 어떻게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묘사했습니다. 사라의 인생은 비극 그 자체였습니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도 어려웠던 그녀는 역사가 만들어낸 고통의 산물이었습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후, 사라는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정체가 드러나면 탄압과 죽음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아들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걱정했던 사라는 출생의 비밀뿐만 아니라, 가족의 비극과 자신의 과거 또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동생을 보호하려다 오히려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은 사라가 평생 간직해야 할 비밀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열쇠를 꼭 잠근 채로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야 했습니다.
그녀의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잊으려 해도 떠오르는 기억의 잔상은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을 것입니다. 전쟁이 없었다면, 그런 끔찍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라는 자신의 동생을 옷장에 숨기지 않았다면, 미셸이 어딘가로 도망쳐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평생 자책했을 것입니다.
"제 탓이에요. 잡혀올 때 동생을 가둬놨어요"
#4
1942년은 제2차 세계대전 중으로, 프랑스는 1940년에 나치 독일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습니다. 독일의 강력한 군사력에 의해 프랑스군이 패배하자, 1940년 6월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항복하고 독일과 강제 휴전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독일의 지배 하에 놓였고, 남부 지역에는 나치 독일과 협력하는 비시 정부가 세워졌습니다. 비시 프랑스 정부는 나치 독일의 요구를 수용하며 협력 정책을 펼쳤으며, 특히 유대인 체포와 강제 수용소 이송에 적극 협조했습니다. 1942년의 벨디브 랑드 사건 또한 이러한 비시 정부의 협조로 이루어진 일로, 프랑스 경찰이 나서서 파리의 유대인들을 대규모로 체포한 사건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모든 것은 희미해지고 옅어집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록을 남긴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상 그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의 생명이 유한하고 기억이 완전하지 않으며,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경험을 온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 혹은 그 이전 시대의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다면, 그들의 비극적인 경험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겠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러한 기회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런 끔찍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죠. 영화 <사라의 열쇠>는 이러한 기억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저 역시 이 영화를 통해 몰랐던 벨디브 랑드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고, 물론 픽션으로 창조된 인물이지만 '사라'라는 여인의 삶을 통해서 과거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과거를 알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가 가진 수많은 순기능 중에 하나겠지요.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출연한 또 다른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에도 좋은 영화들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날씨가 추워졌으니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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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장 : 영화와 책 속에서>에서는
일주일에 한 편씩 좋은 영화와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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