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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추천 <밤으로의 긴 여로>,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의 유작. 줄거리. 결말. 감상. 정보.

by evelyn_ 2023. 12. 17.

 


<밤으로의 긴 여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저자 : 유진 오닐 / 번역 : 민승남 

출판 : 민음사 / 발행 : 2001.11.01 


 

 벌써 2023년도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다. 2023년을 별로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번 년이 가기 전에 꼭 한 가지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2023년 영화&도서 결산>이었다. 꽤나 야심차게 (?) 설레는 마음으로 몇 가지 작품들을 선별해 놓고 있었 차에, 예상치도 못하게 너무나 강렬하게 감정적인 여운을 남기는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게 되었고, 이 작품이 내 2023년 최고의 리스트들을 다시 선정하게끔 만들었다. 

 

 나는 이 작품을 읽기 전 유진 오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으며, 심지어 이 작품이 희극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단지 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들을 보다가, 커버에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창문> 작품이 순전히 반가웠기 때문에 이 작품을 읽기를 결정했다. 희극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솔직히 밝힌다. 좋아하지 않은 장르는 아니지만, 순전하게 나에게 익숙한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ebook으로 구입했는데, 만약 종이책으로 구입했다면 분명 이 책 내용을 들춰보고서는 이 책이 희극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챘을 것인데 운이 좋았다. 물론 실제 종이책을 사는 것보다 금액적으로도, 무게적으로도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허들이 적었던 것은 분명하기도 했다. (나는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어지는 리뷰를 담고자 한다. ) 

 

에드워드 호퍼, 〈밤의 창문〉, 1928. 캔버스에 유채, 73.7 &times; 86.4 cm. Museum of Modern Art (MoMA), New York, USA. Gift of John Hay Whitney. 248.1940. Digital image ⓒ 2023,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Scala, Florence

 


 

줄거리 

 

 1912년 8월. 아버지인 제임스 타이론, 어머니인 메리, 첫째 아들 제이미와 둘째 아들 에드먼드는 여름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 제임스는 아일랜드 이민자로 예순 다섯 살이지만 나이보다 십 년은 젊어 보인다. 떡 벌어진 어깨에 탄탄한 가슴. 그는 눈에 띄는 호남형인 그는 젊었을 적 연극배우로 성공했고, 땅부자이다. 하지만 과거에 고생했던 기억으로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안정된 삶을 살만한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족들에게 늘 구두쇠처럼 돈으로 옭아맨다.

 

쉰네 살인 어머니 메리 또한 아직 젊고 우아한 자태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결혼 이후 연극배우인 남편을 따라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싸구려 호텔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를 낳다가 병원에서 투여한 과다 모르핀의 맛을 알아버리고, 이후 계속해서 약물에 의존하는 신세가 된다. 이후 치료를 받고 중독을 극복해 냈다고 생각했지만, 가족들은 그녀가 아직까지도 가족들의 눈을 피해 모르핀을 투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형 제이미는 서른 세살이다. 아버지를 닮아 탄탄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알코올과 여자에 빠져서 보내는 그는 얼굴에 방탕함을 숨기지 못한다. 제임스에게 제이미는 게으르고, 열정 없는 청년이다. 그가 어떤 제대로 된 직장이 없이, 매년 여름마다 자신에게 의지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동생 에드워드는 형 제이미와 열살 차이가 난다. 키는 형보다 크고 살집은 없어도 강인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병색이 완연하고, 폐병을 진단받는다. 에드워드는 요양원에서 회복될 때까지 쉬어야 한다. 제임스는 에드워드를 시설이 좋은 요양원에 보낼 돈이 충분히 있으면서, 돈을 아끼고자 주립 요양원에 보내려고 한다. 


 

 

그럴싸해보는 가족의 모습 이면 

 

 여름 별장에서의 네 가족. 그들은 얼핏보기에 누구라도 부러워할만한 모든 것을 갖춘 가족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대화를 이어갈수록 서로의 문제와 비밀이 밝혀지며, 그들 간의 갈등과 감정적인 고통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이야기들은 실타래처럼 풀어지고, 독자들은 처음에 보았던 '완벽해 보였던' 가족의 모습에서 대조적인 모습들에 당황하면서도, 흥미롭게 집중하게 된다. 작품은 하루 종일 동안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와 갈등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드러내고,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갈등이 어떻게 가족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갈등은 풀어지지 못하고 허무함을 남긴 채 종료된다. 

 

 이 작품은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남기고 1953년 보스턴의 한 호텔에서 세상을 떠났다. 작가의 자서전적인 작품으로, 유진 오닐은 자신의 아내에게 자신이 죽고난 다음 25년 동안은 이 작품을 발표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미망인은 고인의 뜻에 따르지 않고 1956년에 작품을 발표했고, 이 작품을 통해 유진 오닐은 네 번째 퓰리쳐상을 수상하게 된다. 작품 속의 둘째 아들 에드워드가 젊은 날의 작가 유진 오닐이라고 보여진다. 

 

 

 

부인은 오닐은 <밤으로의 여로>를 집필하는 유진을 보고는 "들어갈 때보다 10년은 늙은 듯한 수척한 모습으로, 때때로 울어서 눈이 빨갛게 부어서" 작업실에서 나오곤 했다고 전했다. 자신과 가족들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상처를 파헤치는 고통이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웠을까. 유진오닐은 자신이 살아있을 때 이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고, 아내에게도 사후 25년 동안은 발표하지 말고 그 이후에도 절대 무대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에게는 그만큼 사적이고 아픈 이야기였던 것일테다.

 

 하지만 자신의 결론적으로 자신이 겪었던 비극적인 이야기를 글로 썼고, 이렇게 기록했기 때문에 지금 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지고 있다. 자신의 내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려는 용기부터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통감한다. 유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은 인생이랑 밝은 면만 있지 않음을, 우리 인간은 모두가 어느 힘든 부분을 견디어 내고 있음을 깨닫게 해 주며, 위로를 느낀다. 우리는 누구의 행복을 시기할 필요도, 나의 행복과 남의 행복을 비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 조차 풀려는 용기가 없는데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하고 말이다. 나는 요즘 작가들이 누구보다도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아내, 조세핀의 삶

 

 

 앞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를 책 커버의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꼽았다. 하지만, 내가 그의 팬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게 해두고 싶다.

 

이야기는 이번 년 한국 방문 시에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에드워드 호퍼 전을 봤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 기대 없이 보았던 전시에서 나는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들을 포착해낸 그의 독특한 시선에 감탄했고, 또 그의 작품들의 쓸쓸하면서도 고독하고 무기력한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특히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아내인 조세핀을 여러 차례 등장시킨 것이 인상 깊었는데, 웬만해서는 기념품들도 잘 사지 않지만, 단숨에 호퍼의 팬이 되어버려, 무리해서 마그넷과 엽서들을 구매했었다. 

 

 

 

 하지만 이후 나는 에드워드 호퍼가 자신의 아내를 폭행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되고 충격을 받아, 나는 그의 전시를 보았다는 글도 어느 소셜 미디어에도 올리지 않았다. 전시설명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는데.. 나는 오히려 자신의 아내를 뮤즈로 작품에 등장시킨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서 그 부부의 관계를 이상적으로 생각했었었는데 말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퍼는 조세핀의 화가의 꿈을 시기하고 짓밟으려고 했으며, 조세핀은 호퍼에게 폭행을 당하면서도, 에드워드가 자신이 없으면 밥 한끼도 제대로 차려서 먹을 수 없었던 의존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도움을 주고자 끝내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조세핀 스스로가 호퍼의 폭력을 합리화한 것이다. 이런 조세핀의 합리화가 있었기에, 호퍼가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고. 

 

 

 

 

155cm, 45kg 아내를 때린 유명 화가, 놀라지 마시라

가정 폭력에도 에드워드 호퍼의 아내로만 살다 죽은 조세핀 호퍼

www.ohmynews.com

 

 물론 내가 함부로 그녀의 삶을 불행했다, 불쌍하다라고 코멘트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밤으로의 긴 여로>의 작품 첫 몇장의 페이지에서 느껴졌던 싱그러운 여름, 예쁜 별장, 응접실이 있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까지 있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회상되었다. 겉보이게는 멀쩡해보였던 그 가족의 뒤에 그런 곯아있는 상처가 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지난 이야기를 꺼내며 상처를 주지만, 또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이론의 가족들과, 조세핀이 오버랩된다. 나 또한 호퍼가 조세핀을 그린 작품 뒤에 '폭행' 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참, 복잡하고 미묘하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접하면서 더욱이 내 인생 자체에 집중해야겠다고 느낀다. 누구와 비교해서 내 인생을 불행하다고 여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들에게 감사해야하는 것이 이상하게 내 자신이 지독하게 이기적인 것 같기도하다. 다른 독자들은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를 읽으며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나와 똑같은 심정일까? 다른 건 몰라도 이 작품이 오닐의 대표작인 동시에, 통속극에 머물러 있던 미국 연극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것을 보면 이 작품이 어떤 보편적인 의미를 갖게 하는지, 어떤 감정적인 강렬함을 전달했는지, 어떤 고찰의 기회를 주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이 작품을 실제 종이책으로도 소유하고 싶다고 느낀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오랫동안 보고 싶기 때문이다.  연말 분위기로 어딜 가나 활기찬 캐럴이 울려 퍼지는 요즘. 그저 늦은 템포의 재즈를 듣으며 이 작품이 남기는 여운과 함께 멍 때리고 싶은 밤이다. 

 


 

작품 이어보기

 

여러 가족의 모습들을 보고 싶다면.. <더 웨일>, <아이 오브 더 스톰>,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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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웨일> <The Whale>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브렌든 프레이저 주연. 줄거리. 결말. 해석. 감

, 2023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주연: 브렌든 프레이저 (찰리 역), 세이디 싱크(엘리 역), 홍 차우(리즈 역) -조연: 타이 심킨스 (토마스 역), 사만다 모튼 (메리 역)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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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오브 더 스톰> 샬롯 램플링, 주디 데이비스, 제프리 러쉬 <The Eye of the Storm> 줄거리, 결

, 2013 -감독 : 프레드 쉐피시 -출연 : 샬롯 램플링 (엘리자베스 헌터), 주디 데이비스 (도로시), 제프리 러쉬 (바질 헌터), 더스틴 클레어 (콜 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19분 샬롯 램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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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 까뜨린느 드뇌브 (파비안느 역), 줄리엣 비노쉬 (뤼미르 역), 에단 호크 (행크 역) -개요: 드라마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영화를 웬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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