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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읽기 쉬운 짧은 고전 소설 추천. 민음사 고전 추천. 줄거리. 결말. 감상. 정보

by evelyn_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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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The Death of Ivan Ilyich> 

저자 : 레프 톨스토이 / 번역 : 김연경 

출판 : 민음사 / 발행 : 2023.12.08 


 

지난 설 연휴 동안 더할 나위 없이 책, 영화에 파묻혀서 지냈었다. 물론 평소에도 늘 책을 읽고 영화를 보지만, 시간을 많이 내기는 쉽지 않으니, 이런 긴 연휴는 늘 정말 귀하기만 하다. 한동안은 잠시 영화감상과 독서를 쉬어도 될 정도로 많은 작품들을 접했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그 연휴가 마냥 아득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감상을 글로 써서 내 머릿속과 가슴에 더 많이 남게 하는 일만 남은 듯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었다. 그의 중단편 소설인 <이반 일리치의 죽음>. (<부활>은 어렸을 적에 청소년을 위한 문학 전집으로 읽었던 것이긴 하나 그것은 이해하기 쉽게 원작을 편집을 거친 것이므로 톨스토이 작품을 읽었다고 하기는 분명 어려울 듯하고, 영화 <안나 카레니나>또한 나의 베스트 영화 중에 꼽히지만 이 조차도 영화만 보았을 뿐 정작 원작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니니 제외시키는 것이 인지 상정일 것이다. )

 

 책은 민음사 마케팅팀의 마케터 조아란님의 YES meets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조아란 님이 삶을 살아가며,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며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 3권을 소개하는데, 길게 책의 내용이나 감상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꼭 읽으라고 강조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 몇 문장에 바로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 생겨 바로 책을 구매했다. 나도 이렇게 책을 소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물론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것에서는 그 분량도 한몫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144쪽밖에 되지 않는 굉장히 짦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이 알려져 있듯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는 꽤나 긴 소설이 아닌가. 아무리 내가 소설을 좋아한다지만, 시간이 없기도 하고 아직까지 명확하게 어떤 작가의 작품을 미치도록 좋아해 본 경험이 적은 나로서는 동시에 한 작품을 오래 읽는 것보다 다작을 섭렵하는 것을 선호하여, 아무래도 짧은 소설이면 훨씬 부담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소설은 고등 법원 판사인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법원에 알려지며 시작된다. 사랑하는 동료를 잃은 그들은 슬픔에 잠겼을까. 그것은 잠시뿐 동료들의 머릿속에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서 그의 후임자는 어떻게 될 것인지, 법원의 조직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그리고 결국에 나는 어떤 면에서 이득을 보게 될 것인지 머리를 굴린다. 게다가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일, 즉 '남의 일'일 뿐이고, 내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쁨을 느끼면서 또 동시에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는 귀찮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죽음으로 인해 각자의 머릿속에는 직장 내의 인사이동과 가능할 법한 변화에 관한 생각만이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가까운 지인의 죽음 자체는 늘 그렇듯 부고를 접한 모두에게 내가 아니라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쩌겠어, 죽었는걸. 하지만 나는 아니잖아.' 그들은 저마다 이렇게 생각하거나 느꼈다. 가까운 지인들, 이른바 이반 일리치의 친구들은 이와 더불어 이제 예의상 몹시 따분한 의무를 다해야 하고 추도식에 참석하여, 남편을 잃은 부인에게 조의를 표해야 한다는 떨떠름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반 일리치가 지나온 인생사는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 "

 

그는 삼등 문관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법률학교 돌업 이후, 도지사의 특별 보좌관직을 맡기 위해 지방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경력과 인맥을 쌓으면서, 사회생활을 익혀갔다. 그리고 약 오년 후 법원 예심 판사 자리를 받아들인다. 이후 사교계 모임에서 매력적인 아가씨 프라스코비야 표도로브나를 만나 결혼을 결심한다. 그녀는 좋은 귀족 가문 처자인 데다 인물도 좋고 재산도 좀 있었다. 결혼 생활을 시작은 순조롭고, 그는 결혼이라는 것이 자신을 더욱 좋은 길로 이끌어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기대는 아내의 임신으로부터 깨어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까닭없이 질투하고, 관심을 요구하면서 이반 일리치의 삶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반 일리치는 그런 아내의 행동을 무시하고, 그냥 그저 불쾌한 상황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며 상황을 회피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아내는 더욱 그에게 자신의 감정을 분출했고, 자신의 품격 있는 삶이 황폐해져 간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던 이반 일리치는 결국 업무와 그의 의무를 무기 삼아서 자기만의 독립적인 세계를 쌓고 아내를 대항하기에 이른다. 그는 자신의 사회적인 활동과 업무에 침잠했다. 

 

그의 삶은 그렇게 17년 동안 흘러갔다. 그는 그간 고참 검사가 되고 몇 차례의 보직이동을 고사하며 탐나는 자리를 내심 고대했다. 하지만 자신이 눈독을 들이던 한 도시의 재판장 자리를 자신이 예상치도 않은 사람이 차지하자 불만을 품고 항의했지만, 그 일로인에 그는 직장 내에서의 불편한 존재로 전락하고 계속해서 인사이동에서 배제되었다. 그는 시골에 내려가서 저렴한 생활비로 생활을 유지해볼까 싶었지만,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고 그는 결국 고연봉의 직책을 얻기 위해 도시로 간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친구라는 인맥을 통해서 법무부에서 자리를 얻게 된다.  그 자리는 이전 부서에 있던 동료들보다 두 직급이나 높았고, 월급 또한 자신이 바라던 바대로였다. 그는 호화롭게 집을 짓고, 최고급 상류 사회의 일원처럼 그 안을 꾸몄다. 그렇게 고위층 인사들도 그의 집을 드나들었다. 모든 것이 그렇게 평화롭게 흘러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느 날.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집을 장식하는 와중에 가벼운 부상에 당한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후 가끔 입속에서 이상한 맛을 느꼈고, 왼쪽 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불편함은 계속 커지고, 아내와 싸움이 잦아지며 소란이 생기며, 그의 품위로운 삶은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통증과 공포를 느끼며 계속해서 절망 속으로 빠졌다. 그의 몸상태가 심각해지고, 결국에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그는 집에서 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도대체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는커녕 그 느낌이 굉장히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곧 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는 그는 괴로울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동시에 누구든 자기를 아픈 아이처럼 그저 불쌍하게 여겨주길 바랐지만, 그의 행동과 성격, 말하는 방법은 어느 누구도 그에게 편하게 다가오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거짓. 괜찮아질 것이라는 사람들의 거짓말. 그리고 보살핌을 받고 싶으면서도 그런 관심이 필요 없다는 듯 진지하고 엄격하게 행동하는 거짓. 이 거짓들이 그의 얼마 남지 않은 나날들을 독살하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정확히 필멸의 존재고, 따라서 그가 죽는 것은 옳지만 나, 바냐, 이 모든 감정과 생각을 가진 이반 일리치라면 전혀 다른 문제다. 내가 죽어야 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끔찍한 일이다." 

 

 그는 오로지 자신을 보살펴주었던 주방 하인 게라심 앞에서만 그는 마음을 놓았다. 다른 사람들의 건강, 체력, 삶의 원기에는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게라심의 체력과 삶의 원기에는 괴로워하기는커녕 위안을 받았다. 그는 계속해서 죽음을 거부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또한 자신이 삶을 제대로 살아왔다고 복귀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자신을 변호하는 것에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거대한 기만이었음 느낀다. 자기 삶에 대한 정당화. 그는 자신의 죽음을 지켜보는 가족들을 불쌍하다고 느낀다. 그들을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을 구원하고, 자신도 이 고통으로부터 구원하기로 한다. 그렇게 그는 죽음이 아닌 빛을 발견하고, 용서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서른 다섯.
이제서야 죽음에 관련된 소설들을 읽을 수 있게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은 굉장히 쉽게 술술 읽히는 작품이지만, 나는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 이렇게 무거움을 가지고 있는 소설인지는 몰랐다. 좀 익살스럽고, 조금은 가벼운 소설일 줄 알았지만, 소설은 죽음과 삶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 

 

이반 일리치는 평생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쟁취하는 것에 집착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죽음에 직면하게 된 순간 의미를 잃었다. 그는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알았음에도, 왜 죽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살면서 어떠한 문학작품도, 어떠한 삶에 대한 반추도 해보지 않은 사람 같았다. 누구보다 내 삶은 의미가 있었다. 제대로 잘 살았다라고 계속해서 방어하며 자기 위로를 하지만, 결국에 그는 그러한 생각이 모두 부질없음을 깨닫고 자신을 내려놓는다. 그가 조금 더 일찍 사랑, 그리고 연민의 감정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나 조차도 이반 일리치와 같이 죽음이 임박했을 때 인생의 진정의 의미를 깨닫는 사람을 연민할 수 없는 게, 이반이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에 있는 것일 테다. 이반 일리치가 그토록 남을 돌보지 않고, 이기적이게 살아왔던 삶을 보면, 지금의 나의 삶과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부끄럽기도 한데 말이다. 


 

 한편 이러한 짧은 분량으로 이렇게 잘 읽히며 여운을 남기는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톨스토이가 대단하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번역을 담당하신 김연경 님의 세심함에 대해서 감탄하게 된다. 특히 작품 해설에서 학부 3학년 때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아무런 감동이 없었다가, 세월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죽음'이 눈을 찌르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이 소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말에 가슴이 찡했다. 김연경 님의 작가에 대한 존경이 작품에 묻어나는 것 같아 참 귀하다. 

 

"세련된 '가벼움'을 많이들 예찬하는 요즘 이런 '무거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을 때가 더러 있잖은가. 주제의 묵짐함에 비해 길이는 황송할 정도로 짧다. 톨스토이에 대한 존경이 나날이 깊어진다'

 

 나는 이전에는 '죽음'이라는 단어에 불길한 감정,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이를 다루는 소설 및 영화들을 최대한 피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예전보다 꽤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까지 아무런 감정없이, 혹은 즐거운 감정으로 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의 느꼈던 거부감을 생각하면, 이것을 성장이라고 일컫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적 나에게 어른이라는 존재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영화 <리빙 : 어떤 인생>의 원작이라고하고,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두 작품 모두 접하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었던 작품인데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이렇게 연결이 되니 신기하고 어떻게 해석했을지 보고싶다. 보고 싶은 작품들이 늘었다는 것에 기분 또한 풍요로워지는 듯하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해서 보고 싶은 작품들은 늘어나서 걱정이기도 하다. 갈수록 문학작품과 영화가 좋아지는데, 9시간을 회사에 있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하다. 현실이 힘들수록 더욱더 문학세계로 도피하게 되는 것 같다가도, 생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가, 고통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잠시 의지하는 것 같다가도, 그냥 단순히 '취미'인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시간에 덜 쫓기면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읽고 싶은 것만 읽고 매일을 살아가면 좋을 텐데.. 지금은 물론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지만, 언젠가는 꼭 할 수 있으리라.. 지금은 그런 시간을 만드는 중이라고 나 자신을 다독여 본다. :) 


조연경 마케터님이 추천해준 또 하나의 소설 <남아있는 나날>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남아있는 나날>. 

https://with-evelyn.tistory.com/153

 

영화 <남아있는 나날>. 너무 늦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안소니 홉킨스, 엠마 톰슨 주연. 줄거리.

,1993 -감독 : 제임스 아이보리 -주연 :안소니 홉킨스 (스티븐스 역), 엠마 톰슨 (미스 캔튼 역) -출연 : 제임스 폭스 (달링턴 경 역), 휴 그랜트 (레지널드 카디날 역)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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