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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적자생존의 누명, 그리고 강력한 친화력의 이면에 대하여. 줄거리. 감상. 추천.

by evelyn_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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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저자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 번역 : 이민아

출판 : 디플롯 / 발행 : 2021.07.26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는 2021년 여름에 국내에 발간되었을 때였다.

조금 특이한 느낌의 제목이었어서 호기심이 가긴 했지만, 제목만 보고서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수필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다만, 꽤나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있기에 내용이 대중적이고, 요즘 시대의 사람들의 감성을 잘 자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감명깊게 읽고 난 뒤에, 비슷한 책들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연관된 도서로 뜨기에, 의아한 마음에 책 정보를 그제야 확인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이 책이 자연과학 도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한 인간의 진화, 적자생존에 관련하여서 다룬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바로 구매를 하여 읽게 되었다. 말랑말랑한 제목보다는 내용이 마냥 쉽지 많은 않아서, 집중하여 읽어야 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에서, 내 손에 쥐어지는 책들의 인연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된다. 

발간 당시에 책 표지를 슬쩍 보았던 것또한 인연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을 책이 다시 돌아서 내 인생에 등장하는 것은 얼마나 더 큰 인연일까. 평생 몇 권의 책을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영원한 삶은 없기에 또한, 무작정 무한으로 읽을 수는 없기에, 지금까지 만난 책들. 그리고 앞으로 만날 책들에게서 쉽사리 표현 못 할 소중함을 느낀다. 

 

책에서 다윈을 만나고, 사랑스러운 여우를 만나고, 그리고 자기가축화 가설에 의해 우리들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우리가 가진 비범한 친화력이 양날의 칼인 것을. 그리고 이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해 볼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지금의 단절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적자생존의 누명

 

'적자'라는 개념은 '신체적 적자'의 개념과 혼선을 가지기 쉽다.

 

'우생학'은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이었던 프랜시스 골턴이 찰스 다윈이 주장했던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을 잘못 해석한 것인데, 다윈은 '국소적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을 '적자'로 이야기했지만, 이는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우월한' 자가 더 잘 생존하며, 심지어 더 잘 생존해야 마땅하다는 오해를 낳았다. 이 개념은 타 집단을 열등하다고 평가하는 근거로 사용되어 왔으며,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시피, 히틀러는 이 개념을 이용하여서 유대인 대학살을 계획했다. 

 

앞서서 룰루 밀러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리뷰하였을 때도, 적자생존이 어떻게 잘못 이해되고있는지에 대해서 언급했던 적이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서는 '우생학'을 열렬하게 옹호하였던 지지자인 데이비드가 등장한다. 그는 우생학의 영향을 받아 장기적으로 한 생물에게 도움을 주면 그 결과가 신체적으로나 인지적으로나 쇠퇴하게 된다고 믿고, 자선과 호의로 부적합자의 생존을 도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https://with-evelyn.tistory.com/197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줄거리. 감상. 정보. <Why Fish Don't Exist> 이동진 평론

저자 : 룰루 밀러 / 번역 : 정지인 출판 : 곰출판 / 발행 : 2021.12.17    이 책의 존재를 알았던 것은 작년 4월에 한국에 갔을 때였다.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책 표지에 마음을 잠시 뺏겼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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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 다윈은 자연에서 발견한 친절과 협력에 감명 받았었으며, 실제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서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라고 그의 책에 기록했다. 다윈에게 '적자생존'이란 살아남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며, 그 이상으로 확대될 개념이 아니었다.

 

https://with-evelyn.tistory.com/186

 

영화 <찰스 다윈 : 종의 기원>. 자연선택설에 따른 종의 기원. 폴 베타니. 제니퍼 코넬리. 베네딕

, 2009 -감독 : 존 아미엘 -주연 : 제니퍼 코넬리 (엠마 디윈 역), 폴 베타니 (찰스 다윈 역)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조셉 후커 역), 토비 존스 (토마스 헉슬리 역) -등급 :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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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친화력  

 

그렇다면 다윈이 자연에서 발견했던 친절과 협력에 대해서 더 알아보자. 

 

우리는 협력적인 의사소통의 능력이 있기에 타인과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친화력'이다. 협력을 통해서 우리는 빠르게 혁신했고, 혁신을 공유할 수 있었다. 다정함, 그리고 친화력은 '자기 가축화'를 통해서 진화했다고 보여지는데, 개와 다른 도시 동물들 또한 친화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가축화 된 것이라고 본다. 현재의 호모사피엔스종이 다른 종을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하여서 복잡한 방법으로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초강력 인지 능력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자기 가축화를 시킨 친화력있는 인간. 그것이 바로 현재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들이다. 

 

개는 사람이 길들이지 않았다. 친화력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친화력 좋은 늑대들의 후예는 개체수가 수천만에 달하며 지구의 모든 대륙에서 우리의 반려동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 가운데 하나라고 이야기해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친화력이 좋지 않은 야색 늑대 개체군은 끊임없이 멸종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침팬지의 폭력적인 성향 또한 계속해서 폭력을 악순환시킨다. (신체적으로 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자생존'이 아니다. 혹시 우리는 '적자생존'과 '약육강식'과 헷갈리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눈'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사람의 '눈' 이 우리들의 친화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침팬지와 같은 다른 영장류들은  공막과 홍채가 뒤섞인, 소위 위장형 눈을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서 그들이 무엇을 보는지 또 어디를 보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렇게 대부분의 동물들은 공막을 숨기고 있는데, 이러한 눈은 시선을 애매모호하게 하고, 포식자에게 자신들이 어디를 주시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주지 않기에 다른 동물이 자신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게 하지 못하게 한다.  

 

이에 반해, 우리는 공막이 하얀 유일한 영장류이며, 따라서 눈동자로 불리우는 각막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이므로, 남들이 우리가 지금 현재 무엇을 보는지 알아차리기 쉽다. 또한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맞추는 것에 용이하다.

 

이런 광고형 눈을 가진 우리들은 태어난 이후 부모와 눈빛을 나누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궁극적으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다른 동물들의 눈과 나의 눈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었었는데, 우리들의 눈이 협력적 의사소통에 이바지 하도록 설계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흥미로웠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눈맞춤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사람은 잠깐만 혼자 두어도 위험에 처할 정도로 무력한 상태로 태어난다. 아기의 눈빛은 부모에게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사랑이 샘솟는 느낌을 준다. 부모가 아기의 눈을 들여다볼 때는 아기도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아기는 이 때문에 부모의 눈을 더 자주 보고 싶어 한다. 눈 맞춤이 없었다면 우리의 부모는 우리가 소리 내어 웃거나 미소 지을 줄 알기 전까지 첫 석 달의 기간을 버텨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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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의 이면

 

친화력은 집단 구성원의 정의를 확장시켰다. 그러기에 우리는 연고도 없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람도 대가 없이 돕기도 한다. 장기기증을 예로 들 수 있다. 다만, 사람은 같은 낯선 사람이라도 이왕이면 자신과 같은 집단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며, 더 돕고 싶어 하고 관대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 친밀함에는 치명적인 이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우리 집단이 아닌 사람들, 우리의 친구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잔인해진다는 점이다. 친절함은 특정 타인에게만 한정적으로 해당된다. 우리는 집단 정체성을 토대로 타인을 판단하며, 정체성이 다른 타인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공격성을 가진다. 이러한 공격성은 현대의 산업화된 세계에서 조차 믿기지 않지만, 쉽게 허용되며, 지난 200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의 제노사이드가 자행되었다. 

 

우리 모두의 즉, 우리 뇌에는 나와 다른 집단의 타인을 비인간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이중적 본성은 인간이 숙고해야할 중요한 기질이다. 

 

우리에게는 연민과 공감능력이 있으며, 집단 내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능력은 진화를 통해서 획득한 우리 종 고유의 특성이다.

  하지만 이 친절함은 우리가 서로에게 행하는 잔인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본성을 길들이고 협력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우리 내면에 최악의 속성의 씨앗을 뿌린 것도 동일한 뇌 부위에서 모두 일어나는 일이다.

 

저자는 로봇 연구가 모리 마사히로가 로봇이 사람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흡사하게 되면, 으스스한 느낌을 주며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던 "불쾌한 골짜기" 이론과, 스탠리 밀그램이 권위에 복종하려는 욕구의 한계를 실험한 "밀그램 실험"을 예로 들며,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친화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은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을 통해서 설명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접촉하고 교류해야함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국가와 민족, 인종, 성 정체성이 섞인 활기 넘기는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한 관용을 키우며, 협력하여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공동체 간에 서로를 비인간화하지 않게 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불쾌한 골짜기" 개념과 함께 리뷰하였던 영화 <엑스 마키나> 와,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을 다룬 영화 <밀그램 프로젝트> 

https://with-evelyn.tistory.com/38

 

<엑스 마키나> 영화. 도널 글리슨,알리시아 비칸데르, 오스카 아이삭 주연. 우리는 AI와 함께 살아

, 2015 -감독 : 알렉스 가렌드 -주연 : 도널 글리슨 (칼렙 역), 알리시아 비칸데르 (에이바 역), 오스카 아이작 (네이든 역) -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타임 :108분 늘 보고 싶어서 담아두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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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그램 프로젝트> Being awake. 의식있는 삶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줄거리. 해석. 결말

,2015 -감독 : 마이클 알메레이다 -주연 : 피터 사스가드 (스탠리 밀그램 역), 위노나 라이더 (사샤 역), 안톤 옐친 (렌살리어 역)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98분 영화 보러가기 대단한 사회적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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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기를 

 

저자는 자신의 반려견인 '오레오' 와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에게 친절한 태도가, 타인에 대한 친절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이것은 우리 종이 특별하고 동물들과 다르다는 우월함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려동물을 기르는 행위, 그러므로 그들과 교감하고 사랑을 느끼는 것, 그리고 동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특정 사람과 동물을 외부자라고 여길 수 있는 것을 잠재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단순히 나보다 연약하고 작은 생명체를 가여워하고 보살피고 싶어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반려동물을 키움으로 인해서, 어떤 생명체를 내가 직접 돈을 벌어 사료를 사주고, 또한 그들이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오하게 동물을 아끼는 마음은 나와 다른 집단의 사람들도 친화력있게 포용할 수 있는 것과 관련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 그 의미가 한층 깊어졌다.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질렀었는지 앎에도, 아직도 우리는 서로를 미워한다.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리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배척한다. 차별을 없애야 한다며,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또 차별한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가 가지고있는 친밀함의 이면을 직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의 친밀함은 우리를 협력시키고, 생존시켰으며, 눈부신 인류의 발전을 이루게 하였지만, 동시에 나와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먼저 제대로 안다면, 우리는 우리의 분노들과 편견들을 이성적인 자세로 되돌아볼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인간들끼리 서로 미워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잘 살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될 만한 충분한 공통 기반을 찾아냈다. 다리가 둘이건 넷이건, 검건 하얗건, 그들이 우리를 사랑하는 데는 그런 차이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랑이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적어도 나의 삶은 바뀌었다.

  우리 종이 다른 사람 종들을 정복할 무기를 생각해낸 이래로 우리는 지능을 과하게 강조해 왔다. 우리는 지능을 토대로 확고한 구분선을 긋고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잔인한 고통을 가해왔다. 나의 개 오레오는 모두가 저마다 특별한 자질과 재능이 있으며, 모두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놀라운 능력을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났음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줄임) 

  오레오와 나눈 우정과 사랑으로 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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