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Arrival>,2017
-감독 : 드니 빌뇌브
-등급 : 12세 관람가
-주연 : 에이미 아담스 (루이스 역), 제레미 레너 (이안 역), 포레스트 휘태거 (웨버 대령 역)
-조연 : 마이클 스털버그 (할펜 요원 역)
-러닝타임 : 116분
-장르 : 드라마, SF,스릴러
벼락 치기를 하다.
이번 년에 나름 야심차게 베트남어 시험에서 특정 점수를 획득하자는 목표를 세웠었다. 연초만 하더라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렇게 손을 놓고 있다 보니 어느새 연말이 되었고, 시험 날짜가 한 달도 안 남았었다.
그래도 매주 꾸준하게 베트남어 수업은 하고있었기에, 평소 실력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시험의 난이도를 알게 되고 난 다음에는 정신이 번쩍 들어서, 벼락치기를 할 결심을 했다. 조승연 작가의 <그물망 공부법>에서 보면 평소에 실력을 갈고닦아 두었으면, 시험을 위한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높은 시험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실은 그만큼 평소에 열심히 해두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조승연 작가의 <그물망 공부법> 그리고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tistory.com)
그렇게 어찌저찌 지난주에 시험은 마쳤으나, 되돌아보니 거의 한 달 동안 블로그를 떠나 있었다는 것이 한편으로 아쉬웠다. 왜 나는 평소에 진지하게 조금씩이라도 준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그 한 달간 시험공부에 혼신을 다해 매달렸던 것 같지만, 가끔 영화도 보긴 보았는데, 그중에서 인상적인 영화가 <컨택트>였다.
영화에서는 "외국어에 몰입하면 사고의 방식도 그 언어를 따라 바뀐다" "사용하는 언어가 생각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사물을 보는 시각도 바꾼다" 라는 사피어-워프의 가설이 설명되며, 이 가설이 이 영화의 스토리의 핵심을 꿰뚫는다. 개봉 당시 때 영화관에서 보고 나서, 5년 만에 다시 보았다. 보고 나니 또 볼만한 '좋은 영화'라고 꼽고 싶다. 특히 나같이 외국어를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사피어-워프 가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정체모를 외계 비행 물체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 12곳 상공에 등장하고 세계는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인다.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아담스)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제레미 레너)를 통해 미국 몬태나 주에 착륙한 외계 비행 물체안의 생명체와 접촉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비록 언어와 과학이라는 서로 크게 다른 학문의 전문가이지만, 그들이 합심하여서 알아내어야 할 것은 오직 하나였다. 외계 생명체는 지구에 오게 된 이유를 밝히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그 생명체들과 대화를 해야해야 했다.
(이후 외계생명체는 7개의 다리라는 뜻의 '헵타 포드'로 명명. 외계 비행물체는 '셸'로 명명한다.)
루이스와 이안은 헵타포드와 몇 차례대화를 시도하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 이에 루이스는 그들과 음성만으로는 소통하기 어렵다는 것을 파악하고, 시각적으로 글씨를 보여주는데 이에 헵타 포드가 '동그란 형상의 기호'로 답하고, 이에 큰 진전이 있다며 환호한다. 루이스와 이안은 방호막을 벗고, 직접 헵타 포드들을 마주하며 시간은 더 걸릴 수 있어도 그것만이 유일하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들의 언어인 영어를 설명하며 그 의미를 가르친다.
하지만 계속되는 강행군에 심신이 미약해진 탓인지, 루이스는 외계 생명체와 만나면서 병에 걸려 자신보다 생을 먼저 떠난 딸에 대한 기억들로 괴로워 하고, 헵타 포드는 그들이 온 이유를 '무기를 주다'라는 답으로 그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리고 각국 또한 헵타 포드가 무기와 관련된 언급을 하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차단하며 소통을 중단한다.
외계인 출현 27일째 . 중국은 헵타 포드의 언어를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라는 것으로 해석하여 공격 태세에 돌입하고, 다른 국가들에도 이게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며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그러던 와중 이안은 헵타 포드의 메시지가 1/12을 뜻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에 각국이 협력하는 것을 제안한다. 루이스 또한 헵타 포드와의 대화를 통해, 헵타 포드가 말하는 '무기'라는 것은 미래를 볼 수 있게 하는 그들의 특별한 '언어'였으며, 헵타 포드는 그 '언어' 지구의 인류에게 주고, 3천 년 이후에 있을 위기에 인류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헵타포트의 언어를 습득하여 헵타 포트처럼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루이스는 세계의 평화가 깨질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중국의 섕 장군의 개인 번호로 전화하여 그가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을 단념시키게 하고, 결국 세계의 화합을 이루어 낸다. 셸은 지구를 떠나고, 루이스는 자신의 환영에 계속 등장하던 여자아이는 자신과 이안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한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나는 안타깝게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지만, 루이스는 이 미래를 모두 앎에도 그와 함께함을 선택한다.
또 다른 언어. 세계의 확장.
영화 속의 루이스는 헵타 포드의 언어를 습득함으로 인해서, 그들의 방식으로 시간을 인식하게 되고,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는 줄거리 소개 이전에 짧게 소개했듯, 영화는 외국어에 몰입하면 사고의 방식도 그 언어를 따라 바뀌는 사이어-워프 가설을 차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도 베트남어를 배우면서 베트남 문화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또한 베트남 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음을 느낀다. 베트남어를 배우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다른 베트남인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고, 그리고 그 베트남어를 활용하여 베트남인들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쌍방향으로 좋은 영향이 쌓여간다.
몰랐던 단어들을 알고 그안에 담겨있던 의미를 알게 되니,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진부한 문장이 새삼 나를 자극하는 문장이 되고, 또한 내 나름대로 계속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헵타 포드가 이야기했듯, 베트남어가 나의 삶의 '무기'가 되어주었다.
헵타포드 언어를 습득하여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루이스는 비록 남들은 불행한 삶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있겠지만, 모든 여정을 알고, 그 끝을 알면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순간을 기쁘게 맞이했다. 나도 베트남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습득함으로 인해 체득하게 된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내 주변의 사물들과 현상들을 더욱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으로 성장해야지 다짐했다. 비단 이 시험 결과에 따라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면, 이번에 영화 <컨택트>를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보다 큰 동기부여의 메세지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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