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순간> <A Good Year>,2006
-감독 : 리들리 스콧
-주연 : 러셀 크로우 (맥스 스키너), 마리옹 꼬띠아르 (페니)
-출연 : 알버트 피니 (헨리 삼촌), 에비 코니쉬 (크리스티 로버츠), 톰 홀랜더 (찰스 윌리스), 디디에 보우돈 (프란시스 듀플로), 프레디 하이모어 (어린 맥스 역)
-러닝타임 :117분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멜로/로맨스, 드라마
와인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지만 와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나른 꾸준히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와인에 대해서 알고 싶다기보다는 단순히 와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에서 느낄 수 있는 밝은 에너지가 좋기 때문이다. 또한 와인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느껴지는 나의 기억과 감각들과도 관련이 있다. 나는 와인을 생각할 때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면서 천천히 와인을 곁들이는 기분 좋은 상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와인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 좋은 영화를 보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다.
이 영화도 꽤나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된 영화이다. 아마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마리옹 꼬띠아르를 잘 몰랐을 때가 아니었을지 싶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그녀는 <어느 멋진 순간> 출연 이전에 꽤나 많이 알려져 있는 영화인 <빅피쉬>, <러브 미 이프 유 데어>에도 출연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은 <어느 멋진 순간> 그보다 더 이전 작품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어쨌거나,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전에 보았을 때는 그냥 이 영화가 주는 로맨틱함이 좋았다. 하지만 좀 더 크고 나서 보게 되니, 휴식의 의미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는 그저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좀 회사원의 삶에 익숙해진 나의 모습을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지 간에 나름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이 영화가 나에게는 나름의 휴식이 되어주었다. 당장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일상 속에서 2시간 남짓 되는 영화로 꽤나 가성비 높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줄거리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잘생기고 능력 있는 런던 증권가의 트레이더 맥스 스키너 (러셀 크로우). 그런 그에게 갑자기 삼촌 헨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헨리 삼촌의 자산 담당 공증인으로부터 맥스가 헨리 삼촌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니 그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삼촌의 재산은 다름 아닌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저택과 와인농장. 맥스는 어릴 적 헨리 삼촌의 와인농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었지만, 오직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달려왔던 그에게는 삼촌과의 마지막 만남은 머나먼 옛날이야기일 뿐이었다.
한순간에 삼촌 헨리의 거대한 주택과 와인농장이 생겨버린 맥스. 와인제조업자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그는 삼촌 헨리가 남긴 유산을 처분하고자 없는 시간을 쪼개서 프랑스로 향한다. 하지만 헨리 삼촌의 와인농장에서 20년 넘게 함께 일했던 저택 관리자 듀플로는 헨리의 유산을 처분하는 것에 반대를 외치며, 그의 계획이 시행되는 것을 막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맥스는 주식 비리의 주도자로 감사를 받게되며, 이에 1주일간의 정직처분이 내려진다. 그렇게 휴일도 없이 일중독에 빠져 15년 간 단 하루에 휴일이 없이 달려왔던 맥스는 계획에도 없던 1주일 강제 휴가를 얻게 되고, 삼촌 저택에 머무는 김에 좀 더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 저택을 수리하고 정리하고자 마음먹는다. 하지만 헨리 삼촌의 친딸이라며 찾아온 크리스틴 로버츠에게 주택과 농장의 소유권마저 빼앗길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한다.
한편 맥스는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 페니 샤넬 (마리옹 꼬띠아르) 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헨리 삼촌 저택과 농장을 파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그리고 맥스는 사진 한 장 가지고 자신의 아버지를 찾으러 온 크리스틴 로버츠와, 프로방스에 사는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하여 생활하는 페니 샤넬을 보면서 맥스는 세상에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또한 자신이 그동안 돈을 버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아예 잊고 살았던 어렸을 적 삼촌들과의 소중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조화와 균형을 중요시했던 그의 애정 어린 말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그는 결국 런던에서의 생활을 접고, 헨리의 와이너리를 운영하기로 한다. 듀플로, 크리스틴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페니샤넬과 함께.
워커 홀릭의 삶
영화에서 맥스는 15년 동안 단 하루도 휴가를 쓰지 않은, 정말로 그야말로 일중독된 트레이더로 등장한다. 그런 그가 강제로 1주일을 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어렸을 적 자신과 삼촌이 시간을 보냈던 와이너리에서 자신이 잊어버렸던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는 과정들이 그려진다.
맥스는 도시에서 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페니 샤넬에게 불편함이 가득한 프로방스를 떠나서 자신과 런던에 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페니 샤넬은 자신이 프로방스에 사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이라는 것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페니 샤넬의 이야기를 듣고 뭔가 번뜩 깨달은 듯한 맥스의 표정이 기억이 남는다.
페니 샤넬 : 내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이 프로방스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맥스 스키너 : 이 집은 내 삶의 방식과 맞지 않아요.
페니 샤넬 : 이 집에 어울리지 않는 건 바로 당신 삶이에요
그리고 그는 페니 샤넬과 함께 프로방스의 삶을 시작한다. 누군가는 일분일초에 쫓기며 살았던 트레이더의 삶보다 훨씬 재미없고 단조롭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샤넬의 도움을 받아 매일매일 새로운 프랑스 단어들을 배워가는 맥스의 눈은 마치 어렸을 적 헨리 삼촌과 함께했을 때와 같이 호기심이 가득하다. 그의 삶을 누가 단조롭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완성도가 있는 작품도 아니고, 영화 속에 불필요하고 과하게 들어가 있는 듯 느껴지는 군더더기들이 아쉽지만 (특히 감독이 리들리 스콧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게 있었을 테다) 그냥 영화 그대로가 좋은 이유는 그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움 때문일 것 같다. 굳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기보다 그냥 이 영화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의 공기가 싱그러운 향기로 환기가 되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중에도 행복하니 말이다. 만약 누군가 지금까지 리뷰했던 <와인 미라클>과 <사이드 웨이>를 비교해보았을 때 어떤 영화가 가장 좋냐고 묻는다면? <어느 멋진 순간>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 와인 관련 영화
https://with-evelyn.tistory.com/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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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들리 스콧의 또다른 영화
https://with-evelyn.tistory.com/116
https://with-evelyn.tistory.com/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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