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과 6펜스>
저자 : 서머싯 몸 / 역자 : 송무
출판 : 민음사
작년에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 <페인티드 베일>과 , 그의 또 다른 소설 <케이크와 맥주>를 읽고 나서, 작가 서머싯 몸의 작품들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이 생겼고, 그렇게 이번에 그의 대표 소설 중 하나인 <달과 6펜스>를 이어서 보게 되었다.
<달과 6펜스>는 '나'라는 인물을 통해서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이 네러티브로 펼쳐지는데, 여기서 스트릭랜드는 후기 인상파 화가인 폴 고갱의 삶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황소연 옮김. (tistory.com)
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황소연 옮김.
서머싯 몸 / 황소연 역 민음사 / 2021.09.10. 에드워드 노튼과 나오미 왓츠 주연의 영화 은 서머싯 몸의 대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실은 내가 작가 서머싯 몸에 대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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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런던의 증권 중개인으로 버젓한 사회적 지위를 지니고 여유로운 삶을 살던 사십 대 남성 찰스 스트릭랜드가 홀연히 자신의 가족을 뒤로하고, 자신의 내면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를 추구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P.75 본문 중에서
이후 파리에서 스트릭랜드는 일상의 안락은 뒷전으로 한채 오직 그림에 몰두하며 살아간다. 그곳에서 화가 '스트로브' 가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그를 아낌없이 지원해주나 스트릭랜드는 이에 고마워하지 않으며, 스트로브의 아내 블란치가 스트릭랜드에게 반해 자신의 남편을 뒷전으로 하고 그를 보살피지만, 결국 그의 사랑을 얻지 못해 비관하여 자살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또한 스트릭랜드의 마음을 동요시키진 못했다.
그는 기능공이나 공예인보다 더 가난하게 살았다. 일은 더 열심히 했다. 대개의 사람들이 생활을 품위있고 아름답게 해 준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중략) 그가 친구들에게 바란 것은 오직 자기를 혼자 잇게 내버려 두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것에 온 마음을 쏟아부었다.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까지 희생시켰다. (자기희생쯤이야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에게는 비전이 있었다.
스트릭랜드가 오랜 방랑 끝에 이르는 곳은 남태평양에 있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속한 섬인 '타이티'였다. 그는 문명과는 거리가 먼 그 외딴섬곳에서 '아타'라는 어린 소녀와 두 아이를 낳고 살면서, 훗날 자신의 명성을 확립시켜준 그림들을 그려낸다. 하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한센병에 걸려 이른 나이에 사망한다. 그리고 4년 후. 스트릭랜드는 오랫동안 확고한 권위를 누린 한 비평가에 의해서 저명한 저널에 기고됨으로 인해 유명해진다.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중략) 세상엔 진리를 향한 갈구가 너무 커서 그것을 얻으려고 자기가 딛고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 버리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진리대신 미를 추구했지만요. "

<달과 6펜스>의 의미
작가는 이 소설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있고, 또한 소설 어디에서도 ‘달’과’ 6펜스’가 등장하지 않지만, (이는 소설 <케이크와 맥주>에서도 ‘케이크’와 ‘맥주’를 찾을 수 없는 것과 닮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책의 뒷편에 수록된 작품 해설을 통해서 <달과 6펜스> 에서의 '달'은 꿈과 이상을 뜻하며, '6펜스'는 예전에 영국에서 우리나라의 주화같이 사용되었던 은화. 즉, 돈과 물질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스트릭랜드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내면의 '달'과 같은 꿈과 이상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과감히 '6펜스'로 상징되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삶을 포기하고, 기꺼이 가난한 삶을 택했다. 물론 그의 이런 결정이 마냥 숭고하고 옳다고 느껴지지는 많은 않는다. 그에게는 이미 가족이 있었고, 그는 또한 남들이 베푸는 친절과 사랑에서 감동을 찾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스트릭랜드를 통해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해보게 했으며, 또한 한편으로 나 또한 아직 끝이 아니며,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도 품게 했다.
약 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지인이 스치듯 지나가는 말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가 매우 재밌다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보다도 나이가 꽤 많으시던 그 분은 어느 젊은 사람보다 쉴 새 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는 분이었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실제로 진심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신 분이며, 지금도 문득 그분의 삶의 자세가 존경스럽다.
그분은 지금도 본인을 위한 삶을 주동적으로 살고 있우며, 나는 그분에게서 소설 속의 찰스 스트릭랜드의 모습을 보았다. 그 지인분이 <달과 6펜스>를 읽었을 때, 자신이 스트릭랜드와 닮아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아니면,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할까, 현재의 상황에 만족해야할까라는 고민에 부딪쳤을때 스트릭랜드에게서 용기를 얻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적어도 나는 내면의 동기를 묵살하지 않았던, 용기 있는 스트릭랜드의 삶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쉬운 문체, 독서력 그 사이.
서머싯 몸의 소설은 정말로 잘 읽힌다. 이렇게 잘 읽히는 소설을 읽고 나면, 책에 대한 욕심은 많았는데, 안타깝게도 독서력은 좋지 않아, 소설 하나를 끙끙대며 읽어 내려가던 어렸을 적 내 모습이 떠오르며, 이제는
드디어 ‘독해력' 과 '집중력'이 향상된 것은 아닐까라는 뿌듯한 기분이 들지만, 서머싯 몸의 소설은 어렸을 때 읽었어도 재밌게 읽었을 것 같다는 것이 결론이다.
하지만 동시에 스트릭랜드의 괴팍한 성격과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차가움을 뒤로하고, 사후에 그가 유명해지자 그제서야 그가 살아생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눈쌀을 찌푸리게하던 결점들이, 결국에는 장점을 보완하는 것에 필요한 필수적이었다고 이야기하며, 이전과는 180도 다른 태도로 그를 ‘찬양’하는 사람들에게서, 서머싯 몸이 '쉬운 문체' 속에서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했던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보았다.
이제 그를 변호 한다고 해서 괴짜로 취급당하거나 그를 찬양한다고 해서 편벽한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는다. 그의 결점은 장점을 보완하는 데 필요한 것이었음을 이제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줄임) 나는 예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예술가의 개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성이 특이하다면 나는 천 가지 결점도 기꺼이 다 용서해 주고 싶다
실제로 서머싯 몸에 관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면, 그의 "쉬운 문체"에 대한 언급이 많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그 쉬운문체 안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담는데, 개인적으로 나도 우선적으로 남들에게 '잘 읽히는 글' 그러면서도 그 안에 '의미'를 담고 바람이 있는 큰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의 서술 방식에 대해서 본받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 그의 작품을 계속 읽고 싶게 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서머싯 몸이 쓴 영문 원작 소설을 읽은 것은 아니고, 한글로 번역된 번역본을 읽었다는 부분은 감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번역가분들의 번역 방식 또한 글이 어떻게 읽힐지를 결정하는 요소일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번역가분들이 원작 소설가의 문체를 감안하여 번역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달과 6펜스>를 읽고나니, 한 작가의 작품만 편식하기 보다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야지 해야지 다짐했던 것도,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서머싯 몸이 아닌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야지 했던 다짐도 사라져버렸다.
나는 아무래도 서머싯 몸의 작품들을 더 읽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꽤나 분명하다.
<페인티드 베일> 영화. 나오미 왓츠, 애드워드 노튼 주연. 서머싯 몸의 원작 소설 <인생의 베일>을 읽고 싶게 하는 영화 (tistory.com)
<페인티드 베일> 영화. 나오미 왓츠, 애드워드 노튼 주연. 서머싯 몸의 원작 소설 <인생의 베일>을
,2006 - 감독 : 존 커랜 - 출연 : 나오미 왓츠 (키티 페인 역) , 에드워드 노튼 (월터 페인 역), 리브 슈라이버 (찰리 타운센드 역) - 러닝 타임 : 124분 - 등급 : 15세 관람가 - 음악 : 알렉상드라 데스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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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태평양에 있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속한 섬인 '타이티' 가 어디쯤 위치한 섬일까 해서 찾아보았는데, 정말 망망대해 중간에 위치해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무리 낙원이라고 한들, 자신의 연고는 전혀 없는 곳에서 터를 잡고 살기가 과연 쉬울까? 위치만 구글맵으로 보기만 했는데도, 내 안의 회귀본능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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