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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이방인> . 부조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by evelyn_ 2022. 12. 9.

<이방인>
저자 : 알베르 카뮈 / 역자 : 김화영
출판 : 민음사



약 한 달 전. 본격적인 베트남어 능력 시험 준비에 돌입하기 바로 직전에 읽었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기대이상으로 흡입력이 좋아 술술읽히는 소설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서 나를 답답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나 같은 경우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작품을 접하게 되었을 때, 블로그 리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고, 또한 나 스스로 <이방인>에 대한 생각을 다듬기 위해서 리뷰를 하루라도 빨리 쓰고 싶었지만, 여러 생각들 속에서 부유하다보니 이제야 천천히 적어보려 한다.



우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민음사 책 속의 작품 해설과, Ted-Ed 의 "Is Life Meaningless?" 동영상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밝히며, 링크를 아래에 덧붙인다.

(22) Is life meaningless? And other absurd questions - Nina Medvinskaya - YouTube



알베르 카뮈는 1913년 11월 7일 알제리의 몽도비에서 태어났다. 당시 프랑스가 알제리를 식민 지배하던 때였는데, 포도 농장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제 세계 1차 대전에 징집되어 목숨을 잃은 후,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와 할머니 아래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그렇게 카뮈는 어렸을 때부터 가난한 생활을 하고,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았기에 "만약 이 세계가 무의미하다면 그래도 개인의 삶이 가치가 있을까?"를 질문했다.

당시 많은 동시대인이 실존주의자였는데, 그들은 사람들은 백지상태로 태어나고, 무질서한 세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만드는 건 개인의 책임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카뮈는 실존주의 사상을 거부하고, 모든 인간이 갖고 태어난 공통된 인간성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인류를 하나로 결속 시킨다고 보았다.

그 공동의 목표중 하나는 세상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었는데, 일단 카뮈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은 침묵하는 세계의 무관심과 양립될 수 없고, 또한 그 둘을 양립하려 하는 것은 근원적으로 부조리하다고 여겼다. 카뮈는 삶이 본질적으로 헛되다고 주장했고, 이는 그의 '부조리 철학'의 핵심이다. 그 헛된 의미를 갖는 삶 안의 인간이 어떻게 살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카뮈 초기작의 바탕이 되었고, 그 초기작 중 하나가 <이방인>이다.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삶의 절망적이고 부조리한 면을 의식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시지프 신화>는 이 질문에 대답하려는 시도다.

그런데 카뮈는 이런 논리적인 질문과 그 대답 (<시지프 신화>)에 앞서 우선 소설이라는 형식 속에 삶의 진면목을 들여다 보고자 했다.그것이 <이방인>이다.
-작품 해설 中-

<이방인>에는 젊은 남자 '뫼르소'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자신의 이웃이 한 여자에게 보복을 하려는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에도 순전히 도와주기도 한다. 또한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게 되지만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지 않으며,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하지 않고,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말하지도 않으려는 인물이다.

뫼르소는 어느 것에도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다. 그는 사회 생활에서 필수불가결적인 일종의 거짓말과 변명 따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뫼르소는 아무 의식이 없는 인간. 무심한 인간. 침묵하는 인간으로 보인다.

예컨대 뫼르소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되었는데, 악한 심정을 가지고 저지른 행위가 아니었는데도, 자신에 대해서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리고 무심해져서 침묵을 지킨다. 그러한 뫼르소의 태도는 그를 점차 사회에서 소외시켰고, 뫼르소는 결국 사형선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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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는 지금껏 어느 소설에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인물이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식의 색다름을 느끼면서, 또 동시에 계속해서 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가지고 몰입했으나, 즉각적으로 바로 이해가 되는 인물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인을 혐의로 법정에 올라 심문을 받게 된다고 하면, 거짓말로라도 자신은 무죄라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뫼르소는 어떠한 말로도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려 하거나, 핑계나 변명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외였다.

뫼르소가 타인의 죄를 뒤집어 쓰고 사형선고를 받았다면, 나는 정말로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서 분노가 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뫼르소는 실제 살인을 저질렀다. 그것도 단순히 태양빛이 너무 강하게 내리쬈기 때문었고. 그래서 그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렇다고 살인을 한 것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에 뫼르소를 설득하고 계몽시키고자 온 사제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는 자기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폭발하는데 이 부분이 뫼르소를 다시 보게 했으며, 뫼르소에게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거부에서 긍정적인 무엇이 있다고 설명된다는 카뮈의 작품 설명에서 그를 그제서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이 세계가 부당할 지언정, 그럼에도 살기를 선택하는 것이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삶이 무의미하다면 자살하는 것만이 합리적인 대응일까라는 물음에 카뮈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이방인>을 다시 바라볼 때, 다만 나에 대한 확신이 있더라도, 누군가에게 나의 삶을 중단시킬 권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뫼르소는 생각했을 것이다. 구태여 거짓말로 포장하고 변명을 해봤자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거짓말을 하면서 내자신을 포장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은 부조리하지만 그 부조리함에 패배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뫼르소는 부조리만 인식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에, 그렇게 수동적으로 결국은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가 그 부조리한 삶 속에서 주도적으로 의미를 찾으려 했었더라면 어떨까.

앞서 말했듯 뫼르소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인물이었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자신이 주도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뫼르소는 죽음을 앞두고 나서야 부조리한 세상 그대로를 깨닫고, 이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뫼르소의 모습을 통해 나는 부조리한 삶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것의 숭고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그 마음 가짐이 삶을 의미있게 만들고, 또 삶의 아름다운 면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



리뷰를 쓰면서 인터넷 상의 글들을 보다보니 카뮈의 철학을 이해하려면, 그가 쓴 여러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알베르 카뮈는 처음부터 자신의 삶의 가치에 대한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했다기보다, 계속해서 책을 써 내려가면서 점진적으로 선명하게 의미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카뮈를 생각할 때,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며 계속해서 발전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연상되기도 하며, 동시에 <이방인> 이 어려웠던 이유는, 내가 아직 <이방인>만 읽어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방인>을 통해서 조금 잡힐 듯이 알게 된 '부조리'의 개념을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서 확장해나가고 싶다. 곧 있을 2023년에는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고,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보자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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