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 이만식 번역
민음사 / 2007.12.28
지난 9월 초. 3박 4일간의 출장 때에 중간 중간에 시간 조금 붕뜰 때가 있으면,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지 말고 차라리 책을 몇 장이라도 보자는 취지로 어떤 책을 들고 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극하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ebook으로 구매해보게 되었다. 매우 짧은 분량이기도 했고, 또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는 언제나 나에게 대부분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주었기에, 줄거리도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큰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쉽게 읽혀지는 소설은 아니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또 그 묘사가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이라, 장면들이 바로바로 머리에 연상되지 않아서, 읽었던 문장들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소설의 흡입력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컸던지,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편에서 결국 완독을 하여, 마음을 꽤나 부담스럽기 했던 출장도 어쨌는 무사히 마쳤다는 기쁨과 함께, 어쩌다 보니 책도 한 권 독파했다는 뿌듯함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일상에 복귀하여,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이하 <포스트 맨>으로 줄여서 명시)에 대한 리뷰를 올려야지하며, 다이어리에도 수기로 몇 번이고 기재하면서 나 자신에게 리마인드 하였음에도, 별 이유없이 미루고 미뤄졌었는데, 그러다 보니 지난주에 <포스트 맨>의 영화까지 보게 되었다. 마치 영화를 보고 나서 리뷰를 써야지 하고 애초에 계획을 했었것처럼, 영화를 보고 드디어 이렇게 리뷰를 쓴다.
<포스트맨>은 첫번째로 1946년에 감독 테이 가넷에 의해 영화화가 되었고, 이후 1981년에 밥 라펠슨이 감독을 맡아 두 번째로 영화화되었는데, 이번에 내가 본 작품은 잭 니콜슨과 제시카 랭이 주연으로 출연한 두 번째 영화이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1981
-감독 : 밥 라펠슨
-주연 : 잭 니콜슨 , 제시카 랭
-러닝타임 : 122분
이건 어딜 가서 영화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그 일화인 즉슨, 최근에 영화 <어 퓨 굿 맨>에서 보고 나서야, 잭 니콜슨이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인데, 물론 그가 유명한 배우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 인상의 배우였어서, 그가 출연한 영화들에도 특별한 관심이 가지 않았었었다.
그래서 영화 <포스트맨> 을 보기 전에 잭 니콜슨이 주연이라는 점을 알고 기대가 많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프랭크의 이미지도 잭 니콜슨과 닮아있기도 했었다. 되돌아보니 잭 니콜슨이 주연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안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줄거리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930년. 미국 대공황기 캘리포니아. 빈털터리로 떠돌아다니던 프랭크는 '쌍둥이 떡갈나무 선술집'을 우연히 발견한다.
도로변의 작은 간이식당인 그곳은, 그위에는 사람들이 사는 살림집, 그 옆 한쪽에는 주유소, 그리고 뒤쪽에는 모텔이라고 물리는 대여섯 채의 오두막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프랭크는 무작정 들어가 음식을 주문한다.
선술집의 주인인 그리스인 닉은 젊은 사람이 가게에 필요했는데, 자동차를 좀 알고 수리도 가능하다는 프랭크에게 같이 일해볼 것을 제안한다. 프랭크는 이미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였지만, 다른 곳에서도 일자리 제안을 받았기에, 결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운을 남기며 답했지만, 그것은 순전히 거짓말이었다.
그때, 프랭크는 식당 부엌에서 닉의 아내인 코라를 보게 되고 첫눈에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고 닉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코라는 로스앤젤레스 간이식당에서 일하다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닉과 결혼했지만, 남편에 대한 애정도 없이, 식당에서 무료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그녀 또한 프랭크의 저돌적이고 야성적인 모습에 이끌려, 그 둘은 닉의 눈을 피해 밀회를 즐긴다.
그러다 프랭크와 코라는 합심하여 샤워 중인 닉을 타격하여 살해할 계획까지 짜지만, 길고양이가 퓨즈를 건드리는 바람에 정전이 되어 실패로 돌아가고 닉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프랭크와 코라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닉은 그 둘이 자신을 살해하려고 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프랭크와 코라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닉을 없애기 위한 작전을 짜고, 셋은 함께 여행에서 그들은 그토록 바라던 대로 고주망태가 된 닉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곧바로 우발적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인 것처럼 꾸몄고, 그들은 곧 그들만을 위한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리라고 생각했지만, 닉의 돈을 노리는 사람들의 교활한 수법에 프랭크와 코라는 법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지만, 이미 그들은 서로의 존재가 불가피한 처지였다.
프랭크는 코라가 그녀의 엄마의 장례식에 다녀온 틈을 타, 일탈하여 다른 여자와 밀회를 즐겼는데, 그 사실을 코라가 알게 된다. 코라는 프랭크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는데, 프랭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외국으로 떠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절규하지만, 그 계기로 프랭크와 코라는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 새로운 인생을 살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프랭크는 수영을 하다 속이 안 좋아진 코라를 데리고 병원을 가다, 사고를 내고 코라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후 프랭크는 감방에서 자신은 코라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사고는 고의적이 아니었으며 , 자신은 절대 코라의 돈을 노리지 않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간절하게 바란다. 그는 이번 생 이후에 또 다른 생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코라를 만나서, 자신이 코라에게 했던 사랑한다는 말이 모두 진심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일부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님을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바탕으로 하여 작성하였고, 영화는 원작에 비해 일부분 각색이 되었음을 밝힙니다*
행복을 위해서 했던 결정
이어지는 작품해설에 따르면, <포스트맨>의 작가인 제임스 M.케인은 뉴욕에서 있었던 스나이더-저드 그레이 소송에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해당 사건은 루스라는 여자가 자신의 남편 몰래 남편의 명의로 5만 달러의 개인 상해보험에 가입했던 걸로 알려져 있는데, 루스가 우편배달부에게 보험 지급 증서를 자신에게 직접 배달해달라고 지시했으며, 초인종을 두 번 울리는 것이 신호였다고 한다. 따라서, 제목에서 포스트맨, 즉, 우편배달부가 벨을 두번 울리는 신호 자체가, 어떤 수상한 일이 부부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뜻하는 표현인 것이다.
제임스 케인이 자신의 작가 친구에게 이 작품의 이야기를 설명한 말도 기재되어있는데, 이 한 문장이 <포스트맨> 의 내용을 가장 명료하게 함축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덧붙인다.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한 살인이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프랭크와 코라는 본인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살인을 저질렀지만, 결국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 그리고 죄책감이었다. 코라는 프랭크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프랭크의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한 생명을 죽이고 나서, 다시 한 생명을 탄생시키려고 하는 것에 모순과 회의감을 느낀다.
이렇듯 그들이 저지른 살인이라는 끔찍한 행위는 그들에게 ‘아기’라는 거대한 신의 축복이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행복하게 향유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잠깐의 안타까움은 느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라는 말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장례식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거기 있는 내내 그걸 생각해 봤어. 아기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말이지. 우리가 한 생명을 죽였기 때문이야, 안 그래? 그런데 우리가 이제 한 생명을 돌려주려고 하고 있어."
<포스트맨>의 책과 영화. 모두 보셨던 분들이 있다면 어떤 작품을 더 좋아하시는지 궁금하다.
거의 40년 전의 잭 니콜슨과 제시카 랭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책이 더 재미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 책은 함축적이어서 빠르게 읽히지는 않지만, 책은 프랭크의 시점에서 서술되기에 좀 더 긴박함, 긴장감 그리고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어떤 매체로 이 작품을 접하던지, 투박하고 거칠고 야성적인 프랭크. 연약한듯하지만 자신의 감정에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사랑에 진심이었던 코라를 볼 수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다.
소설 내내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하고, 파멸로 끝나는 결말에도, 고전으로 기억되고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프랭크와 코라의 밀회와 살인 계획들을 숨죽이며 바라보는 것에서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우선이겠다만, 결국은 그들의 부도덕한 관계와 행위가 그들을 파국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일말의 정의 비슷한 것이 아직 살아있음을 한 편으로 다행스럽게 느끼게 하면서, 그와 동시에 스릴감 사이에서 묘하게 찝찝하게 남아 괴롭히던 죄책감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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