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 Theory of Everything>, 2014
-감독 : 제임스 마쉬
-주연 : 에디 레드메인 (스티븐 호킹), 펠리시티 존슨 (제인 호킹), 해리 로이드 (브라이언),
데이빗 듈리스 (샤마 교수), 찰리 콕스 (조너선 존스), 에밀리 왓슨 (베릴 역)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 멜로/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 123분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레미제라블> <어바웃 타임>으로 제작사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했으며, 스티븐 호킹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실은 워킹 타이틀의 영화라고 해서 보기 전부터 색안경을 끼고 봤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워킹 타이틀 영화라고 하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본다!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워킹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나는 많은 사람들이게 인생영화라는 <어바웃 타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실제로는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으나, 몇 번을 고민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너무나 뻔한 이야기일 것 같아서 제쳐두기를 두어 번 하던 차에, 스티븐 호킹의 과학적 업적들에 대해서 되돌아보니 머리가 하얘진 내 모습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적어도 스티븐 호킹을 생각했을 때 루게릭병만 생각난다는 것은 좀 너무하다 싶었기 때문이다.
* 포스팅하는 날짜 (22년 4월 11일) 의 "키노 라이츠" 앱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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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63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매력적인 인문학도인 제인 와일드 (펠리시티 존슨)와 우주 물리학을 전공하는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이 파티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우주 물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물어보는 제인의 질문에 우주 만물을 설명할 수 있는 단일 등식을 찾는 학문으로 "독실한 무신론"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스티븐. 한편 신앙을 가지고 있던 제인과 그는 마치 양극처럼 달랐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첫눈에 끌렸다.
스티븐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이었고, 그의 비상함은 대학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스티븐은 대학의 지지를 받으며 연구를 이어가고, 제인과 데이트하며 행복한 시간을 이어간다. 하지만, 스티븐은 컵에 든 음료를 흘리고, 길을 가다가 발을 헛디디거나, 펜을 떨어뜨리는 등의 조금씩 이상한 신체 증상을 보이더니, 급기야 쓰러지고 만다.
스티븐은 근육 운동을 조종하는 뇌세포가 파괴되고, 그렇게 근육에 동작 신호가 전달되지 못해서 점차 근육이 위축되고 소실되는 일명 '루게릭 병'이라고 불리는 병을 선고받는다. 이 병의 평균 생존기간은 고작 2년. 스티븐은 자신이 2년밖에 못 산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에 크게 절망하고, 자신을 찾아오는 제인 또한 밀어내지만 제인은 남은 시간만이라도 곁에 있겠다고 하며, 스티븐의 부모도 만류하는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제인은 스티븐을 성심껏 보살피며 스티븐의 병과 싸운다. 스티븐은 자신이 바라던 대로 박사가 되고, 아이도 태어난다. 하지만 점차 제인은 자신의 생활 없이 거동이 불편한 자신의 남편을 보살피면서 세명의 아이를 기르는 것에 대해서 벅참을 느낀다.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그녀는 성가대에 들어가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려 한다.
제인은 그곳에서 백혈병으로 아내를 잃은 조나단 (찰리 콕스)을 만난다. 스티븐은 자신에게 제인이 필요했지만, 한편 제인에게는 도움이 필요했고 거동이 불편한 자신은 제인을 보살필 수 없어 조나단이 제인과 자신을 돕는 것을 허락한다. 그렇게 조나단은 스티븐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그 자신도 위로를 얻고, 동시에 많은 추억을 만든다.
스티븐은 폐렴에 걸리고, 호흡기를 뗄 유일한 방법은 기관절개술뿐이었지만, 수술을 진행한다고 해도 스티븐이 이를 버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고, 수술을 한다고 해도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기에 의사들은 제인에게 이제는 그만 스티븐을 놔주는 게 어떻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제인은 스티븐은 무조건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제인의 선택에 의해 스티븐은 수술하여 깨어나지만 안타깝게도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이후 스티븐은 특수장치와 컴퓨터를 장착한 최신식의 휠체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 장치들을 통해서 호킹은 글을 다시 쓸 수 있게 되었으며, 비록 기계음이지만 자신의 글을 소리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스티븐은 장치의 도움을 받아 <시간의 역사>를 출판했다.
스티븐을 보살피기 위해 일레인 박사가 고용되었고, 그 둘은 대화를 하면서 깊게 교감한다. 결국 스티븐은 제인과 헤어진다. 이후 스티븐은 일레인과 재혼하고, 제인 또한 조나단과 정식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그렇게 스티븐과 제인은 헤어졌지만, 이후에도 서로 교류했으며, 제인은 호킹이 영국 여왕에게 훈장을 받을 때 동행했다.
비현실적이고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
사랑하는 사람일지 언정, 상대가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래도 내 마음을 접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테지만, 그것이 너무나 눈에 뻔하다면 어떨까. 그래도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스티븐의 병을 알면서도 물러서고 도망치지 않았던 제인의 결단에서 그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용기를 느꼈다. 그녀의 그러한 대담함이 스티븐이 2년을 훨씬 넘은 생을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어주지 않았나 싶다. 그녀의 사랑은 가히 비현실에 가깝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헌신적인 제인은 스티븐을 돌보는 보호자의 삶에 점점 지쳐갔다. 스티브뿐만 아니라 아이 셋을 길러야 했고, 자신만의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강인했지만, 늘 그럴 수만은 없었다. 그녀에게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스티븐 또한 자신이 직접 제인을 돕고 싶었지만, 자신은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스티븐은 제인이 지쳐가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결국 제인의 행복을 위해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날이 오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조나단에게 도움을 받길 바랐고, 조나단에게도 제인을 도와주기를 부탁한다. 스티븐은 제인을 사랑했지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있었으므로, 그것만이 아마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스티븐 또한 자신을 행복한 미소로 바라봐 줄 일레인이라는 새로운 사람을 찾았지 않았나.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이다.
물리학도이자 무신론자인 스티븐과 문과 학도이면서 신앙이 있는 제인. 말 그대로 정반대의 두 사람이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던 것을 되돌아보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나랑 닮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로운 일이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결국 이혼을 한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그들은 서로가 달랐기에 끌렸지만, 결국은 서로의 다른 면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무엇보다 스티븐의 루게릭 병이 그들을 서로 갈라서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더욱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제인과 같이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떨까? 즉 그 둘이 좀 더 닮아있었다면? 나는 조심스레 그 둘이 서로 의지하며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더 많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보았다.
스티븐 호킹의 과학적 업적
영화를 통해 스티븐 호킹의 삶과 사랑에 대해서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과학적 업적들 또한 굵직하게 알 수 있었다.
스티븐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다는 가정 하에 우주는 팽창 중이고, 시간을 되돌릴수록 우주는 작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로 시간을 태초로 돌린다면, 우주는 작아지고, 밀도는 높아질 것이고, 그러므로 이 우주 전체는 하나의 특이점에서 탄생했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스티븐은 창조주를 믿으면 물리학적 계산에 혼선이 생긴다고 이야기했었지만, 그의 이러한 주장에는 창조의 신이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반증했다.
제인의 설명을 통해서도 과학 상식들을 알 수 있다. 우주 물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전혀 몰랐던 문과학도 제인이 스티븐을 보살피며 그가 하는 연구에 관심을 가지며, 그가 하는 연구들을 소개하고, 과학 지식 또한 쉽게 설명하는 제인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물리학의 양대 기둥 중 양자론은 소립자, 전자등을 다루는 법칙이고, 일반 상대성 이론은 행성을 다루는 법칙이죠. 두 이론이 모순됩니다. 아인슈타인이 주장했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우주의 시작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곧 창조가 증명이 되는 것이지요.
이후 호킹은 블랙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 물리학과 상대성 이론을 부분적으로 결합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했다. 두 이론을 결합시켜서 그는 블랙홀이 모든 물체를 삼켜 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사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결과를 얻어낸다. 그렇게 호킹은 상대성 이론을 양자 물리학과 결합시켰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무신론적인 입장으로 돌아갔다.
만약 입자가 블랙홀을 탈출할 수 있다고 예상해 본다면, 열 복사선으로 빛이 날 테니까요. 열에너지를 계속 내면 블랙홀이 질량을 잃게 되고 결국에는 사라집니다.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별이 블랙홀로 사라지고, 그 뒤엔 블랙홀 자체가 사라집니다.
영화. 그 이후의 스티븐 호킹
(+) 스티븐은 25년 간 결혼생활을 했던 제인과 헤어진 뒤에 바로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했지만, 일레인의 정신적 문제와, 호킹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스티븐은 일레인과의 결혼생활을 끝낸다. 그의 나이 65세였다. 호킹이 일레인과 두 번째 결혼을 했을 때는 당시 스티븐 호킹 나이 48세였다.
(+) 스티븐 호킹은 노벨상을 받았을까? 안타깝게도 그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였다.
그의 이론물리학은 대부분 우주론에 대한 것이고, 직접 실험적인 검증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주로 실험적으로 확실한 업적이나, 혁신적인 이론 중에서 실험을 통해 검증된 것들에 주어진다.
(+) 스티븐 호킹은 2018년 3월 14일 향년 76세로 타계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영화는 2014년에 개봉했다.
(+)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열연한 에디 레드메인은 이 작품으로 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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