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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부정한다> 홀로코스트 관련 영화. 레이첼 와이즈 주연. 분명한 진실이 위협당할 때

by evelyn_ 2019. 2. 6.
 


 <나는 부정한다> <Denial> ,2016

-감독 : 믹 잭슨

-주연: 레이첼 와이즈 (데보라 립스타트 역), 티모시 스폴(데이빗 어빙 역), 톰 윌킨슨 (리처드 램프턴 역)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관람가

-러닝 타임 :110분 


 

 작년 가을,  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던건지 정말 하나도 준비 없이 독일 베를린에 갔었다. 첫 유럽여행이기도 했고, 일단 경험해보자는 심정도 컸다.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와 연관지어서 가기전에 이것저것 알아보고 갔었으면 더 풍부한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한국에 돌아오고나서야 뒤늦게 들게되었고, 그 아쉬운 마음 때문인지 다녀온 이후에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영화와 책을 더 찾아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영화도 이러한 관심으로 보게 된 영화 중 하나이다. 

 

*홀로코스트 : 제 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1945년 1월 27일 폴란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포로수용소가 해방될 때까지 600만명에 이르는 유대인이 인종청소라는 명목아래 나치스에 의해 학살 되었는데 인간의 폭력성,잔인성,배타성, 광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20세기 인류의 최대의 치욕적인 사건으로 뽑힌다. 

 
 영화는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와 데이비드 어빙과의 실제 법정싸움을 바탕으로 한다. 

1994년 미국 아틀란타. 유대인의 후손인 데보라 립스타트는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이다. 한편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인 데이빗 어빙은 데보라가 자신을 비난하자, 어빙은 그녀를 명예훼손 죄로 고소를 하게되고 이에따라 법정 공방이 펼쳐지게된다. 어찌보면 너무나 터무니 없는 주제로 벌어진 재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당연히 데보라가 이기겠지, 누가 홀로코스트를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길 수 있어? 라고 단순하게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쉬운 싸움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일단 충격적이었다. +) 데이비드 어빙에게 고소를 당한 데보라는 판결이 종료될 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맞음을 입증하지 않으면 틀린 것으로 귀결 되어 버릴 처지에 몰리게 된다. 영국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 :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으로 프랑스의 권리선언에서 비롯된 것
홀로코스트 부정론자? 그런 사람이 세상에 있어?

 

 
 나는 내 자신이 홀로코스트의 존재 유무에 대해서는 전 세계의 사람의 의견이 똑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데이비드 어빙이 홀로코스트는 만들어진 것이며 실제로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모습에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나였었고, 만약 있다고 하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정말 소수일 뿐이거나, 대중들의 비난을 피해서 자신의 의견들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어빙은 홀로코스트가 없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였다. 홀로코스트는 만들어졌을 뿐이며, 거짓이라는 것을 정말 당당하게 이야기하며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조롱하기까지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 파렴치한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현재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있으며, 어느 의견이든지 존중받아야만 하는 세계에 살고있다는 것을 떠올려보았다.  데보라는 너무나 명확한 진실에 대항하는 데이비드 어빙에 대한 흥분과 분노때문에,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을 직접 법정에 세워야 홀로코스트가 있었다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변호사들은 그녀의 의견에 대해 반대하고, 침묵을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 보면서 나도 감정적으로 동요가 되었던 터라, 그녀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이비드 어빙은 지금까지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을 동정하기는 커녕 재판에서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렸었었고, 이를 미루어볼때 재판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을 법정에 세우면 안 된다고 뜻을 합하게 된다.
 
그렇다면 데이빗 어빙의 의견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 중 하나로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일까?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떤 의견이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하며, 개개인의 의견은 서로 다를수 있어도 틀리지는 않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데이비드 어빙의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이는 표현의 자유의 문제인가? 나의 가치관이 흔들거리는 것을 느끼며 다소 충격적이고 긴장되는 심정으로 이 영화가 어떻게 결론이 지어질 것인가 끝까지 숨죽이면서 보았었고 영화 말미에 낭독되는 판결문으로 그제서야 긴장을 놓을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 날조는 고의적이었으며, 어빙은 자신의 사상적 믿음에 기초하여 역사적 증거를 왜곡하고 조작해서라도 사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보여진다. 고로 진실의 항변은 인정되었다. 본 법정은 피고의 승소로 판결한다.”  
 
 <왼쪽: 영화에서 데보라 립스타트 역을 맡은 배우 레이첼 와이즈 / 오른쪽 : 데보라 립스타트> 

 

 
 

 솔직하게 말해 허무한 기분도 들었다. 너무 당연하지 않은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싸워야하며, 그 싸우는 과정도 쉽지 않는 것에 대해 말이다. 하지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데이빗 어빙이 뭐라고 “지껄이든” 무시해야지. 하고 그 상황에서 도망쳤을 수도 있었을 데보라가 정면으로 맞섰던 것은 많은 귀감을 준다.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감성보다도 이성적인 냉철함이 필요하다라는 감상 또한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주제일 것이다. 하지만 데보라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진실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맞서는 방법”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고 싶다. 일단 진실이 위협받고있는 현실을 자체를 자각해야 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데이빗 어빙과 같은 “어이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확장하여 내가 과연 데이비드 어빙과 같이 거짓말들로 진실을 위협하는 사람을 맞닥드리게 되면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데보라 처럼 맞설 것인가. 라는 생각들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발언의 자유를 위협하는 판결이라고 하지만 인정 못 합니다. 위협한 게 아니라 오히려 발언의 자유를 지키려던 거죠. 그것을 남용하려던 사람을 막은 겁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순 있지만, 거짓을 말하고도 책임을 피할 순 없죠. 모든 의견이 동등한 것은 아닙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데보라가 재판에서 승소하고 기자회견에서 한말이다.  데이빗 어빙의 발언은 오히려 지켜져야할 발언의 자유를 “남용”했던 것이며, 그의 의견은 존중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그녀가 명확하게 증명한 셈이었다. 

 

 

 이 영화를 본 다음 인터넷으로 이 영화에 관해서 그리고 데보라 립스타트에 대해 더욱 더 알고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데보라의 테드 강연을 볼 수 있었는데, 데보라를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 내용이 너무 좋았어서 그녀의 말 그대로를 적어본다. 그리고 테드 강의의 주소를 덧붙인다. 영화만 보셨던 분들은 특히나 더 이 영상을 추가로 꼭 보셨으면 한다. 마치며, 나의 다음 독일 여행때는 좀 더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더 아는 만큼 더 느낄 수 있는 여행이 되길 바라본다. 

 

“이성적인 겉모습에 속지 맙시다. 진실은 상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합니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십시오. 누구가 말도 안되는 말을 주장하면, 그들에게 질문 해야합니다. 그들의 거짓말을 사실과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대다수 우리는 학교 교육을 받았고,자유적의적 사고를 깨우쳤습니다.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해당하지 않는 것도 있죠. 분명한 진실이 있습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진실과 사실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격적인 자세로 나가야합니다. 증거가 있는지 되물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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