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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전망 좋은 방> 여행, 사랑, 그리고 자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헬레나 본햄 카터 주연. 줄거리. 결말. 해석. 보러가기

by evelyn_ 2024. 12. 30.


<전망 좋은 방><A Room With A View>, 1989

감독 : 제임스 아이보리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주연:헬레나 본햄 카터 (루시 허니처치 역), 줄리안 샌즈 (조지 에머슨 역),

       다니엘 데이 루이스 (세실 바이즈 역), 매기 스미스 (샬롯 바틀렛 역)
조연: 덴홈 엘리엇 (에머슨 씨 역), 주디 덴치 (엘리너 래비스 역), 루퍼트 그레이브즈 (프레디 허니처치 역)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1

 

영화 <남아있는 나날>은 제 인생에 여러 번 교차하며 언젠가 꼭 보게 될 영화라는 것을 알게 했던 작품입니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제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고, 영화의 여운은 깊게 남았습니다.

또한, 같은 감독의 작품인 <전망 좋은 방>이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이 저를 더욱 이끌었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E.M. 포스터의 작품, 특히 <인도로 가는 길>을 매우 인상 깊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원작 소설은 읽지 못했지만, 데이비드 린 감독이 영화화한 버전은 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https://with-evelyn.tistory.com/239

 

영화 <인도로 가는 길> 데이비드 린 감독. 문화의 교차점에서 발견한 우정과 오해. 줄거리. 결말.

,1984 -감독 : 데이비드 린 -주연 : 주디 데이비스 (아델레 퀘스테드) , 빅터 배너지 (아지즈) -러닝타임 :164분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모험 데이비드 감독의 영화 은 많은 리뷰와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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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망 좋은 방>을 보기 전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헬레나 본햄 카터 때문이었죠. 저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해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벨라트릭스 레스트랭 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그녀가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편견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망 좋은 방>은 헬레나 본햄 카터의 데뷔작으로, 그녀의 초기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입니다. 그녀는 영화에서 루시 허니처치라는 캐릭터를 섬세하고 우아하게 연기하며, 당시 신인 배우로서 탁월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시대적 관습과 개인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남깁니다.

 

https://with-evelyn.tistory.com/153

 

영화 <남아있는 나날>. 너무 늦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안소니 홉킨스, 엠마 톰슨 주연. 줄거리.

,1993 -감독 : 제임스 아이보리 -주연 :안소니 홉킨스 (스티븐스 역), 엠마 톰슨 (미스 캔튼 역) -출연 : 제임스 폭스 (달링턴 경 역), 휴 그랜트 (레지널드 카디날 역)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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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국 런던에 사는 부잣집 아가씨인 루시 허니처치는 사촌 샬롯의 보호에 따라 이탈리아의 플로랜스(피렌체)로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루시는 기대와 달리 남향의 아르노강이 보이는 전망의 방으로 배정되지 되자 실망합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방의 전망에 대해서 불평하자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머슨 씨가 자신들의 방과 바꿔주겠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불만에 대해서 건너편에 처음 보는 에머슨 부자가이를 듣고 방을 양보했다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고 이를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루씨와 샬롯은 전망이 좋은 방으로 옮기게 됩니다. 루시는 애머슨 씨의 아들인 조지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샬롯과 루시는 여행 중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설을 집필하는 엘리너 래비스라는 독특하고 자유로운 여성 작가를 만나기도 하고 이탈리아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키워갑니다.  

 

 

루시는 여행 중 이탈리아 인들이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을 마주하게 되고, 이에 충격을 받지만 조지가 충격이 받아 정신을 잃은 루시를 발견하고 그녀를 보호해주려고 합니다. 루시는 피렌체를 여행하며 조지를 자주 마주치며 그와 점차 가까워지게 됩니다. 조지는 세상 만사를 고민하는 진지한 염세적인 청년이었습니다. 어느 날, 루시는 피렌체 교외에서 산책하던 중 조지와 키스를 나누게 되는데, 이 모습을 샬롯이 목격합니다. 샬롯은 자신이 보호자로 루시와 함께 여행 중인데, 여행 중에 이러한 스캔들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제대로 그녀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하고, 샬롯은 루시를 데리고 서둘러 피렌체를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루시는 샬롯에게 샬롯이 본 것에 대해서 절대 다른 곳에 말하지 말을 것을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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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느 날, 루시는 피렌체 교외를 산책하던 중 조지와 키스를 나누게 됩니다. 이를 목격한 샬롯은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느끼며 당황하고, 루시를 데리고 서둘러 피렌체를 떠납니다. 루시는 샬롯에게 자신들이 본 일을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합니다.

 

영국으로 돌아온 루시는 사회적으로 적합한 약혼자인 세실과 약혼하게 됩니다. 세실은 상류층 출신으로 매너가 완벽하지만, 지나치게 점잖고 보수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루시를 이상화하며 그녀를 하나의 ‘작품’처럼 대우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내면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에머슨 부자가 루시의 이웃으로 이사 오게 되고, 루시는 조지와 다시 재회합니다. 세실이 엘리너 래비스가 쓴 <로지아 아래에서>라는 책을 읽어주는 장면에서 루시와 조지의 키스가 묘사된 부분이 나오자, 루시는 샬롯이 비밀을 누설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일을 계기로 루시는 조지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고, 에머슨 씨의 조언을 통해 사랑과 자유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결국, 루시는 세실과의 약혼을 파기하고 조지를 선택합니다. 조지와 루시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피렌체의 호텔로 돌아가, 전망 좋은 방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4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비밀’이 어떻게 누설되고, 그것이 예상치 못한 계기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샬롯은 다소 멍청해 보이고 부족한 면이 있는 캐릭터처럼 그려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루시의 이야기를 엘리너에게 털어놓지 않았다면 루시와 조지는 결국 이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샬롯이 루시와 조지를 이어준 가장 큰 조력자였다고 볼 수 있겠지요.

영화는 루시가 관습과 자유로운 삶 사이에서 갈등하며 진정한 사랑을 선택하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제가 직접 그 시대와 사회적 배경을 살아본 적이 없기에 그녀의 고민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루시가 겪었던 모든 갈등과 선택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의 일부였으며, 이런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적용된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이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점이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지가 상처받지 않기를, 그리고 그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누구와도 특히 여자와 친밀할 수 없어요. 정확한 말은 아니지만 계속 물을 테니까요. 미술, 책, 음악으로 본인도 나도 포장하죠. 이게 파혼 사유예요"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전망 좋은 방>의 루시와 <발몽>의 세실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두 캐릭터는 모두 순수한 젊은 여성으로,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세실은 엄격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며 결혼을 강요받는 위치에 있었고, 루시 역시 영국 상류층 여성으로서 특정한 규율과 기대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세실은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이용당하는 희생양이 되었지만, 루시는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이를 통해 주체적으로 선택을 내리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물론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루시의 선택이 대단한 여성의 행보로 보이진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살았던 시대를 고려한다면, 관습을 거스르고 자유와 사랑을 선택한 것은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루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틀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본질적인 갈망을 담은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5

 

영화와 소설 속 루시가 방문한 도시는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피렌체로, 르네상스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루시가 이러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 피렌체로 여행을 떠났다는 점, 그리고 결국 그곳에서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자유와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전달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여행의 의미, 그리고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도시의 상징성을 곱씹게 만드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피렌체(Firenze)"는 이탈리아어 이름이며, 영어로는 "플로렌스(Florence)"라고 불립니다. 영어권에서는 주로 "플로렌스"라는 이름이 사용되지만, 한국어에서는 이탈리아어 발음을 따 "피렌체"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실제 영화에서도 '피렌체'로 번역되었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정원경 교수의 이탈리아 도시 시리즈를 보던 중 아름다운 피렌체의 풍경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전망 좋은 방>을 통해 다시 피렌체를 만나니 이 도시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아직 이탈리아를 방문해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그곳에 대한 동경과 설렘이 커졌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푸치니의 오페라 <자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가 주제곡으로 사용되는데, 이 아름다운 곡이 영화의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음악을 통해 이탈리아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또한 영화에는 주디 덴치,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매기 스미스와 같은 뛰어난 배우들이 등장해 보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각 배우의 개성 넘치는 연기와 피렌체의 풍경이 어우러져 영화는 따뜻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특히, 영화를 보고 난 후 헬레나 본햄 카터의 앙증맞은 눈코입과 동시에 당참이 느껴지는 외모가 이 영화의 루시 역할에 얼마나 적합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루시의 복잡한 감정과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연말 속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전망 좋은 방>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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