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이상하게 나는 다른 사람들이 고르는 메뉴에 손이 가지 않았다.
대중적인 것을 선택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을텐데, 나는 항상 음식점에서도 특이하고 시험적인 메뉴를 고르려고 메뉴판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오랫동안 고민하곤 했다.
음식점에서 뿐만이 아니다. 어떤 영화가 극장에서 흥행을 거두고 있다고 하거나, 어떤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면, 이상하게 나는 일부러라도 그 영화들과 드라마들을 보기가 싫어졌다. 하지만 이런 기질을 규정하는 단어가 있는지는 여태 몰랐고, 가끔 나에 대해서 설명할 때 위의 예시들로 나의 특이 기질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주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기질을 규정하는 단어가 있다는 것을 "라디오 스타" 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반골 기질"

사전적인 의미를 재확인해보니 세상의 일이나 권위 따위에 순종하지 않고 반항하는 기질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세상에 대항하는 급진적인 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 성격은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양재진 원장이 설명하였듯이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혹은 주류에 속하는 것을 싫어하는" "반골기질"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왜 이러한 기질을 가지게 된 걸까?
나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의 반골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랑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반갑다기보다는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지 않나? 내가 선택한 것들, 내가 소유한 것, 나아가서 나의 취향이 남들과 완벽하게 곂치지 않았으면 하고, 남들과 비교해서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심정이 이러한 기질로 발현이 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대중적인 것"을 선택함으로 인해서 획득할 수 있는 이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같은 경우 사람들이 모여서 요즘 개봉한 영화와 방영되는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 그저 듣고만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서 억지로 보려는 시도도 해보았지만, 왜 억지로 보는 게 그렇게도 나에게는 어려운지. 그냥 마음만 먹으면, 남들이 추천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하루 이틀 만에 보고 나서,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가끔은 이기적이게 내가 아는 좋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
이런 것들도 반골기질에 속할 수 있을까 싶은데, 정확히 어느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어렸을 적에 나의 목표와 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 것들은 오히려 남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게 할 것이라는 충고였다.
정말로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조언이었지만, 나는 그 조언이 매우 솔직하다고 생각했고, 그 의미 또한 동의하였다.
어느 사람들은 자신의 꿈과 목표를 남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는 것의 수단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는데, 이 조언은 그 반대였고, 그대로 내 마음을 매료시켰다.
실제로 나는 나를 따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불필요하게 예민하게 생각하고 거슬리게 받아들였다. 분명 나 혼자서 확대 해석한 것일 가능성이 많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노력해서 얻은 방법들과 취향들에 대해서 공유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망설이게 됐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는 내 삶을 보여주는 것보다 내 삶의 모습에만 집중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나는 어느 정도 폐쇄적인 사람이 되었기도 하다.
모든 것을 만족하면서 완벽한 인생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뭐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이면의 무엇인가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에도 많은 글들과 영상들을 통해서 인사이트를 얻고 그에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나는 내가 아는 것들에 대해서 저들과 같이 남들에게 선뜻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들은 자신의 지식들을 공유함으로 결국에는 수익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동기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가지고있는 것들을 공유할 때 그들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 할 것 같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위에 말했듯 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고,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는 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의심을 갖고 시니컬하게 바라보거나, 대중적인 취향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일부러던지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왔던지 대세에 편승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결국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고 싶은 것을 목표로 삼는 나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반골기질은 분명한 장애물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굳이 내 스스로 까지 않은 복권을 찾겠다고, 숨겨진 보석을 찾겠다고 혈안이 될게 아니라, 대중적이고 주류인 현상과 문화에도 늘 관심을 가지고, 내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내 안의 반골기질을 적당히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50801&docId=1670842&categoryId=50804
반골
세상의 일이나 권위 따위에 순종하지 않고 반항하는 기질.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인 권위나 방식, 관습 등에 맹종하기보다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거나 비판과 반항을 일삼는 기질을 가리키
terms.naver.com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의 유동적인 정체성에 대해서 _ 니키 리 (Nikki Lee) 작가 (0) | 2021.10.01 |
---|---|
비극은 분명히 찾아온다_ 장항준 감독 유퀴즈 인터뷰에서 조던 피터슨의 조언을 떠올리며 (3) | 2021.09.30 |
화상면접(Video interview) 시에 배경화면(Background & filters)을 설정하는 것이 좋을까? (0) | 2021.09.26 |
[YouTube] 집중력을 높이는 ASMR 추천 (0) | 2021.09.25 |
[해외생활] 호치민 락다운에 대한 단상 (3) | 2021.09.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