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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해외생활] 호치민 락다운에 대한 단상

by evelyn_ 2021. 9. 19.

 나는 현재 베트남 호찌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곳이었는데, 북부지방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가 남부지방까지 번지더니 호치민도 5월말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래도 작년처럼 한두 달 안에 확산세가 잡힐 수 있을 것으로 모두들 예상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졌고,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정부의 권고사항에 따라 7월 중순부터 완전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 같은 경우, 많은 직원들이 작년부터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통해서 효율 있게 일을 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어느 정도의 노하우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는 분을 통해 들으니, 집에 있는 의자가 너무 딱딱하고 오래 앉아있을 수 없어, 새로운 업무용 의자를 구입했다는데 이러한 시도 또한, 재택근무에 익숙해지려고 하는 시도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제서야 재택근무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작년에는 베트남이 안전한 곳이었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고, 어쨌든 안전했었으니까 그 점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오히려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 실제로 닥치니, 재택근무라는 것을 이제야 경험하는 자체도 뭔가 시대에 뒤쳐졌다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재택근무에 적합한,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어도 피로도가 적은 의자란 없었고, 잦은 비디오 줌콜에 적합한 공간 또한 없었다. 

 

 최근에 보고 크게 공감한 김경일 교수님의 YouTube 영상을 소개해본다. 

혼자 있는 순간이 문득 달콤하다
혼자 있는 게 달콤하다는 건 코로나 이전에 사람을 너무 만났다는 것. 너무 많이 많아서, 지쳐있다는 뜻. 

 나 또한 집에서 있는 기간 동안 문득문득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내가 원래 몸담았던 세상과의 연락이 단절된 상공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을 느끼곤 했다. 오늘은 9/19일이고 현재까지도 재택근무가 유지되고 있는데, 나는 원래 homebody여서 그런지, 그간 집에서만 있는 생활이 그렇게 불편하거나 답답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조용한 도시가 좋기도 하였다. 어느 때는 이러한 재택근무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랄 때도 있었다. 생기가 넘치던 호찌민의 모습이 그리운 것보다, 조용한 도시가 더 좋으니 이 시기가 나에게는 다행히 맞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잠시만" 세상이 멈춘 듯한 기분. 조용하고 인기척 없는 곳으로 "잠시" "피난" 온 기분도 든다. 

 

피난처라는 의미는 나에게 이중적이다. 안전한 느낌과 동시에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공포는 동시에 한국에 자유롭게 갔다 올 수 없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이전, 호찌민에서 근무한 지 별로 되지 않았을 때는 한국에 그리운 것들이 많고, 베트남에 적응하기 이전이라서 두세 달에 한 번씩 한국에 다녀왔었는데, 지금은 그때 대비하면 이곳에 내가 살만한 물건들은 많이 꾸려놓은 터라, 일 년에 한두 번만 정기적으로 다녀오면 됐었을 텐데, 가끔은 이 시간들이 문득문득 폭풍전야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갑자기 한국에서 나쁜 소식이라도 들려오면 어떡하지? 내가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만약 내가 나쁜 소식을 듣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한국에 돌아가야 하나?라는 걱정과 공포스러움은 항상 심연에 존재한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현재 코로나 음성 결과지가 있다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의 출국은 가능하나, 입국을 자유롭게 허가하고 있지 않아, 언제 다시 베트남으로 입국이 가능한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어, 일반 회사 직원들은 쉽게 한국에 다녀올 수 없는 상황이다. 재택은 자체는 좋지만, 재택이 시행되게 된 것은 코로나 때문인데, 이 코로나 때문에 한국을 왔다 갔다 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내년 구정에는 한국에 다녀올 수 있을까. 가족을 보지 못 한지도 거의 2년이 되어간다.

언제나 행복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그것을 감내하면서 성장해내고 이겨내기를 다짐하고 있지만, 가끔은 한없이 나약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다시 볼 그날까지 가족들과 친구들이 언제나 건강하기를 바랄 뿐. 우리 모두가 이 상황을 잘 감내하고 견뎌내기를 그렇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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